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號 메리츠화재 '영업 혁신' 시즌2…키워드는 '자생력'
입력 2022.04.22 06:00
수정 2022.04.22 11:11
대리점 수수료 홀로 감축 '눈길'
업계 최대 설계사 조직 '승부수'
메리츠화재가 외부 대리점 대신 자체 판매 조직에 힘을 싣는 보험 영업 혁신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다른 대형 손해보험사들이 이른바 보험백화점으로 불리며 인기를 끌고 있는 독립법인대리점(GA)을 통한 상품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는 반면, 메리츠화재는 전속 설계사를 키우며 대비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김용범 부회장이 최고경영자(CEO)가 된 후 손해보험업계의 장기보험 열풍을 이끌었던 메리츠화재가 또 다른 영업 실험에 힘을 주면서 향후 행보에 시선이 쏠린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5개 손보사가 지난해 대리점에 지급한 수수료는 총 2조1670억원으로 전년 대비 2.2% 늘었다. 액수로 따지면 473억원 증가했다.
해당 수수료는 대리점의 상품 판매에 따라 보험사들이 내주는 수당이다. 이 금액이 확대됐다는 것은 그만큼 손보업계가 대리점을 통한 영업을 독려하고 있다는 의미다.
손보사별로 봐도 흐름은 대부분 마찬가지였다. 우선 현대해상이 지출한 대리점 수수료가 5925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7.8% 늘며 최대를 기록했다. DB손보 역시 5285억원으로, 삼성화재는 4511억원으로 각각 8.2%와 2.5%씩 해당 비용이 증가했다. KB손보의 대리점 수수료도 3335억원으로 1.7% 늘었다.
손보업계가 대리점에 대한 지원사격을 강화하고 있는 배경에는 GA의 영토 확장이 자리하고 있다. GA는 다수의 보험사와 제휴를 통해 운용되는 보험 대리점으로, 여러 보험사 상품을 한 곳에 모아 놓고 영업을 할 수 있다는 장점 덕에 보험업계의 주력 판매 창구로 자리 잡았다.
눈에 띄는 대목은 메리츠화재의 대리점 수수료만 축소되고 있다는 점이다. 조사 대상 기간 메리츠화재의 대리점 수수료 지출은 2614억원으로 16.6% 감소했다. 2019년에 4037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이듬해 22.3% 줄어들더니 2년째 감소세가 이어졌다.
대신 메리츠화재는 보험업계 영업의 전통적 핵심 조직인 설계사를 키우는데 전념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메리츠화재는 손보사들 중 가장 많은 2만7955명의 전속설계사를 보유하고 있다. 손보업계의 독보적인 선두 업체인 삼성화재보다도 7000명 가까이 많은 숫자다.
이런 변화는 김 부회장의 등장과 맞물려 있다. 김 부회장이 메리츠화재의 CEO가 된 2015년까지만 해도 메리츠화재의 전속설계사는 9569명에 불과했다. 6년여 만에 설계사 조직을 세 배 가까이 키운 셈이다.
특히 김 부회장이 수장이 된 이후 메리츠화재는 손보업계의 상품 트렌드를 주도해 왔다. 메리츠화재의 설계사 확대에 경쟁사들이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김 부회장은 메리츠화재의 CEO가 된 직후부터 장기보험 강화 청사진을 구축하고 관련 시장을 주도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장기보험은 질병보험과 상해보험, 운전자보험, 어린이보험 등과 같은 장기보험은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자동차보험이나 실손의료보험보다 보험료 수입을 훨씬 키울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가입이 일상화 된 자동차보험 등과 달리 장기보험은 상품 구조가 복잡해 여전히 설계사를 통한 영업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메리츠화재의 대면 판매 조직 육성은 장기보험 강화 전략과 맞물린 행보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