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D:이슈] 심형래·엄영수·임하룡도 외치는 ‘개그 부활’, ‘올드함 극복’은 과제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1.11.17 08:08
수정 2021.11.17 08:10

‘개승자’ 첫 방송 5%로 무난한 출발, ‘서바이벌’ 묘미는 ‘아직’

방송코미디협회, 웹 개그 콘텐츠 통해 OTT 시장 겨냥

1년 5개월 만에 부활한 지상파 코미디 프로그램 ‘개승자’를 비롯해 방송코미디협회가 콘텐츠 제작을 예고하며 코미디 부활을 노리고 있다. 다만 ‘개승자’의 박준형, 김준호, 김대희를 비롯해 심형래와 엄영수, 임하룡 등 기성 개그맨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나서면서, 올드함 극복이 숙제로 남게 됐다.


ⓒKBS

지난 13일 KBS2 ‘개승자’가 첫 방송을 시작했다. ‘개(그로) 승(부하는) 자(들)’을 뜻하는 ‘개승자’는 대한민국 대표 희극인들의 모여 개그 서바이벌을 펼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6월 ‘개그콘서트’ 페지 이후, 1년 5개월 만에 부활한 지상파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이다.


‘개그콘서트’가 사라진 이후 ‘개그 무대’ 부활을 꾸준히 외치던 개그맨들은 제작발표회 당시부터 남다른 의지를 표명했다. 박준형은 “코미디 프로그램을 워낙 기다리고 있었다.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남다른 감회를 표했으며, 김준호는 “개그맨 고용 문제가 조금 해결됐다는 게 기분이 좋다”는 감격을 전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 함께한 개그맨들 모두 다시 부활한 코미디 프로그램에 반가움을 표하며,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그러나 그들의 의지와 달리, ‘개승자’의 첫 방송은 많은 숙제들을 받은 회차가 됐다. 시청률은 5%로, 무난한 성적을 기록했으나 식상하다는 평가와 ‘개그콘서트’의 코너보다는 재밌다는 엇갈린 평가를 받은 것이다.


우선 첫 회에서는 이미 한 차례 실패를 경험한 ‘개그콘서트’의 추억을 반복적으로 상기하며 새로움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주지 못했다. ‘개그콘서트’가 사라진 이후 느낀 안타까운 감정을 또다시 언급하는가 하면,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코너 준비하는 과정을 담을 때에도 과거 의상을 입고 나오는 등 여전히 추억에 빠져있는 모습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새 카드로 내민 서바이벌의 묘미 또한 살리지 못했다. 앞서 언급한 서사들을 친절하게 녹여내느라 이날 방송에서는 2편의 코너 밖에 방송되지 못했고, 빠르고 긴장감 가득한 전개를 원했던 이들에게는 실망감을 안겨주게 됐다. 이미 익숙한 내용을 반복하느라 새 매력을 보여줄 기회를 놓친 ‘개승자’가 탄탄하고, 신선한 코너들을 선보이며 개그 부활을 이끌 수 있을지 우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대한민국방송코미디협회가 제작하는 웹 개그 콘텐츠 ‘우리는 개그맨이다 시즌1’ 또한 진부함을 벗는 것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지난 10월 동서울대학교에서 '개그맨들이 노는 판' 콘텐츠를 녹화해 60여 명의 코미디언들에게 기회를 제공했고, 어려운 상황에 있는 코미디언 선후배들을 돕는 프로젝트 코미디 '개그 챌린지' 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현장 공연과 TV 프로그램에서 벗어나, OTT 시장을 겨냥하겠다고 예고를 하기도 했다.


엄영수 협회장은 이 프로젝트를 가동하는 이유에 대해 “공중파 3사에 정통 개그 프로그램이 없어지며 코미디언들이 설자리를 잃었다”며 “코미디협회와 개그맨들이 직접 나서 기획하고 출연하는 다양한 개그 콘텐츠를 통해 대중들에게 웃음을 돌려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다만 이 프로젝트 역시도 우려의 지점은 ‘개승자’와 같다. 콘텐츠의 주축이 엄영수, 심형래, 임하룡, 김학래, 김수용 등 기성 개그맨들로, 올드함을 벗고, 새로운 개그를 보여줄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개그콘서트’ 폐지는 리얼 버라이어티와 관찰 예능 등이 새로운 흥행 코드로 떠오르면서 콩트 개그에 대한 선호도가 낮아진 상황적 한계도 물론 있었지만, 낮은 코너 완성도가 유발한 부진도 컸다. 1차원적 개그와 외모 비하와 같은 흐름에서 벗어난 개그들로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은 면도 있었다.


이후 우리 주변 어딘가에 있을 법한 느끼한 소개팅남 최준, 전 세계 팬들의 관심을 받는 아이돌 매드몬스터 등 각종 부캐(부캐릭터)를 만들어내며 유튜브에서 전성기를 맞은 김해준과 이창호, 곽범이 있었고, 최근에는 쿠팡플레이에서는 ‘SNL 코리아’가 신랄하면서도 유쾌한 현실 풍자로 리부트에 제대로 성공했다. ‘개그콘서트’ 이후 지금 대중들이 원하는 코미디를 보여주며 웃음을 선사한 개그맨들도 다수 있었다는 것이다.


코미디 무대에 대한 그들의 간절함과 의지을 드러내는 것도 물론 의미없는 일은 아니지만, 지금 대중들이 원하는 코미디는 어떤 것인지 고민해 이전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그리고 코미디 부활의 주축이 된 기성 개그맨들은 과거 영광을 되새기는 것이 아니라, 어떤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