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일요일의 남자’ 송해, 잊히지 않을 68년의 기록들
입력 2022.06.08 11:16
수정 2022.06.08 11:17
8일 오전 자택서 별세...향년 95세
영원한 MC 송해가 8일 오전, 9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올해 들어 이달 1월과 지난달 건강 이상으로 병원에 입원했고, 지난 3월에는 코로나19에 확진됐음에도 그는 끝까지 마이크를 놓지 않았다. 생전 고인이 보여준 무대에 대한 열정은 후배들에게도 큰 귀감이 됐다.
황해도 재령군 출신의 송해는 햇수로 68년간 대중을 만나왔다. 코미디계의 전설 고(故) 구봉서 배삼룡보다 한 해 늦은 1927년생으로, 국내 현역 연예인 중 단연 최고령이다. 그는 1955년 창공악극단에서 가수로 연예 활동을 시작해 TV 방송이 시작된 이후 여러 방송사를 넘나들면서 큰 사랑을 받았다. 코미디언으로 ‘웃으면 복이 와요’ ‘유머 1번지’ 등에 출연했고, 1980년대 중반 이후부터 지금까지 MC로 무대를 지키고 있다.
특히 그의 업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KBS1 ‘전국 노래자랑’이다. 이 프로그램은 1980년 11월 방영을 시작해 지금까지 방영되고 있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이 오랫동안 인기를 누려온 데는 진행자인 송해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송해는 1988년 5월 환갑이 지난 나이에 ‘전국 노래자랑’의 5대 MC로 발탁된 이후 지금까지 진행을 맡아왔다. ‘일요일의 남자’로 불리며 34년간 프로그램의 터줏대감 노릇을 해온 그가 만난 사람만 1000만명이 넘고, 송소희·홍석천·김혜연·박상철·별·임영웅·이찬원 등 이 무대를 거쳐 스타가 된 이들도 많다.
그가 수십 년간 MC자리를 지켜올 수 있었던 건 세대를 아우르는 입담이다. 만 3세 꼬마부터 100세가 넘는 고령의 참가자까지 남녀를 불문하고 전 세대를 아우르는 ‘소통’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날 것 그대로의 전국구 출연자들의 모습을 이끌어내는 능력도 압도적이고, 특유의 순발력과 재치 있는 입담, 해학적인 표현도 송해 만이 가지고 있는 강점이었다.
송해는 최고령 MC로 이 프로그램을 통해 ‘대한민국연예예술상’ 특별공로상, ‘KBS 연예대상’ 공로상, ‘백상예술대상’ 공로상 등 수많은 트로피를 품에 안았고 ‘대중문화예술상’ 은관문화훈장을 받는 영예도 안았다. 뿐만 아니라 TV 음악 프로그램 최고령 진행자(Oldest TV music talent show host)로 지난 4월말 기네스 세계기록 등재가 확정됐다.
송해의 영향력은 역설적으로 그가 하차한 이후 더 크게 부각됐다. 1994년 개편을 계기로 당시 67세였던 송해에서 김선동 아나운서로 진행자하 교체되는 일이 있었다. 하지만 송해 만큼의 역량을 발휘하지 못해 시청자들의 반응이 워낙 좋지 않았다. 실제로 이 당시 시청률이 폭락하면서 개편 이후 불과 6개월 후 송해가 다시 복귀하게 됐다.
업계의 동료, 후배들은 물론 대중들도 송해의 무대에 대한 열정을 높이 사고 있다. 서울 종로 수표로 일부 구간이 ‘송해길’로 명명되고 경북 달성에 ‘송해공원’이 조성됐을 정도다. 지난해에는 그의 일생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송해 1927’이 개봉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헌정 콘서트, 뮤지컬 등도 다수 만들어졌다.
구순을 훌쩍 넘겨서도 왕성하게 활동해 온 국민MC 송해는 최근에서야 제작진에 ‘전국 노래자랑’ 무대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송해가 곧 마이크를 내려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짐작했던 대중들도 고인이 된 ‘영원한 MC’ 송해를 향한 애도의 글을 남기고 있다. 비록 그의 무대는 끝이 났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무대에 대한 숭고한 열정의 가치는 영원치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