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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크레딧(70)] 배재한 "믹싱 엔지니어, 예술·기술·서비스가 결합된 직업"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2.06.12 11:02
수정 2022.06.12 11:04

등대사운드 운영 중

플레이리스트에서 음악은 누군가에게 위로를, 누군가에게는 공감과 기쁨을 선사한다. 이 같은 노래 한 곡이 발표되기까지 보이지 않는 손들의 노력이 동반된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가수 외 프로듀서, A&R, 엔지니어, 앨범 아트 디자이너 등 작업실, 녹음실, 현장의 한 켠에서 노래가 나올 수 있도록 묵묵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봤다.<편집자 주>


배재한은 등대사운드라는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는 믹싱 엔지니어다. 등대사운드는라는 이름은 어둠 속에서 배가 찾아올 수 있도록 방향성을 알려주는 등대의 의미에서 음악이라는 바다 안에서 등대처럼 필요한 존재가 되고 싶다는 뜻을 담았다.


기리보이, 래원, 스트레이키즈, '쇼미더머니' 시즌 7,8,9 '고등래퍼' 시즌3의 우승곡에 참여하면서 이름을 알린 배재한은 고등학생 때부터 주변에 음악 하는 친구들이 많았던 그는, 녹음을 돕고 음향 세계를 접하기 시작했다. 믹싱 마스터링 엔지니어라는 직업이 대중에게 익숙지 않았을 시절부터 그렇게 시작해 올해로 9년이 됐다.


"처음 할 때는 막연한 꿈이었어요. 당시에는 이 직업이 노출도 많이 안되고 사람들도 몰랐고요. 사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가 제일 좋았던 시절 같아요. 취미로 할 때가 행복하잖아요. 직업이 되면 어쩔 수 없이 스트레스를 받으니까요. 그래도 지금까지 한 번도 음악 말고 다른 걸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어요."


음악적인 기술뿐만 아니라 의뢰인과의 소통 등 신경 쓸 일이 많기 때문에 한동안 많이 힘들기도 했다.


"직업 자체가 기술직이면서 예술직이잖아요. 서비스직이기도 하고요. 이 세 개가 결합된 직업이라 힘든 점도 있었어요.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사람 대 사람으로 말이 잘 통하지 않는다면 작업 자체가 힘들어지거든요. 모든 이야기를 잘 수용하고 맞출 수 있는 성격으로 변해야 했어요."


현역 엔지니어들 사이에서 그는 꽤 어린 층에 속한다. 남들보다 빠른 나이에 스튜디오를 만들고 독립적으로 작업을 해나가고 있는 현재, 뿌듯함과 함께 상실감도 함께 찾아왔다.


"제가 원하는 바를 빨리 이룬 편입니다. 보통 현역 엔지니어 분들을 살펴보면 거의 저와 띠동갑 차이 나는 분들이 많아요. 저는 운도 좋았고 주위에서 도와주신 분들이 있어서 활동을 빠르게 활발하게 하게 됐죠. 어린 나이에 일군 것들이 마냥 좋을 줄 알았는데 자아성장이 덜 된 때, 그걸 이루고 나니, 방향성이 없어진 느낌이었어요. 상실감과 공허함을 느끼고 힘들었죠."


지금도 상실감과 공허함을 극복한 건 아니다. 불안함을 야기하는 생각을 최대한 배제하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묵묵히 최선을 다할 뿐이다.


"계획이 100% 실행된다고 볼 수도 없고 미래는 모르는 일이니까 일단 목표를 잡기보다는 그냥 일에 매진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면 또 좋은 기회도 오고 새롭거나 설레는 일들이 생기지 않을까 싶어요. 흘러가는대로 두려고 해요. 집착하면 스스로 힘들어지거든요. 압박은 최대한 느끼지 않으려고 하고 있죠."


엔지니어를 하며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아티스트와 자신의 음악적 방향이 맞을 때다. 이같은 기분과 경험은 그가 계속 음악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돼준다.


"언제나 제가 원하는 사운드와 아티스트가 원하는 방향이 맞을 순 없어요. 아니 안맞을 확률이 더 높아요. 그 차이를 조율해 수정하는 것이 제가 하는 일이기도 하고요. 그런 와중에 서로가 원하는 것들이 맞아떨어지면 기분이 좋고 뿌듯할 수 밖에 없어요."


그는 믹싱 마스터링 엔지니어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메시지들을 종종 받는다. 자신이 대단한 사람이라고 느끼지 않기에 조언을 하는 일이 조심스럽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면서 이 직업에 대한 가치와 자신의 노하우를 건넸다.


"믹싱, 마스터링 작업은 음악을 만드는 과정이기 때문에 많은 데이터 베이스가 쌓여야 해요. 음악을 많이 들어야 한다는 이야기 입니다. 그래야 내가 기술로 사용할 때 데이터를 바탕으로 경험과 기술을 적용할 수 있어요. 기술적인 부분은 솔직히 경험이 쌓인다면 다른 사람들과 비슷한 수준이 되는 것 같아요. 테크닉은 정해진 틀이 있으니까요. 본인이 가지고 있는 예술, 창의성은 틀이 없으니 여기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또 이 직업은 언제 자신의 목적을 이룰 수 있을지 장담하지 못해요. 기본 10년 이상은 봐야한다고 생각하셨으면 좋겠어요. 본인이 이 일을 정말 좋아하고 인내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죠. 2~3년했다가 낙담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어요. 꾸준히 해야 해요. 그런걸 각오하고 꿈을 꿔야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현재 그는 등대사운드를 홀로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결혼해 육아와 작업을 병행해 숨이 찰 때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혼자서 해낼 수 있다고.


"저도 직원을 뽑을까 고민을 하기도 했는데 아직은 직원이 필요할 정도로 정신없진 않아요. 그리고 직원과 사장 사이가 되면 불편할 것 같기도 하고(웃음) 혼자 일하는 게 성향에 맞아서 현재까지는 인원을 충원할 계획은 없습니다."


그의 롤모델은 마크 스파이크 스텐트(Mark 'Spike' Stent). 마크 스파이크 스텐트가 지향하는 사운드를 좋아한다고. 무엇보다 미국에서 오랜 시간 활동하고 있는 그처럼 자신 역시 꾸준히 음악을 하고 싶다.


"우리가 듣고 있는 팝스타들의 음악을, 레전드라고 불리는 세 네 명이 도맡아 한다고 해요. 그중에서 마크 스파이크 스텐트는 30년 이상 된 베테랑이고요. 저도 그분처럼 제 일을 오래 하고 싶어요. 흔히 말하는 거장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될 수 있도록 해보려고요."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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