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옛 체신부 공직자 "한덕수 이해충돌? AT&T 사안 전혀 몰랐다"
입력 2022.04.12 15:01
수정 2022.04.12 19:10
통신협상, 시간상·내용상 한덕수와 무관
체신부 주도 진행, 상공부 한덕수는 몰라
AT&T 입찰자격 관계부처 협의로 부여
"관여 불가능한…청문회 증언 하겠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가 미국 통신업체 AT&T에 고가의 임대료를 받은 것을 두고 '이해충돌'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한 후보자가 관여할 여건이 안 됐고, 압력행사는 불가능했다"는 당시 실무자의 증언이 나왔다.
해당 사안의 실무를 맡았던 석호익 사단법인 동북아공동체ICT포럼 회장은 12일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한 후보자가 AT&T에 특혜를 줬거나 한미통신협상에 관여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석 회장은 체신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출신 공무원으로 한 후보자의 청와대 통상산업비서관 재직 시절 통신담당 행정관을 맡아 함께 업무를 수행했으며 이후 KT 부회장 등을 역임한 인사다.
의혹은 한 후보자가 1989년 자기 소유 주택을 AT&T에 고가의 임대료를 받고 임대했다는 데에서 출발한다. 임대료는 10년 간 6억2,000만원 수준이다. 한 후보자는 그 대가로 청와대 비서관 시절 한미통신협상에 영향력을 행사했고 1994년과 1996년 AT&T의 한국통신 전자교환기 구매 입찰에 특혜를 부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기상으로나 내용상 한 후보자가 개입할 여지가 없었다는 게 석 회장의 증언이다. 87년 우루과이 라운드로 통신시장을 포함해 광범위한 시장개방 압력이 있었고, 체신부 주도로 한미통신협상 대표단이 꾸려진다. 1기 대표단은 체신부 박모 통신정책국장을 수석대표로 87년부터 92년까지 활동했으며 양국 간 MOU를 체결하게 된다. 같은 시기 한 후보자는 상공부 중소기업국장을 맡고 있어 협상에 관여할 위치가 전혀 아니었다.
이후 AT&T는 양국 간 MOU를 기초로 시내교환기(5ESS)의 KT 조달 직접 참여를 요구했으며, 이듬해인 1993년 3월 24일 체신부 주도로 경제기획원, 외무부, 상공부, 재무부, KT 등 관계부처가 협의를 통해 ‘전향적 검토’를 결정하고 미국 측에 통보했다. 한 후보자가 청와대 통상산업비서관 임명(1993년 4월) 이전의 일이다. AT&T는 같은 해 8월 KT 입찰 자격을 받아 일부 회선을 공급했지만, 이를 한 후보자의 이해충돌로 연관시키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석 회장은 "1993년 3월 정부 차원의 의사결정은 체신부에서 KT의 전문기술 검토를 토대로 관계부처가 협의를 통해 결정한 것"이라며 "한 후보자의 통상산업비서관 재직 기간과 한미통신협상 시일이 일부 겹치는 것은 맞지만 시간적·내용적으로 관여는 불가능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더구나 AT&T의 신식 교환기(5ESS-2000) 구매제안은 94년 11월에 있었으며, 95년 3월에서야 KT의 성능시험에 합격하면서 공급자격을 부여받게 된다. 한 후보자가 청와대 통상산업비서관을 지낸 시기는 1993년 4월부터 94년 5월까지로 협상에 관여하거나 특혜를 줄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다.
석 회장은 "당시는 김영삼 정부 출범 직후로 '세계화'라는 국가발전 비전을 제시하고 국정 계획을 마련하던 시기였다"며 "쌀 시장 개방 등과 비교하면 통신협상은 큰 관심사가 아니었고, 체신부 주도로 이뤄져 당시 청와대에서 통신담당 실무자였던 저도 보고 받은 적이 없다. 실무자가 모르는 데 책임자(한 후보자)가 알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국회가 인사 청문회 증인으로 부른다면 얼마든지 나가 증언을 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한 후보자 측 역시 "청와대 통상산업비서관으로 근무할 때는 경제부처 간 정책 조정 업무를 맡았을 뿐 개별 업체와 관련된 업무는 하지 않았다. 이후 상공부와 통상산업부에 근무할 때도 AT&T 관련 직무를 수행한 사실이 없다"며 "직무관련성이나 이해충돌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없었던 사안"이라고 일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