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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계, 치솟는 원자재 가격에 2차 인상 카드 만지작?…“기댈 곳은 정부 지원뿐”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2.04.05 06:31
수정 2022.04.04 16:23

전세계 식용유·밀가루 쇼크…“애그플레이션 우려”

외식업계도 들썩…치킨업체 등 원가 부담 치솟아

대형마트에 진열된 식용유 모습.ⓒ뉴시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본격화된 ‘원자재 쇼크’가 국내 식품 물가를 위협하고 있다.코로나19 사태로 악재가 겹겹이 쌓인 상황에서 애그플레이션(농업+인플레이션) 마저 본격화 할 참이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내 식품 업체들은 정부 지원을 절실히 바라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콩기름은 2008년 이후 가장 비싸졌다. 우크라이나는 해바라기씨 생산 세계 1위이고, 카놀라유 원료인 유채 생산 규모는 세계 7위의 국가다. 두 품목의 생산이 원활하지 않을 것이란 우려에 대체 품목인 콩기름과 팜유의 가격도 널뛰고 있는 상황이다.


밀가루 가격도 오름세다. 코로나 사태로 해상운송이 원활하지 않은 영향 등이 겹쳐 세계 곡물 가격이 급등한 탓이다. 지난달 수입 밀의 톤 당 가격은 369달러로, 1년 전보다 37.3% 올랐다. 우리나라의 곡물 중 밀의 자급률은 0.8%에 불과하며 나머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농지가 전쟁터로 변하면서 국내 식품업계는 진땀을 빼고 있다. 원재료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 가격을 상향 조정하거나, 수입 비용을 줄이는 수 밖에 없는데 작년 말부터 올 초까지 식품업계 가격 인상 러시가 있었던 만큼 연이은 인상에 부담을 느끼는 모양새다.


비축 물품으로 당장의 타격은 피하고 있지만 곡물 가격 상승이 계속되면 물가 영향이 큰 가공식품 가격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 국제 곡물가격은 3~6개월 뒤 국내 물가에 반영되는데, 수익 악화는 중·하반기쯤 심화될 것이라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앞으로의 전망도 어둡다. 러시아의 전쟁이 길어지면서 두 나라 농부들의 올 봄 농작물 파종에도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올 봄 농업이 타격을 받을 경우, 국제 곡물 가격은 올해 하반기 이후까지 강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이 밖에도 가격 상승 요인은 다분하다. 코로나19 사태로 운송료 상승, 에너지 가격 상승, 이상 기후, 노동력 부족 등의 부정 요인 마저 뒤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를 중심으로 이달부터 꾸준히 한 달에 5~10%가량 가격 상승이 예고된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가격 인상이 장기화 되면 수입하는 대부분의 식품기업들이 수입 비용이 늘어 실적에 좋지 않은 영향이 생길 우려가 크다”며 “원재료 구매 타이밍을 늦추는 등 대응 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 포방터시장에 '연돈' 옛 점포 자리에 임대 표지와 감사문이 붙어 있다.ⓒ뉴시스
외식업계, 도미노 타격…"프로모션 줄여가며 처절하게 버텨"


외식업계도 타격을 입기는 마찬가지다. 식용유값 상승으로 튀김류를 판매하는 업체들은 식용유 가격 인상에 따라 제품 가격 인상 카드를 놓고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식용유와 밀가루를 동시에 사용하는 업체의 부담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대표적인 곳이 치킨업계다. 다만 교촌치킨, BBQ치킨, BHC치킨 등 국내 치킨업계 빅 3는 가맹점에 공급하는 식용유 가격 인상 또는 제품가 인상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식용유 가격이 치솟을 경우 가격 인상에 나설 수도 있다는 해석이다. 가맹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손해를 무릅쓰고 저렴한 가격에 식용유를 공급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 치킨업계의 항변이다.


치킨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AI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 코로나로 인해 인건비, 물류비가 올랐고 최근 생닭 가격에 기름값까지 치솟았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배달료가 있고, 가맹점 입장에서는 수수료 문제가 있어 본사도 참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자세히 보면 업계 전반적으로 프로모션이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본사 차원에서 수익이 나야 다양한 행사도 활발하게 진행하는데, 이런 것들을 줄여가면서 그야말로 처절하게 버티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들이 밀가루를 살펴보고 있다.ⓒ뉴시스
정부 차원의 구조적인 원인 파악, 대응책 필요


식품업계는 정부 지원 만이 어려움을 헤쳐나갈 열쇠라고 강조한다. 차기 정부가 친기업 기조를 천명한 만큼 지원 확대 가능성에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밀, 옥수수, 콩 등 주요 수입 곡물 할당관세 물량 확대 등이 대표적인 예다.


현재 세계 각국 정부는 물가잡기에 비상이다. 우크라이나산 밀 의존도가 높은 파키스탄에선 물가가 치솟자 야당이 총리 불신임안을 제출했다. 이집트는 빵 가격 인상 상한선을 정했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빈곤가정에 식품쿠폰 지급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움직이고 있다. 업계 비용부담 완화를 위한 금융·세제 등의 지원, 규제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물가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식품·사료 원료구매자금 금리를 0.5%포인트(p) 인하하고, 사료대체가능 원료의 할당관세 물량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대두 수입권 공매 조기 추진과 감자분 저율관세할당(TRQ) 물량 1500톤 증량, 식품업계 수출지원용 임시 선박 지원대상 확대 등도 결정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현재 각 기업이 알아서 주요 곡물 수입량을 조절하고 매번 경쟁을 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과도한 경쟁이 나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까지는 물가가 오르면 기업을 압박해 가격을 내리는 식이 정부의 일관된 모습이었다”며 “정부 차원에서 기업들이 왜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는지 그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 들여다보고, 이제는 구조적인 해결책을 통해 대응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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