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가격 공개해서 물가 잡혔나 [최승근의 되짚기]
입력 2022.04.04 07:02
수정 2022.04.04 06:58
외식가격공표제 시행 후 6번의 정보공개에도 여전히 실효성 논란
인위적인 규제나 통제 없이도 시장 논리로 가격 인상 견제 가능
주요 메뉴 가격 정보, 접근성 높은 배달앱에서 대부분 확인
최근 치킨 가격 논란에 외식업계가 한바탕 뒤집어졌다.
코로나19와 기후변화 그리고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식탁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한 상황에서 국민간식인 치킨 가격 논란은 여론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이 같은 발언의 배경에는 가맹점 점주들을 비롯한 외식 자영업자의 수익성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미도 있었지만 ‘1마리=3만원’이라는 문구에 국민들은 크게 분노했다.
외식 가격 인상에 대한 거부감이 얼마나 큰 지 단적으로 보여준 예다. 일각에서는 해당 브랜드 불매운동까지 거론되는 분위기다.
외식업계는 가격 인상에 무척 민감하다. 대체할 수 있는 메뉴와 경쟁 브랜드가 엄청나게 많은 데다 이미지 하나로 매출이 급감하거나 심지어는 브랜드 자체가 없어질 수도 있어서다.
이윤을 내는 것이 목표다 보니 수익성을 우선으로 할 수 밖에 없지만 여론의 눈치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자유로운 경쟁이 보장된다면 시장이 외식업체들의 가격 인상을 충분히 견제할 수 있다는 주장도 그래서 나온다. 품질이 뒷받침되지 못한 가격은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시장에서 도태될 수 밖에 없다는 논리다.
그런 점에서 시행 두 달째를 맞은 외식가격공표제에 대한 실효성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정부는 지난 2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총 6번의 가격 정보를 공개했다. 그 중 일부는 가격 인상을 단행하면서 변동이 있었지만 대부분 브랜드는 기존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치킨이나 햄버거, 피자 등 외식 메뉴 가격이 채소나 과일처럼 시시때때로 가격 변동이 있는 것도 아니고, 소비자들이 한 가지 외식 품목을 매일 사먹는 것도 아니다 보니 소비자들도 관심이 적을 수 밖에 없다.
판매자 입장에서도 가격 인상이 수익 확대보다는 식자재나 인건비 인상에 따른 결정이다 보니 정부 공개 방침 때문에 인상해야 할 시기를 미룰 수도 없는 노릇이다.
코로나19로 배달 음식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다수의 소비자들은 배달앱을 통해 주요 외식 메뉴의 가격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작년 기준 업종별 배달앱 이용률은 치킨전문점이 85.7%, 피자·햄버거·샌드위치 및 유사 음식점업은 79.0%로 조사됐다. 외식가격공표제에 포함된 주요 메뉴 대부분 배달앱을 통해 가격 확인이 가능한 셈이다.
이미 공개된 가격 정보를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수단이 있는 마당에 굳이 접근성이 떨어지는 방법을 고수하는 것은 행정력 낭비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프랜차이즈업계에선 역차별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다.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이 판매한다는 이유로 정부 규제 대상이 된 것은 불공정하다는 것이다.
개인 식당의 경우 업주가 자율적으로 판단해 가격을 결정하고 선택은 소비자에게 맡기는 구조다. 그래서 업계에선 외식가격공표제가 물가 인상을 막는 목적보다는 정부의 물가 관리 실패 책임을 기업에 돌리려는 꼼수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물가안정이라는 그럴 듯한 전제를 깔아놓긴 했지만 기업에겐 협조가 아닌 협박으로 들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모든 것을 통제할 수는 없다. 기업의 불법, 탈법 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한 잣대를 들이대야 하지만 가격에 대한 문제는 공정한 경쟁을 통한 시장 논리에 맡기는 것이 합리적이다.
특히나 요즘은 각종 정보가 모두 공개돼 있고, 외식 프랜차이즈는 필수품목 원가도 공개토록 하고 있다. 과도한 압박과 통제보다는 소비자의 현명한 판단을 믿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