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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ICK] 진선규가 불어넣는 활력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2.03.11 15:17 수정 2022.03.11 17:10

배우 진선규가 코믹함과 개성을 잠시 내려두고, 인간미 넘치는 모습으로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을 든든하게 받치고 있다. 진중한 모습으로 사건의 무게감을 실감하게 하다가도, 특유의 수더분한 매력으로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드라마 첫 주연작에서부터 긴 호흡의 서사를 안정적으로 끌어가며 그간 쌓은 내공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방송 중인 SBS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대한민국을 공포에 빠뜨린 동기 없는 살인이 급증하던 시절, 악의 정점에 선 이들의 마음속을 치열하게 들여봐야만 했던 프로파일러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다. 진선규는 극 중 범죄행동분석팀장이자 송하영을 프로파일러로 이끄는 국영수를 연기하고 있다.


대한민국 1호 프로파일러 권일용 교수가 실화를 바탕으로 쓴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이 드라마는 어린이 토막 살인 사건과 연쇄 살인 등 각종 끔찍한 사건, 사고들을 다루는 범죄 스릴러다. 실화 소설이 바탕이 된 만큼 유영철과 정남규 사건 등 많은 이들이 익숙하게 접했던 범죄들이 담기기도 한다. 여기에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사건 해결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쫓아가는 범죄 스릴러와는 다른 결의 전개를 보여주고 있다. 프로파일러가 어떻게 탄생하고, 왜 필요한지, 또 그들이 사건에 어떻게 접근하는지 등을 디테일하게 그리며 범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담아내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극의 분위기도 무거워질 수밖에 없었다. 드라마가 다루는 사건들의 묵직함은 물론, 끝없이 고뇌하는 송하영의 마음을 쫓아가며 그들의 직업적 무게감을 실감케 하기 때문. 송하영을 비롯한 범죄행동분석팀의 책임감과 진정성을 느끼다 보면 자연스럽게 보는 이들의 마음도 무거워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친근한 사투리로 송하영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국영수의 존재가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의 무게감을 잠시나마 희석하며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물론 국영수 역시도 마냥 즐겁고 유쾌한 인물은 아니다. 범죄수사팀을 이끌고, 또 새로운 수사 방식을 향한 편견과도 맞서며 뚝심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가운데, 송하영보다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극 분위기를 적절하게 환기하는 것이다.


사건을 대할 때는 진지한 면모로 그의 책임감을 느끼게 하다가도, 가끔 위트 있는 말로 분위기를 전환하는. 두 가지 역할을 모두 소화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진선규는 그간 다수의 작품에서 증명했던 코믹함을 자연스럽게 담아내면서도 중요한 순간 보여줘야 할 무게감을 놓치지 않으면서 극을 한층 다채롭게 만들고 있다.


영화 ‘범죄도시’에서 조선족 범죄조직의 일원 위성락 역을 통해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진선규는 이후에도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을 연기하며 신스틸러로 활약을 했었다. ‘범죄도시’에서 민머리에 싸늘한 눈빛으로 관객들을 두려움으로 밀어 넣은 뒤, ‘극한직업’에서는 투박하고 거칠어 보이지만, 의외의 코믹함이 매력인 형사를 통해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었다.


이에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진선규가 색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기도 했다. 더불어 드라마 첫 주연으로도 나서며 긴 호흡의 서사를 어떻게 끌고 나갈지 기대와 우려의 시선을 동시에 받기도 했다. 그러나 진선규는 약간의 우려를 딛고, 능숙한 완급 조절 능력을 보여주며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을 든든하게 받치고 있다. 편안함과 진중함 사이 간극을 섬세한 연기로 채워나가며 다양한 역할들을 무리 없이 소화하는 것이다. 어떠한 역할, 또 어떠한 분량도 입체적으로 소화해내는 진선규가 이번에도 극을 한층 다채롭게 만드는 핵심 요인이 되고 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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