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2022 무너진 민생치안 ②] 무늬만 자치경찰…공룡경찰 어떡하나
입력 2022.01.02 06:21
수정 2021.12.31 17:00
전문가 "형태만 변했을 뿐 국가경찰과 똑같은 업무…실효성·성과 없이 더 심각한 민생범죄만 야기"
"지자체별로 치안수요 다른 만큼 맞춤형 치안서비스 제공 권한, 지자체장에게 부여해야"
"수사, 정보 분야에만 우수 자원 집중 배치 지양…자치경찰 별도 채용 및 훈련, 전문성 키워야"
"공룡경찰 우려해 경찰 분산했는데, 힘 더욱 세지는 결과만 초래…차기 정권, 힘 분산해 균형 맞춰야"
지난해 7월 지방자치단체에 경찰권을 부여하고 경찰의 설치·유지·운영에 관한 책임을 지자체가 지는 자치경찰제가 시행된 지 반년이 지났다. 그러나 '생활밀착형 치안'을 목표로 야심차게 출범했던 자치경찰제는 올 한해 사건 현장 곳곳에서 드러난 경찰의 부실 대응 논란 등으로 숱한 과제만 안긴 채 비판여론에 직면해 있다.
전문가들은 자치경찰의 도입 후 형태만 변했을 뿐 이전과 비슷헌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면서, 특히 현장에 전문성이 부족한 인력이 배치된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장중심의 교육과 예산확보, 자치경찰의 개별 채용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차기 정부에서는 자치경찰을 국가경찰과 완전히 분리시켜 검경수사권조정 이후 '공룡 경찰'이라는 빈축을 사고 있는 경찰의 힘을 분산시켜야한다고 촉구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민생치안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자치경찰제가 도입됐지만 정작 국민의 안전한 삶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며 "겉모양만 변했고 경찰 내부 시스템은 그대로이기 때문에 변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달라진 점이 없기 때문에 도입 자체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목표했던 대목에 실효성과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오히려 더 심각한 민생범죄만을 야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자치경찰이 민생치안 위주의 업무만 담당하는 것이 아니고 기존의 국가경찰 사이에서 업무 분담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것이 큰 문제"라면서 "자치경찰제가 7월부터 시행됐어도 국가경찰과 똑같이 업무처리를 하고 있고 달라진 부분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지자체별로 치안 수요가 다 다르기 때문에 맞춤형 치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자체장에게 권한을 줘야 하지만 그런 권한도 없다"고 지적했다.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자치경찰제는 경찰 전체 시스템에서 자치경찰과 수사, 정보 분야 경찰이 분리되는 것"인데 "소위 말하는 수사, 정보 분야에만 우수 자원이 집중 배치돼있고 지역 경찰은 비교적 전문성이 떨어지는 인력들이 배치된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사법대학원장은 "자치경찰제의 도입 목적은 수요자 즉, 지역 주민들의 치안 수준에 잘 적용될 수 있는 경찰을 만들자는 것"이라며 "아직 6개월 밖에 되지 않아 잘 대응했는지 국민들이 평가하기에는 기간이 너무 짧다"고 강조했다.
임 원장은 이어 "그 지역에서 발생하는 범죄의 70%가 지역에 사는 범죄자에 의해 발생한다"며 "향후 주민들이 지향하는 지역 수요에 더 맞게 바뀌어 갈 것으로 확신하고 이 방향성에는 찬성한다"고 덧붙였다.
예산문제 해결을 통해 업무량에 따라 수당이 차별 지급된다는 충고도 잇따랐다. 이와 함께 차기 정부의 주요 과제로 비대해진 경찰의 힘을 고르게 분산하는 것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임준태 원장은 "자치경찰제는 지역별로 인사나 예산 문제에 있어 차이가 난다"며 "사건을 많이 처리하는 지역의 112에 수당을 차별화해서 지급하는 것 등을 집중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경우 도시마다 경찰의 월급이 다르다. 이들의 처우를 고려하지 않고 좋은 서비스를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부연했다.
이웅혁 교수는 "업무 능력이 우수하고, 창의적이며, 동기 부여가 잘 된 경찰관들을 지구대 현장에 우선 배치해야 한다"며 "또한 지구대에도 권한 부여를 하고, 현장 중심의 훈련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이윤호 교수는 "실질적인 자치경찰이 되도록 해야 한다"며 "각각의 지자체에 치안 수요에 맞는 맞춤형 치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권한을 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배 프로파일러는 "자치경찰을 별도로 채용하고, 이렇게 별도의 인적 구성을 통해 자치경찰에 맞는 훈련을 실시해 지역 경찰의 전문성을 키워나가야 한다"며 "지역별로 경찰 관련 예산이 다른 데 이 편차를 어떻게 줄어나갈 것인지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검찰의 힘을 빼는 과정에서 이른바 공룡 경찰이 될까봐, 경찰의 힘이 지나치게 비대해질까봐 이것을 우려해 경찰을 분산한 것인데, 힘이 더욱 세지는 결과만 초래했다"며 "차기 정권의 주요 과제는 경찰의 힘 분산으로 균형을 맞추는 것"이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