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사 자동차보험료 결국 인하…비난 여론에 '백기'
입력 2022.02.16 11:37
수정 2022.02.16 11:38
삼성화재, 4월 평균 1% 인하 결정
업계 1위 행보에 경쟁사 동참 전망
국내 손해보험사의 자동차보험료 인하가 결국 현실로 다가왔다. 자동차보험의 흑자 전환 등에 힘입어 손해보험업계의 실적이 눈에 띄게 개선된 만큼 보험료를 내려야 한다는 비난 여론에 백기를 드는 모양새다.
손보업계는 자동차보험의 적자 탈출은 어디까지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반짝 효과일 뿐이라며 보험료 인하에 난색을 표해 왔지만, 역대급 실적에 명분이 약해지면서 결국 한 발 물러섰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자동차보험료를 평균 1% 낮출 방침이다. 인하시기는 전산시스템 등 준비 기간을 고려할 때 오는 4월쯤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화재는 손보업계의 독보적인 선두 업체로, 자동차보험 시장에서도 점유율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경쟁사들도 조만간 자동차보험료 인하에 동참하게 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자동차보험료 조정의 배경은 손해율 개선이다. 손해율은 보험사가 거둬들인 보험료와 비교해 내준 보험금 등 손해액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사업운영비를 고려할 때 자동차보험의 손익분기점에 해당하는 손해율은 80%선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보험 시장을 80% 이상 점유하고 있는 손보사 네 곳의 지난해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삼성화재 81.1% ▲현대해상 81.2% ▲DB손해보험 79.6% ▲KB손해보험 81.5%를 기록했다. 2019년 21.7%, 2020년 85.0%에 이어 개선 흐름이 지속되는 양상이다.
이에 힘입어 손보업계는 지난해 자동차보험에서 2800억원 흑자를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자동차보험은 2017년 256억원 흑자를 마지막으로 줄곧 적자를 기록해 왔다. 2018년 7237억원 적자로 돌아선 이후 2019년에는 적자 규모가 1조6445억원으로 급증했다. 2020년에는 보험료 인상으로 적자 규모가 3799억원으로 축소됐다.
자동차보험의 흑자 전환 배경에는 코로나19 영향이 자리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거리두기 강화로 이동량이 줄면서 교통사고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를 근거로 최근 자동차보험료 인하 주장이 대두하면서 손보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워 왔다. 손보업계는 소규모 흑자를 둘러싸고 제기되는 보험료 인하 주장에 당혹스럽다는 반응이었다. 자동차보험의 흑자 전환은 어디까지나 코로나19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또 지난해 말 정비수가 인상으로 관련 비용 증가가 예상된다는 측면에서도 보험료 인하는 어렵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손보업계가 거둔 순이익이 1년 새 1조원 넘게 불어난 것으로 나타나면서 보험료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5개 손보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총 3조3986억원으로 전년 대비 51.3%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액수로 따지면 1조1526억원이나 증가한 규모다.
특히 손보사들이 확대된 이익을 발판으로 상당한 규모의 성과급을 지급하면서 논란은 한층 확대됐다. 삼성화재는 올해는 연봉의 평균 36%를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메리츠화재는 올해 성과급으로 표준연봉 대비 평균 40% 이상을 지급할 것으로 전망된다. DB손해보험 역시 표준연봉의 33%가량을 성과급으로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시민사회에서는 비난 여론이 빠르게 번졌다. 보험업계가 손해율과 저금리를 이유로 보장성 보험료 인상을 이어가는 와중 성과급을 확대하는 건 적절치 못하다는 비난이다.
금융소비자연맹은 "손해는 보험료를 올려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이익은 임직원이 나눠 갖는 것은 이율배반적 배신행위"라며 "보험료 인상을 멈추고 이윤을 소비자와 공유하는 조처가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