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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보사 소비자 민원 '적신호'…장기보험 과열경쟁 '암운'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입력 2022.02.21 06:00
수정 2022.02.18 16:27

지난해 네 분기 연속 증가세

장기보험만 1년새 26% 급증

국내 손해보험사에 대한 소비자 민원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연합뉴스

국내 손해보험사를 상대로 한 소비자 민원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해보험업계가 최근 판매에 힘을 쏟고 있는 장기보험을 중심으로 보험금에 대한 고객 불만이 커지는 모습이다.


강화되는 규제에 대한 대응과 실적 개선을 동시에 일궈낼 수 있는 핵심 아이템으로 떠오른 장기보험을 두고 과열경쟁이 벌어지면서 부작용이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국내 손보사에 접수된 소비자 민원은 총 1만744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3%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로써 지난해 손보업계의 민원은 ▲1분기 9278건 ▲2분기 1만20건 ▲3분기 1만 341건에 이어 네 분기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게 됐다.


주요 손보사별 추이를 보면 우선 삼성화재의 지난해 4분기 고객 민원이 2130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 증가했다. 같은 기간 DB손해보험 역시 2017건으로, 현대해상은 1875건으로 각각 35.8%와 18.1%씩 해당 건수가 늘었다. 이밖에 KB손해보험도 1303건으로, 메리츠화재는 1160건으로 각각 15.6%와 1.2%씩 민원이 증가했다.


유형별로 보면 보상 관련, 즉 보험금을 둘러싼 불만이 민원 증가세를 견인했다. 실제로 보상과 연계된 손보업계 민원은 7796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8%나 늘었다. 유지관리 관련은 1326건, 보험모집 관련은 1017건으로 같은 기간 대비 각각 8.7%와 11.2%씩 민원이 줄었다.


상품 유형별로는 장기보험에서 불거진 잡음이 제일 많았다는 분석이다. 장기보장성 상품 민원이 5546건으로 26.4% 급증하며 최다를 기록했다. 자동차보험 민원도 4138건으로 2.2% 늘긴 했지만 장기보험에 비하면 크게 낮은 증가율이다. 손보사 일반보험에 대한 민원은 589건으로 1.8% 감소했다.


5대 손해보험사 민원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불완전판매 위험신호 왜


장기보험과 관련한 민원 확산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는 최근 손보업계가 가장 판매에 주력하고 있는 상품군이기 때문이다. 보험업계에서 민원 확대는 불완전판매의 잠재적 위험 신호로 꼽힌다. 단기적으로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보험사의 영업 방식에 홀려 상품에 가입했던 고객들이 뒤늦게 불만을 느끼면서 생기는 전조 현상일 수 있어서다.


손보사 입장에서 장기보험은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보험료 수준이 자동차보험이나 실손의료보험보다 훨씬 높아질 수 있는 상품이다. 특히 고객이 한 번 가입할 경우 보험료 납입 기간이 10년 이상으로 길다는 점은 가장 큰 장점이다. 1년 마다 갱신 기간이 돌아오는 자동차보험이나 실손보험은 고객 이탈로 인한 수입보험료 감소를 걱정해야 하지만, 장기보험은 길게 20년까지 지속적인 수입을 기대할 수 있다.


아울러 본격 시행이 다가오고 있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도 손보사들이 장기보험 판매에 열을 올리게 만드는 배경 중 하나다. 내년부터 IFRS17이 적용되면 보험사의 부채 평가 기준은 현행 원가에서 시가로 바뀐다. 이렇게 되면 보험사의 보험금 부채 부담은 크게 늘어난다. 요즘 보험업계가 자본 확충과 더불어 이익 확대에 그 어느 때보다 신경을 쓰고 있는 이유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특정 상품에서의 갑작스런 민원 확대는 출혈경쟁의 산물일 수 있는 만큼, 장기보험 영업에 대한 선제적인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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