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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북정책, 한국 대일정책으로 [강현태의 빨간맛]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입력 2022.02.28 07:00
수정 2022.02.28 05:02

美, '韓日 의존도' 높아져

日 설득하면 美도 설득 가능

日, '조건 있는 대화' 고수

韓, '조건 없는 대화' 촉구해야

(왼쪽부터)정의용 외교부 장관·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 ⓒ연합뉴스

'조건 없는 대화'로 요약되는 바이든 행정부 대북정책은 흠잡을 데가 없다. 소극적이라는 비판은 물론 가능하다. 하지만 '어떤 주제든 열려 있으니 일단 만나서 이야기하자'는 문장은 빈틈없이 완벽하다.


북한은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거부하고 있다. 북한 요구는 명료하다. 적대정책·이중기준 철회 등을 전제로 한 '조건 있는 대화'를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이렇게 맞받는다. "북한에 적대의도가 없다. 그러니 조건 없이 만나서 대화하자. 공은 북한에 있다."


수세에 몰린 북한이 꺼낸 논리는 '진정성'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10월 "미국이 적대적이지 않다는 신호를 빈번히 발신하고 있지만 믿을 수 있는 행동적 근거는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한미연합훈련을 취소하든 제재를 완화하든 미국이 먼저 양보하라는 얘기다.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임기 초부터 북한 문제를 '나름' 챙겨왔다. 하지만 거듭된 북한 외면에 혀를 내두르고 있다.


마크 램버트 미 국무부 한일담당 부차관보는 '북한이 대화에 응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I DON'T KNOW"라고 답했다. '대문자'로 적은 건 발언 강도, 뉘앙스를 전하기 위해서다. 그는 굳은 얼굴로 "북한이 왜 저러는지 아는 사람이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는 끝 모를 북미 평행선에 '접점'을 만들고자 했다. 남북관계 복원을 통해 북미대화를 견인하겠다는 구상이 어그러지자 종전선언 카드를 다시 꺼냈다. 종전선언을 통해 한반도를 미중 협력지대로 만들겠다는 원대한 구상까지 밝혔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마지막 불씨'마저 사그라들었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동북아에선 '한미일 대 북중러'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 구도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실제로 한일은 미국과 함께 러시아를 규탄했지만, 북중은 한목소리로 러시아를 두둔했다.


중국·러시아가 미국 주도 국제질서에 사사건건 '반기'를 들고 있는 만큼, 북한 운신 폭은 어느 때보다 넓다. 군사도발을 재개한 이상 도발 수위도 차츰 끌어올릴 전망이다. 한국으로선 한미동맹을 통한 대북 억지력 강화에 힘을 쏟을 수밖에 없다.


미국은 한국의 '손짓'이 내심 반가울 것이다. 대북 억지력 강화를 명분으로 한미일 공조를 강화해 중국을 우회 견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미일 공조 강화 흐름을 '신냉전 전주곡'으로 간주하며 위기감을 언급하는 이들이 있다. 내 생각은 다르다. 3각 공조 강화를 계기로 한일관계만 제대로 회복해도 '남는 장사'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한일 의존도는 어느 때보다 높다. 한일이 동시에 요구하면 미국도 무시할 수 없다. 미국을 설득하고 싶다면 일본을 설득하면 된다. 일본과 조율된 대북정책을 마련하면 강한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대북성과에 '올인'해온 문 정부가 기존 '일본 패싱' 노선을 180도 바꾼 이유도 같은 맥락이라고 본다.


문제는 일본이 좀처럼 곁을 내주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한일관계 악화 '책임'이 한국에 있으니 한국이 '결자해지'하라는 입장이다. 강제징용·위안부 문제 해결책을 한국이 먼저 제시해야 한다는, '조건 있는 대화'만을 고수하는 셈이다.


일본이 한국 '양보'를 원하는 것인지, 문재인 정부 '굴복'을 원하는 것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차기 정부가 들어서면 윤곽이 잡힐 것이다.


일본과 어떻게 '절충점'을 찾을지 지금부터 다양한 가능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다만 구체적 제안에 앞서 '조건 없는 대화'부터 촉구할 필요가 있다. 일본이 '조건 있는 대화'를 요구하면 "어떤 주제든 열려있다"며 조건 없는 대화를 거듭 제안하자. 그래도 일본이 계속 외면하면 그때 미국을 쳐다보고 이렇게 이야기하면 된다. "공은 일본에 있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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