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 부활" 외치는 김오수…왜?
입력 2022.04.21 05:17
수정 2022.04.21 10:01
민주당 당장 발끈 "수사지휘권, 검찰개혁 1단계서 어렵게 폐지한 것인데, 다시 과거로?"
법조계 “검수완박 저지 위한 시간 끌기…지휘권 부활로 수사권 박탈 커버? 현실성 떨어져"
"민주당이 4월 처리 강행 공표한 만큼 마땅히 대응할 수단 없어 제안한 것"
"수사지휘권 부활…검경 수사권 조정 시행 1년 밖에 되지 않았고, 경찰 반대 명백해 쉽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김오수 검찰총장이 검찰의 수사권을 없애는 대신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 부활을 제시해 그 속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조계는 "검수완박 저지를 위한 김 총장의 시간 끌기"라면서 "지휘권 부활로 수사권 박탈을 상쇄하려는 시도는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김 총장이 제안에 대해 당장 민주당이 발끈하고 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20일 언론인터뷰를 통해 “논란을 확산시키는 지점들이 있다. 수사지휘권은 검찰개혁 1단계에서 어렵게 폐지한 것인데, 이것을 다시 과거로 돌리려고 하느냐”며 “원내대표로서 4월 임시국회에서 검수완박 관련 법안 처리를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의 반발도 주목된다. 지난해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이 폐지되면서 검찰과 경찰의 관계가 수직적 관계에서 수평적 관계로 변했는데, 김 총장이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 부활 요청을 공식화하면 자칫 양측 간 힘겨루기로 점화될 수 있어서이다.
현재 경찰은 검수완박에 적극 찬성하는 입장이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는 지난 17일 성명문을 통해 “공정하고 정의로운 형사사법 체계를 위해 수사와 기소의 완전한 분리를 찬성한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 경찰과 검찰이 서로 견제하고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검사의 직접 수사권 폐지는 진정한 수사 기소의 분리이며, 대한민국 수사 전체가 완전한 통제가 가능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김 총장이 제안이 논란을 일으키자 대검은 즉각 “대검은 그에 관해 검토한 바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대검 관계자는 “‘검토한 바 없다’는 입장문 내용까지 김 총장의 생각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조계에선 이 같은 김 총장의 발언에 대해 검수완박 법안 통과를 저지하기 위한 ‘시간 끌기’ 라고 진단했다. 민주당이 4월 내 검수완박 법안 처리를 강행하겠다고 나섰는데도, 마땅히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없어 제안한 것이라는 것이다.
법무법인 민주 서정욱 변호사는 “김 총장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 부활’ 발언은 검수완박을 저지하기 시간 끌기이자 대안 제시"라면서 “다만 수사권을 없애겠다는 김 총장의 발언은 사실상 검수완박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봐야하는데, 지휘권 부활 카드로 수사권 박탈을 커버한다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서 변호사는 또한 "아무래도 거대 의석 수를 가진 민주당이 밀어붙이는데,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마땅치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부연했다.
전직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 출신 이헌 변호사는 “수사지휘권 부활은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며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검수완박은 미국·일본과 다르게 수사권 자체를 없애겠다는 것인데, 검찰 수사에 대한 공정성·중립성·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개선 방안을 제시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장검사 출신의 최창호 법무법인 오킴스 변호사는 “현행 수사권조정 법안의 시행이 1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현실 감안하면 총장이 언급한 수사지휘권의 부활은 경찰의 반대가 너무 명백한 만큼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수사권 조정은 검찰의 직접 수사의 총량을 줄이고, 경찰에 대한 사법적 통제가 강화돼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다만 최 변호사는 “현재 경찰과 검찰이 협력기관이 됨으로써 경찰에 의한 수사가 미진하거나, 지체되더라도 사실상 인권보장을 위한 검찰의 역할이 거의 없게 되는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검수완박 법안은 목적의 정당성도 찾기 어렵고 70년 이상 존치돼 온 우리나라 형사사법의 근본을 뒤흔드는 것이므로 청문회 개최, 입법예고 등을 거치고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