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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된 북한 도발이 성과일 수 있나 [강현태의 빨간맛]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입력 2022.01.11 07:00
수정 2022.01.11 05:03

모라토리엄 본질은 '유예'

北, '잠시 멈춤' 기간 동안

핵·미사일 프로그램 지속

전략무기 개발도 꾸준히 진행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0월 개최된 국방발전전람회에서 미국 본토 타격이 가능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문재인 정부는 대북정책 핵심 성과로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관리'를 꼽는다. 문 정부가 대북관여에 팔을 걷어붙인 이후 북측의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가 없었다는 취지다.


문 정부는 "북한이 모라토리엄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하지만, 모라토리엄의 본질은 '유예'다. 코로나19 방역 상황에 빗대자면 사회적 거리두기를 일시 강화하는 '잠시 멈춤'에 가깝다. 해당 기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미래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북한은 문 정부 임기 내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지속해왔다. 영변 핵시설 재가동 정황이 포착됐고, 여타 핵 관련 시설에서도 분주한 움직임이 여러 차례 감지됐다. 지난해 1월 제8차 노동당대회에선 중장기 전략무기 개발 계획까지 공개했다. 이후 "안보 위기에 다가서고 있음을 시시각각 느끼게 해주겠다"며 신형 미사일을 연거푸 쏘아 올렸다.


일례로 지난 5일 시험발사한 '극초음속미사일'은 지난해 10월 국방발전전람회에 전시됐던 신무기로 평가된다. 당시 북한은 모라토리엄 파기로 이어질 수 있는 신형 ICBM 및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도 보란 듯이 선보였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북한은 전략도발 모라토리엄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약속대로 4년 넘게 미국을 위협하지 않았으니 대가를 지불하라는 것이다. 북한이 대화재개 조건으로 내건 적대정책·이중기준 철회 역시 모라토리엄에 대한 청구서로 풀이된다.


임기 말 대북성과에 올인한 문 정부는 한미연합훈련 취소, 선제적 제재완화, 군사도발 묵인 등 북한 요구를 기꺼이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미국은 '선제적 양보'에 선을 그으며 "조건 없는 대화"를 거듭 촉구하고 있다.


북미 평행선이 1년 가까이 지속됨에 따라 북한이 '현상변경'을 꾀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속된 경제난으로 축적된 내부 불만을 외부로 돌리는 동시에 미국의 적극적 관여를 유도하기 위해 전략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무엇보다 미국이 군축협상 가능성을 거듭 시사하고 있는 만큼, 북한 입장에선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4년 넘게 개선해온 핵·미사일 능력을 증명할 필요도 있다.


상당수 전문가는 북한이 한국 정권 교체기(5월)나 미국 중간선거(11월)를 전후해 전략도발에 나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선 한국 대선·연합훈련이 예정된 3월과 김일성 주석 생일·북한군 창건일이 있는 4월부터 도발 수위를 서서히 끌어올릴 거란 전망도 나온다.


관련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 경우, 한국 차기 정부는 북한 전략도발 한복판에서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문 정부가 강조해온 대북성과가 '5년짜리 성과'에 불과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문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 "정부는 유한하지만 역사는 유구하다"며 "어느 정부든 앞선 정부의 성과가 다음 정부로 이어지며 더 크게 도약할 때 미래로 전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기 5년 문 정부가 자랑하는 대북성과는 북한 비핵화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까. 임기 내 전략도발이 없었다는, '지연된 도발'은 성과로 남을 수 있을까. '진실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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