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년만에 나타난 母, 제 남동생 사망보험금을 꼭 타먹겠답니다"
입력 2022.04.18 14:43
수정 2022.04.18 14:43
남동생의 사망 보험금을 받기 위해 수십 년 만에 만난 모친과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는 한 가족의 근황이 전해졌다. 법원이 모친에게 보험금 등의 지급을 일단 금지하라는 결정을 내렸지만, 모친은 "자식들한테 할 만큼 했다"며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부산에 거주하는 60대 여성 A씨는 "(모친이) 자식들이 어릴 때 재혼해 떠난 후 54년간 연락도 없더니 아들 사망보험금을 받겠다고 나타났는데 말이 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A씨의 남동생은 지난해 1월 거제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어선의 갑판원으로 일하다 실종됐다. 그런데 모친이 갑자기 나타났다. 게다가 재혼해서 낳은 아들과 딸, 사위까지 함께였다.
A씨 남동생은 결혼을 하지 않아 배우자와 자녀가 없었고, 아버지는 남동생이 태어나기 전 사망했기에 경찰이 서류상으로 등록된 모친에게 연락했던 것이다.
A씨는 "어머니가 죽은 줄 알았다"며 "모친은 동생이 3살, 내가 6살, 오빠가 9살 때 재혼해 우리 곁을 떠난 후 연락도 한번 없었고 찾아오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동생은 평생 몸이 아파 자주 병원 신세를 졌지만, 어머니의 따뜻한 밥 한 그릇도 먹지 못했고 얼굴도 모른다. 그런 사람이 54년 만에 나타나 아들의 사망 보험금을 챙기겠다는 게 말이 되냐"고 분노했다.
법대로라면 A씨 남동생의 사망보험금 2억 5000만 원과 선박회사의 합의금 5000만 원 등 3억 원가량을 모친이 수령하게 된다. 이에 A씨 등 가족들은 법원에 보험금 등 지급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은 지난 2월 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은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에게 사망한 아들의 보험금 등 재산의 상속권을 주어서는 안 된다"며 A씨 등 가족들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다만 이는 지급을 잠시 미룬 것일 뿐, 현행법대로라면 모친이 상속 1순위로 결국에는 아들의 사망보험금 등을 수령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 모친은 지난 14일 방송된 MBC '실화탐사대'를 통해 "나는 자식들에게 할 만큼 했다"며 자신이 아들의 보험금을 수령할 자격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도리를 다하셨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어렸을 때는 내가 다 키워줬지, 혼자 컸나"라며 "자기는 나한테 뭘 해줬나? 약을 한 개 사줘 봤나, 밥을 한 끼 해줘 봤나, 나를 죽으라 하지만 안 죽을 거야. 우리 아들 돈 좀 쓰고 나도 죽을 거야"라고 말했다.
그러나 A씨는 "할머니와 고모가 어려운 형편에도 3남매를 키워주셨다. 그들이 보험금을 받아야 할 분"이라고 했다. A씨 등을 키워준 고모는 "우리는 돈도 10원도 필요 없다"며 "못 해준 것만 생각나고 내가 죄인 같다. 많이 미안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