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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영화 뷰] 독창적 형식으로 신선·몰입감 더하는 영화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2.03.07 11:40 수정 2022.03.07 11:41

'그 남자는 타이타닉을 보고싶지 않았다', 제78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관객상 수상

시각장애인 시점으로 촬영

'블레어 윗치' 핸드헬드 기법 원조

'서치' 디지털 기기로만 구성된 프레임

보편적인 영화와 다른 길을 택하며 독창적이고 파격적인 형식을 취한 영화들은 신선함을 배가시키고 몰입감을 중추 시키는 중추 역할을 한다. 관객들의 오감을 만족시키기 위해 도전을 불사한 영화들의 도전이 이어지며 관객들을 시청각적으로 만족시키기 위한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개봉을 앞둔 제78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관객상 수상작 '그 남자는 타이타닉을 보고 싶지 않았다'는 난치병으로 시력과 기동성을 잃 야코가 천 킬로미터 떨어진 도시에 사는 연인을 만나기 위해 안전한 집을 벗어나 혼자만의 여정을 떠나는 영화로, 카메라는 철저히 시각장애를 앓고 있는 초점을 동일화했다.


극중 야코는 휴대전화와 휠체어 없이 생활이 불가한 상황으로 부모님, 돌봐주는 이들로부터 아이 취급을 받고는 한다. 이런 야코가 혼자 집 밖을 나선다는 건 위험천만한 일이지만, 주변인들의 과한 보살핌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야코는 오히려 자유를 느낀다. 하지만 이 흥분되는 모험도 잠시, 장애를 맞으면서 위기를 맞게 된다.


'그 남자는 타이타닉을 보고 싶지 않았다'는 처음부터 야코의 모습을 제외한 모든 장면을 몽환적으로 흐리게 만들었다. 또한 다른 등장인물들은 신체의 일부만 등장하고 카메라의 철저히 야코의 시야를 유지한다. 마치 관객도 야코의 시점으로 사물과 사람을 바라보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다.


테무 니키 감독은 다른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세상을 주인공의 관점으로 보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 초반에는 감독의 이 같은 촬영 기법이 불편하고 낯설 수 있지만,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야코와 같은 시점을 가짐으로써, 야코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독특한 촬영 기법은 공포영화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세 명의 영화학도들이 200여 년간 전해내려온 블레어 윗치 전설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하기 위해 떠난 '블레어 윗치'는 카메라를 손에 잡고 촬영하는 방식은 핸드헬드 기법을 사용해. 영화가 마치 실제로 벌어졌던 일로 인식되도록 돕는다.


등장인물 세 명이 직접 카메라를 들고 찍기 때문에 공포감이 사실처럼 느껴지고, 정체불명의 존재가 직접적으로 나타나지 않아 심리적인 긴장감을 올렸다. '블레어 윗치'는 지금은 흔해진 핸드헬드 촬영의 원조라고 불리며 공포영화에 필요한 공포감을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표현해 극대화했다.


'REC'는 1인칭 시점으로 쫓고 쫓기는 공포감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이 영화는 리얼TV 다큐 프로그램의 리포터 안젤라와 카메라맨 파블로는 소방서에 방문했다가 한 사고 현장을 밀착 취재하면서 불명의 바이러스로 좀비가 된 사람들을 만나면서 벌어진 이야기를 주요 뼈대로 했다. 관객은 영화 속 카메라맨의 시각으로 영화의 추격 장면을 바라보는데, 카메라의 렌즈를 통해 관객이 이 상황을 직접 겪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동시에 제한된 시각만을 철저히 유지해 긴장감을 한층 배가시켰다. '블레어 윗치'가 3인칭 시점으로 보여줬던 것과 달리 더 규모가 작은 1인칭 시점만의 영상만을 보여주기 때문에 공포감은 배가 됐다.


부재중 3통만 남긴 채 사라진 딸을 찾는 아빠의 이야기 '서치'는 실종된 딸을 찾는 아빠란 설정에 맞춰 각종 눈의 기능을 하는 디지털 기기 및 각종 SNS 화면으로 영화의 프레임을 구성했다. 직접 촬영하는 기법보다 영상 통화나 SNS 화면을 통해서만 극을 이끌어가며 마치 관객이 직접 사건을 추리해나가는 느낌으로 현장감을 부여했다. 그뿐만 아니라 '서치'는 움직이는 마우스 커서나 키보드를 통한 텍스트로 주인공의 감정을 실시간으로 전달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서치'는 감정을 드러내는 방식을 인물의 대사나 표정이 아닌, 머뭇거리는 마우스 커서, 휴지통으로 직행하는 파일 등, 모니터 안에서 이뤄지는 사소한 행동으로 보여줬다. 직접적인 묘사가 아닌, 행동으로 대변되는 감정으로 인해 등장인물들의 표정이나 심리를 관객들의 즉각적인 상상에 맡기도록 했다. 이전까지 CP 화면을 스크린에 구현해 내려는 시도는 있었지만 러닝타임 전체를 채우는 방식을 고수한 작품은 '서치'가 처음이었다.


배우들의 연기, 감독들의 미장센, 탄탄한 스토리 외에도 색다른 카메라 기법과 장비들은 영화 만의 특색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중요한 도구다. 시대 혹은 장르에 발맞춘 변화의 시도는, 영화적 경험과 재미를 제공함으로써 도전 자체로 관객들의 흥미를 유도하며, 도전 그 자체로 관객들의 깊은 인상을 주고 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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