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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방송 뷰] 갈등만 담고 수습은 출연자 몫?…‘구경’만 하는 ‘관찰 예능’의 한계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2.06.13 07:53
수정 2022.06.12 12:53

‘우리 이혼했어요2’ 장가현·조성민 전 부부 극단적 갈등 논란

‘결혼과 이혼 사이’·‘결혼지옥’ 등 이혼 예능 출연자 논란 이어져

관찰 예능이 점점 독해지고 있다. 스타들의 일상을 엿보는 것을 넘어 이혼 부부 또는 고등학생 부모들의 이야기를 담으면서 주제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심각한 갈등을 통해 화제성을 유발하면서 수습은 하지 않는 무책임한 모습으로 동시에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 TV조선 예능프로그램 ‘우리 이혼했어요2’의 장가현·조성민 전 부부가 매회 치열하게 갈등을 하면서 시청자들 사이에서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특히 최근 회차에서는 조성민이 장가현에게 자신의 어머니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또다시 크게 다투며 갈등을 반복했고, 이에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TV조선 캡처

갈등 과정에서 흥분한 장가현이 몸부림을 치며 절규하는 모습이 담겼고, 매회 반복되는 강도 높은 갈등에 일부는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했으나 피로감을 호소하는 시청자들도 생겨난 것이다. 여기에 일부 시청자들이 유튜브 영상, 또는 장가현의 SNS 등을 통해 악플을 남기면서, 화면 밖에서도 갈등이 벌어졌다.


최근 한 누리꾼은 장가현의 SNS에 “유튜브에서 난리도 아닌데 부끄럽게 살지 말자”라는 댓글을 남겼고 장가현이 해당 댓글에 “부끄럽지 않게 살고 있다. 아이들에게는 믿음직한 엄마로 제 부모·형제에게는 자랑스러운 가족으로”라며 “전 남편에게만 제가 매정하다. 그리고 또 다른 분들께도 어쩌면 매정해질 수도 있겠다. 저도 그렇지 않을 수 있기를 바란다”며 직접 일침을 가한 것이다. 장가현의 딸 또한 댓글을 통해 엄마에 대한 오해를 반박하며 대응에 나섰었다.


고등학생 부모의 일상을 담는 MBN 예능프로그램 ‘고딩엄빠’의 출연자 박서현 역시도 최근 SNS를 통해 악플 자제를 당부했다. 그는 “(남편과는) 다시 합칠 일은 절대 없을 것이고, 그분(남편)과는 아이 양육 문제밖에 남지 않았다”고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면서 “욕하시는 분들은 DM 보내기 전에 그 말을 보는 사람이 받을 상처를 생각해달라”라고 말했다. 이 출연자는 앞서 ‘고딩엄빠’에 출연 중인 가운데, 남편 이택개가 박서현으로부터 흉기 협박을 당했다고 폭로해 논란을 빚었었다.


과거 연예인들의 일상을 엿보는 재미를 선사하며 흥했던 관찰 예능이 최근에는 좀 더 자극적인 주제를 담아내면서 다양한 문제들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우리 이혼했어요2’, ‘결혼과 이혼 사이’, ‘오은영 리포트 – 결혼지옥’(이하 ‘결혼지옥’) 등 연예인, 셀럽, 일반인들의 결혼 생활 또는 이혼에 대한 고민을 담는 프로그램이다.


물론 처음에는 이혼율이 점차 높아지는 상황에서 시대적 흐름을 반영하고, 새로운 주제를 통해 좀 더 색다른 흥미를 만들어내고자하는 의도도 있었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 고등학생 부모의 이야기를 담는 ‘고딩엄빠’ 역시도 10대들의 진짜 현실을 제대로 들여다보려는 의도에서 시작된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대다수의 프로그램이 출연자들의 갈등과 다툼을 적나라하게 담아내면서 시청자들의 피로감을 유발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된 두 프로그램은 물론 ‘결혼과 이혼 사이’에서는 돈을 벌어다 준다는 이유로 막말과 욕설, 폭언을 일삼는 남편이 등장해 시청자들의 분노를 유발했다. ‘결혼지옥’에서는 방송인 김승현의 부모 김언중·백옥자 부부가 등장, 백옥자가 거짓말을 한 남편에게 폭력을 휘두르며 화를 이기지 못해 쓰러지는 장면까지 담겨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었다.


이를 통해 시청자들이 피로감을 느끼는 것은 물론, 이들의 갈등에 몰입한 일부 시청자들이 출연자를 향한 악플까지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과연 관찰 예능이라는 이유로 출연자들의 심각한 문제와 고민들을 적나라하게 담아내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의문이 생겨나고 있다.


물론 ‘결혼지옥’은 정신건강의학과 오은영 박사가 관찰 카메라를 통해 들여다본 부부의 문제점을 짚고, 개선 방안까지 함께 논의하는 모습으로 프로그램의 의도를 드러내는 프로그램도 있다. 다만 ‘우리 이혼했어요2’나 ‘결혼과 이혼 사이’처럼 전문가가 고정적으로 등장하지 않는 프로그램들은 연예인들의 경험 공유와 공감 수준에서만 갈등을 소비하게 된다.


여기에 콘텐츠 외적으로 생긴 악플 문제에 대한 수습까지도 결국 출연자의 몫이 되면서 ‘구경’만 하는 관찰 예능의 의미가 무엇인지 궁금하게 한다. 콘텐츠 내 갈등은 물론, 방송이 유발한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최소한의 수습과 해결 노력 없이 진짜 ‘관찰’만 하는 관찰 예능이 출연자, 나아가 시청자들에게 어떤 의미나 메시지를 남길 수 있을까. 관찰 예능의 한계가 뚜렷하게 느껴지는 시점이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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