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차례 부딪힌 당정…윤핵관 '쓴소리'에 대통령실 '수긍'
입력 2022.06.01 04:00
수정 2022.05.31 23:59
특별감찰관 관련 대통령실 혼선에
"크게 각성해야" 장제원 '쓴소리'
국정 놓고 계속되는 윤핵관 영향력
"당정갈등 불씨 될 수도" vs "건강한 당정관계 구축" 의견 분분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 불과 20여 일이 지났지만, 대통령실 측과 집권여당이 된 국민의힘 사이의 기류가 미묘하게 흐르는 모습이다. 특히 윤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핵심 역할을 한 뒤 당으로 돌아갔던 일부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관계자)'들이 대통령실 행보에 쓴소리를 날리면서다. 건전한 당정관계라는 평가와 향후 국정운영 과정에서 갈등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내는 등 윤핵관의 핵심으로 꼽혔던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31일 대통령실을 향해 정면으로 쓴소리를 남겼다. 최근 논란이 된 윤 대통령의 특별감찰관제 폐지 여부를 놓고 대통령실이 오락가락 브리핑을 통해 혼선을 자초한 게 그 발단이 됐다.
전날 오후 대통령실이 특별감찰관제가 폐지된다는 취지의 브리핑을 해 복수의 언론보도가 쏟아진 데 대해 장 의원은 "윤 대통령은 국회가 법을 개정하거나 폐지하지 않았는데 법을 무력화시킬 분이 결코 아니다"라며 해당 내용을 부인한 뒤 "악의적 보도가 아니라 실제 대통령실 관계자에 의해 나온 얘기라면 대통령실 또한 크게 각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 의원은 또 "대통령의 참모는 대통령의 의중과 뜻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24시간 내내 대통령께 안테나를 세우고 있어야 하는 것"이라며 "자칫 방심하는 순간 대통령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 오게 되고 결국 대통령께 큰 누를 끼치게 된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곳이 대통령실"이라며 날선 조언을 쏟아냈다.
대통령실은 장 의원의 질타가 전해진 직후 이뤄진 브리핑을 통해 "답변 과정에서 혼선이 있었다"라며 "여당의 지적을 달게 받으며 대통령실의 메시지가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노력할 것"이라 고개를 숙였다.
특별감찰관 논란에 있어서는 장제원 의원의 지적이 타당한 만큼 대통령실의 사과로 일단락됐지만, 대통령실 일각에선 '이례적인 상황'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대통령실의 행보에 윤핵관들이 개입해 목소리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의 추천 인사로 알려졌던 윤종원 국무조정실정 내정자에 대해서도 또 다른 '핵심 윤핵관'으로 알려진 권성동 원내대표가 강도 높은 비토를 이어간 끝에 윤 내정자의 자진사퇴를 이끌어낸 바 있다.
윤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단 한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이제 막 진용을 갖추고 출발하는 대통령실이 다소 미숙한 행보를 보인 데 있어 대부분 중진급인 윤핵관들이 정리를 해줬다 볼 수 있지 않겠나"라며 "여당이 할 말은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긍정적으로 생각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이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당정과 대통령실은 한몸으로 움직이는 것"이라며 "여당의 주장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확전을 경계하는 모습을 분명히 했다.
그런데 국정 운영의 주요사안마다 대통령실 외부인사들의 영향력 행사가 반복될 경우 어느 시점에서 당정간 갈등이 불거질 것은 명약관화하다.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키는 결국 대통령이 쥐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자신이 임명한 현재의 대통령실 참모들과 윤핵관 사이에서 이견을 조율하고 당정 관계를 적절하게 이끄는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며 "윤 대통령이 이 같은 리더십을 보여줄 경우 당정관계에 대한 일각의 우려도 자연스럽게 불식될 것"이라고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