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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상상할지 두렵다" 대한항공 승무원의 심경

이지희 기자 (ljh4749@dailian.co.kr)
입력 2021.12.15 17:05
수정 2021.12.15 21:30

대한항공 승무원으로 추정되는 한 네티즌이 최근 항공사 승무원 유니폼 룩북(Look Book·패션 스타일을 보여주기 위한 사진 또는 영상 모음)으로 논란이 된 유튜버 B씨를 언급하며 속상한 심경을 드러냈다.


ⓒ논란이 된 유튜버 B씨

14일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상처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블라인드'는 본인의 회사 이메일을 통해 인증을 거쳐야만 글을 작성할 수 있다.


작성자 A씨는 "유튜버 B씨의 영상과 댓글들이 너무 상처다"라고 토로하며 "성적인 영상을 올린건 그 여자인데 온갖 희롱은 우리 회사 승무원들이 받고 있다"고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A씨는 "꿈이었던 대한항공에 어렵게 입사해 늘 최선을 다해 서비스 했고, 손님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항상 긴장했다"면서 "행여라도 회사 이미지를 실추시킬까 유니폼을 입었을 땐 말과 행동을 조심하고 또 조심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한 여성의 콘텐츠로 인해 대한항공 승무원들이 희롱을 받게 됐다는 것. A씨는 "왠 여자가 누가봐도 대한항공을 연상케 하는 유니폼을 입고 속옷 차림으로 스타킹을 신고 인스타그램에도 사진을 게시했다"며 그에 달린 성희롱 댓글을 나열했다.


A씨는 "그런데 다들 저게 뭐가 문제냐고 한다"며 "자부심가지고 열심히 일해 온 죄 밖에 없는데 왜 저런 희롱들을 받아야 하나, 앞으로 유니폼을 입을 때마다 나를 어떤 시선으로 볼지, 저런 댓글 다는 사람들이 속으로는 무슨 상상을 하고 있을지 두렵고 슬프다"고 토로했다.


ⓒ블라인드 캡처

앞서 유튜버 B씨는 지난달 2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승무원 룩북 / 항공사 유니폼 + 압박스타킹 코디'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시했다.


속옷만 입은 채 등장한 B씨는 블라우스와 스커트 등 승무원 유니폼 착용 과정을 8분 16초 분량의 영상에 담았다.


당시 A씨는 "승무원 헤어스타일과 메이크업을 전문 메이크업 아티스트에게 받았고, 의상들도 전부 제가 구매했다. 착용한 의상은 특정 항공사의 정식 유니폼이 아니고 유사할 뿐, 디자인과 원단이 다르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승무원이라는 특정 직업군을 선정적인 콘텐츠 소재로 삼았을 뿐만 아니라 특정 항공사를 연상시킨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누리꾼들의 설전이 시작됐다.


'특정 직업군을 성상품화 하고 있다' '속옷차림으로 시작하는 것부터 의도가 불순하다' 등 비난 의견이 있는가 하면 '대체 뭐가 문제냐' '잘 어울리기만 하다' 등 옹호하는 반응도 다수 나왔다.


ⓒ논란이 된 유튜버 B씨

논란이 거세지자 유튜버 B씨는 15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커뮤니티에 "“해당 영상에 달린 수천 개의 댓글 중 상당수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통신매체이용음란) 및 형법상 모욕죄 등에 해당할 수 있는 노골적인 내용과 표현을 담고 있어 엄연한 범죄에 해당한다는 자문 결과를 토대로 법적 대응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음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그 이유에 대해 B씨는 "의도와는 다르게 해당 영상이 저작자인 저의 동의 내지 허락 없이 무단으로 캡처되어 특정 커뮤니티에 악의적인 제목 및 내용으로 게시됐고 해당 게시글에는 성적수치심을 유발하는 내용 및 모욕적인 표현이 담긴 수천 개의 악성 댓글이 작성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계속해서 악성 댓글 증거를 수집하고 있으며 다른 커뮤니티나 소셜미디어(SNS) 등 기타 매체를 통한 확산 여부를 확인해 향후 추가적인 고소를 통해 더 이상의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막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한항공 측은 유튜버 B씨 및 해당 유튜버의 채널에 영상 삭제를 요청하고 있으며 법적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지희 기자 (ljh4749@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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