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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방송 뷰] 맥락 없이 부각되는 자극성…자유 누리는 OTT에 필요한 책임감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2.02.11 14:02 수정 2022.02.11 08:03

‘지금 우리 학교는’ 선정성 논란, 글로벌 순위 1위 뒤 어두운 이면

“넷플릭스 시리즈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여러 가지 표현 수위들을 조금 넓게 허용해줘 마음이 편했다. 넷플릭스 시리즈로 만들었기 때문에 생기는 좀비물 다운 재미들, 살아있는 장면들이 많을 것 같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을 연출한 이재규 PD가 제작발표회에서 한 말이다. 심의에 제약을 받는 TV 드라마들과 달리, 표현 수위에 제약이 덜한 OTT는 이를 무기 삼아 새로운 시도들을 이어왔다.


ⓒ넷플릭스

공개 10일 만에 넷플릭스 TV(비영어) 부문에서 역대 시청 순위 5위를 기록하며 글로벌 신드롬을 이끌고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은 이 PD의 말처럼, 섬뜩한 비주얼을 한 좀비들의 기괴한 활약상을 실감 나게 구현하며 서스펜스를 만들어낸다. 이 과정에서 학교 폭력 등 사회 문제를 적절하게 녹여내며 깊이감도 더한다.


그러나 공개 직후 국내에서는 ‘지금 우리 학교는’ 속 일부 장면이 지나치게 선정적이고, 폭력적이라는 문제가 제기됐다. 특히 학교 폭력을 묘사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피해 사실을 직접적으로 묘사해 ‘보기 불편했다’는 부정적 반응들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PD는 화상 인터뷰에서 “비극을 단순하게 보여줘서 시청자를 자극하고 그걸로 인해 더 많은 관객을 끌어들이려던 것은 전혀 아니”라며 “캐릭터에게 행한 행동이 얼마나 잔인한 것인지를 느낄 수 있었으면 했다. 기본적 설정값이 있어야 가능했고, 후에 캐릭터가 죽으려고 했던 상황까지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이 역시도 충분한 해명은 아니었다. 이미 지난 2018년 영화 ‘VIP’가 여성 성범죄 장면을 연출하는 과정에서 가해자의 악마성을 부각하기 위해 여성 피해자의 피해를 지나치게 적나라하게 다뤄 논란을 빚었고, 이에 박훈정 감독이 인터뷰 과정에서 “여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며 사과했다. 의도를 떠나 피해자들의 고통을 볼거리로 전락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표현 방식에 대한 깊은 고민과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이미 수년 전에도 있었던 것이다. 결국 이 PD의 답변은 해당 장면에 대한 필요성을 설득하지 못한 것과 다름없으며, 선정적 장면을 연출하는 과정에서 깊은 고민 없이 단순하게만 접근했다는 것이 드러난 셈이다.


‘지금 우리 학교는’만의 문제는 아니다. ‘오징어 게임’에서도 생존을 위해 몸을 이용하는 한미녀(김주령 분) 캐릭터나 권력자의 가구가 된 여성들이 등장했고, ‘과연 이 장면이 했을까?’라는 지적을 받아야 했다. 쿠팡플레이에서 공개 중인 ‘SNL 코리아’ 시리즈 역시도 과감한 풍자와 19금 개그로 이목을 끌었지만, 약자를 대상으로 삼아 희화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높은 수위의 표현이 가능하다는 것은 분명 OTT들의 장점이다. 이를 통해 TV에서 선보이지 못했던 새로운 장르를 선보이기도 하고, 색다른 표현으로 신선함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이를 악용하는 사례들이 이어진다면, 결국 이것을 장점으로만 볼 수는 없게 된다. 넷플릭스를 비롯해 각종 OTT들의 영향력도 이제는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커지고 있다. 누리는 자유만큼의 책임감을 가지는 것이 필요해진 시점이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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