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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방송 뷰] 시청자 눈높이 높아지는데…‘자기복제’에 그친 연상호의 ‘괴이’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2.05.04 08:41 수정 2022.05.04 08:42

티빙 ‘괴이’ 공개 후 시청자들 호불호 이어져

티빙 오리지널 ‘괴이’의 각본을 쓰며 또 한 번 세계관 확장에 나섰던 연상호 감독이 혹평을 받고 있다. 괴불이라는 소재 자체는 흥미로웠으나, 이를 채우는 과정이 ‘진부하다’는 평을 받은 것이다. 각종 OTT 등을 통해 새로운 장르물들을 접한 시청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진 가운데, 연 감독은 기존의 오컬트, 재난 영화를 답습하는 선택을 하면서 시청자들의 실망감을 유발한 것이다.


ⓒ티빙

지난달 29일 ‘괴이’의 6회 전편이 티빙을 통해 한 번에 공개됐다. 저주받은 불상이 나타난 마을에서 마음속 지옥을 보게 된 사람들과 그 마을의 괴이한 사건을 쫓는 초자연 스릴러로, 영화 ‘부산행’, 넷플릭스 오리지널 ‘지옥’ 등을 연출한 연상호 감독이 각본을 쓰며 기대작으로 꼽혔었다.


특히 ‘괴이’ 직전 연 감독의 애니메이션을 리메이크한 티빙 오리지널 ‘돼지의 왕’이 호평 속 종영하는 등 영화, 드라마 OTT를 오가며 세계관을 확장해 나가던 연 감독이 이번 작품에서는 드라마 ‘방법’에 등장한 귀불을 메인 소재로 다루면서 더욱 큰 기대를 모았다. ‘연상호 유니버스’가 또 어떤 식으로 뻗어 나가게 될지 궁금증을 유발한 것이다.


초반까지만 해도 귀불의 눈을 보고 현혹된 사람들이 자신만의 지옥에 빠진다는 설정, 오컬트물 특유의 오싹한 분위기가 흥미를 유발한다. 다만 중반 이후 어디서 본 듯한 뻔한 전개가 이어지면서 초반 구축한 흥미진진함은 빠르게 사라진다.


마을 전체가 혼란에 빠지고, 귀불에 현혹된 자아 현혹되지 않은 자로 나뉘어 갈등을 하면서 인간의 본성을 들여다보는 과정까지. 이미 여러 차례 변주된 좀비물들과 유사한 전개를 보여주면서 ‘괴이’만의 뚜렷한 색깔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여느 작품에서 등장하는 이기적인 기득권의 특징들을 그대로 반영하는 진양 군수 권종수(박호산 분)는 물론, 대다수의 캐릭터들이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뻔하다’, ‘진부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일차원적인 캐릭터들과 전개 위에서 지나치게 폭력적인 장면들로 억지 긴장감을 만들어내면서, 앞서 ‘돼지의 왕’과 ‘지옥’ 등에서 보여준 연 감독의 날카로운 사회비판적 메시지 역시도 사라지게 됐다. 결국 깊은 고민 없이, 기존의 작품들을 그대로 답습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까지 받게 됐다.


지난 2016년, 연 감독이 영화 ‘부산행’을 통해 국내에서도 좀비 영화의 흥행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한 이후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킹덤’ 시리즈와 10대들이 주인공이 된 ‘지금 우리 학교는’ 등 다양한 매력을 담은 좀비물들이 시청자들을 만났다. 연 감독의 ‘부산행’은 부성애라는 보편적인 감성을 장르물 안에 적절하게 녹여내면서 해외 시청자들까지 사로잡았다면, 이후 작품들은 배경을, 또 일부 설정들을 조금씩 달리하면서 자신들만의 매력을 보여줬었다.


이 외에 한 편의 지옥도를 스케일 크게 다뤄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 등 각종 OTT들이 색다른 장르물들을 적극적으로 선보이면서 시청자들의 눈높이도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존 장르물들이 증명한 흥미 요소들을 적절하게만 버무린 ‘괴이’가 통할리 없었던 것이다. 현재 연 감독은 영화, 드라마를 바쁘게 오가며 ‘연니버스’(연상호 유니버스) 마니아까지 형성 중이다. 물론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이번에는 세계관 ‘확장’이 아닌, ‘재탕’에 그치면서 결국 시청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기게 됐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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