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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영화 뷰] 세계 여성의 날 맞이한 3월, '여성의 고민․분투․연대' 목소리 높이는 영화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2.03.09 08:19 수정 2022.03.08 22:20

고 다이애나 왕세자비 소재로 한 '스펜서' 16일 개봉

'레벤느망', 아니 에르노의 '사건' 원작

1908년 3월 8일 미국 여성노동자 1만 5000여 명이 뉴욕 루트커스 광장에 모여 열악한 작업장에서 화재로 숨진 여성들을 기리며 "우리에게 빵과 장미를 달라"고 외쳤다. 여기서 '빵'은 남성과 비교해 낮은 임금에 시달리던 여성들의 생존권, '장미'는 참정권을 의미한다. 이 시위는 지금의 '세계 여성의 날'의 시작점이 됐다. 유엔은 1977년을 세계 여성의 날을 공식 지정했고 우리나라도 2018년부터 법정기념일이 됐다.


첫 시위가 시작된 지 114년이 지난 2022년 3월, 과거와 현재 여성의 삶과 고민, 투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작품들이 잇따라 개봉을 앞두고 있어 의미를 더한다.


3월 10일 개봉하는 '레벤느망'은 프랑스 신예 오드리 디완 감독의 첫 장편 영화로 78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며 화제가 됐다. 이 작품은 뜻밖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된 대학생 안이 1960년대 프랑스에는 불법이었던 낙태를 감행하며 겪는 이야기다. 현대 프랑스 작가 아니 에르노의 자전적 이야기 '사건'을 스크린에 옮겨, 여성 몸에 대한 자기 결정권 문제를 환기시킨다.


1960년대 프랑스 여성에게 낙태 금지법은 많은 것을 억누른다. 원하지 않는 임신을 했다는 사실 하나로도 손가락질을 받으며, 누구에게 도움을 하소연할 처지도 못된다. 임신을 오로지 여자 홀로 책임져야 하는 행동으로 치부되며 고통받는 당시 여성들의 삶을 보여준다.


이에 안은 임신을 거부할 권리를 찾으려 한다. 내 몸에 대한 결정을 스스로 하겠다는데, 국가와 사회는 자꾸만 그의 의지를 꺾고 거부하려 한다. 결국 안은 "이것은 내 몸에 일어난 일이"이라며 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끝까지 가기로 한다.


국내에서는 2019년 헌법재판소가 낙태하는 여성과 의료진을 처벌하도록 한 형범 낙태죄 조항이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고 결정하며 2021년 1월 1일부터 효력을 잃었다. 그러나 여전히 여성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와 의료 체제 준비는 미흡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리고 아직도 바티칸과 몰타 등 여러 나라에서 낙태를 불법으로 여기고 있다. '레벤느망'은 1060년대 프랑스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오늘'의 이야기일 수 있다.


16일에는 고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비극적인 삶을 소재로 한 영화 '스펜서'가 개봉한다. 고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불운했던 일대기가 아닌, 1991년 왕실 가족이 별장에 모여 보내는 크리스마스 연휴 3일 동안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느끼는 솔직한 감정을 담았다. 다이애나 스펜서는, 명문가 출신 유치원 교사로 1981년 찰스 왕세자와 결혼해, 1992년 별거, 1996년 이혼했다. 영화는 왕세자 찰스와의 갈등이 치솟고 별거를 하기 직전인 1991년으로 시간을 돌렸다.


영화는 찰스 왕세자의 불륜, 왕실 어른들의 냉대, 그리고 자신의 뜻대로 옷은 불구하고, 별장에 들어서기 전 몸무게를 재는 왕가의 재미를 위한 놀이조차 거부하지 못하는 생전 다이애나의 무력감이 곳곳에 묻어난다.


다이애나는 왕세자비로 국민이 원하는 미소와 단정한 모습으로 나서고 있지만, 사실 섭식장애와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밖에서 짓는 미소가 환할수록 혼자 있을 때의 표정엔 더욱 그늘이 짙어진다. 찰스 왕세자와의 불륜을 알고 있는 왕실은 그저 방관할 뿐이다. 다이애나는 왕세자비라는 왕가 전통과 사회적 제도에 따라 점점 자신을 잃어가고 있는 현실과 마주한다.


하지만 결국 자신을 찾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나아간다. 다이애나는 두 아들을 데리고 별장을 떠나며 스펜서라는 이름으로 햄버거를 주문해 영국의 템스강을 바라본다. 다이애나비라는 이름을 뒤로하고 스펜서란 자신을 지키고 '평범함'을 기적이라 부르는 두 아들에게, 크리스마스의 기적을 선물한다.


24일 개봉하는 '어거스트 버진'은 주인공 에바가 모두가 휴가를 떠난 8월 스페인 마드리드에 남아 자신의 삶에 질문을 던지는 모습을 보여주며, 30대 여성이 맞는 일과 사랑, 결혼 등의 솔직한 생각을 그린 작품이다.


스페인의 신예 호나스 트루에바 감독의 섬세한 연출과 잇사소 아라나의 생동감 넘치는 연기로 2020년 카이에 뒤 시네마 ‘베스트 영화 10’에 선정되며 "아직 '나를' 찾지 못한 30대를 위한 완벽한 여름 영화"라고 소개됐다. 여성이 자기 자신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들며 젊은 여성 관객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성 영화 OTT 플랫폼 퍼플레이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해 3월 11일까지 '#우리에게 빵과 장미를 달라#38여성의 날#' 카테고리를 개설해 자신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말하고 행동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들을 소개한다.


이 카테고리에는 '립스틱 레볼루션', '대자보', '박강아름의 가장 무도회', '일하는 여자들', '생존자의 자리' 돌아가는 길' 등 여성의 노동과 연대, 비혼, 디지털 성범죄로 인해 겪는 고통 등을 주제로 한 영화 31편이 준비돼 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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