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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 파이터' 시험대 오른 한은 [이호연의 θink]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입력 2022.06.17 07:00
수정 2022.06.17 05:04

高물가·환율·금리...'퍼펙트스톰' 온다

한미 금리역전 초읽기, 빅스텝 검토해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 한국은행

“다음 금융통화위원회 회의까지 3~4주 남아있어 많은 변화가 있을 수 있다. 시장 반응을 통해 (빅스텝을) 결정하겠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16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확대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기자들과 만나 빅스텝 가능성에 대해 답한 내용이다. 이날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는 최악의 물가 위기로 28년만에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p 인상)'을 강행했다. 이로써 한미간 기준금리간 격차는 제로(0)로 줄어들었다.


당초 한은은 빅스텝에 대해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베이비스텝(기준금리를 한번에 0.25%p 인상)이 적절하다’고 부인해 왔는데, 이 총재의 발언은 다음달 빅스텝 단행도 가능하다고 시사한 것이다. 이같은 태세 전환에는 심상치 않은 물가 오름세에 따른 총재의 고민이 묻어있다.


한은은 5~7월 물가상승률 5%대를 전망했으나, 전문가들은 다음달 물가상승률은 6%대를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대내외 기관이 제시하는 물가,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한은보다 비관적이다. JP모건, ING 등은 물가 전망치를 한은(4.5%)보다 높은 5.2%로 제시하고 있다. 정부도 이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1%에서 2.6%로, 물가는 2.2%에서 4.7%로 조정했다.


여기에 미국까지 추가 0.75%인상을 예고하면서, 한은도 사상 첫 빅스텝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연속적인 금리인상은 취약계층의 이자 부담을 심화할 수 있고, 경기 위축의 부작용이 있다. 그러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한미 금리역전에 따른 외국인 자본유출까지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환율은 우크라 사태 등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1300원대 턱밑까지 치솟았다. 고환율은 수입물가를 자극시켜 인플레를 장기화할 수 있다. 그야말로 우리 경제는 총체적 위기에 봉착했다.


이 총재를 포함한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성장, 고용 안정 등도 중요하지만 중앙은행의 제 1책무는 ‘물가 안정’이다. ‘경제 천재’ 이 총재도 언급했듯 시기를 놓쳐 인플레이션이 확산되면 그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은 물가 안정에 총력을 기울일 때다. 한은은 재정, 금융당국과의 정책 공조를 통해 물가 위기를 극복하고 중앙은행으로써의 존재가치를 입증해야 한다.


이 총재는 임시 금통위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일축했다. 그렇다면 올해 남은 기회는 7, 8, 10, 11월 단 4번 뿐이다.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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