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크레딧(56)] 김재성, 20대에 기타 세션으로 산다는 것
입력 2021.10.24 11:04
수정 2021.10.24 09:04
이봉근&적벽 팀원
플레이리스트에서 음악은 누군가에게 위로를, 누군가에게는 공감과 기쁨을 선사한다. 이 같은 노래 한 곡이 발표되기까지 보이지 않는 손들의 노력이 동반된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가수 외 프로듀서, A&R, 엔지니어, 앨범 아트 디자이너 등 작업실, 녹음실, 현장의 한 켠에서 노래가 나올 수 있도록 묵묵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봤다.<편집자 주>
기타 세션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재성은 이봉근&적벽에 속해 있는 일원으로, 김용진, 김도향, 박완 등 콘서트 무대에 서고, 현재 MBC 에브리원 '나를 불러줘' 하우스 밴드에서 기타를 연주하고 있다. 또 지금까지 빈첸 '플라잉 하이 위드 유'(flying high with you), '쇼미 더 머니' 조니쿼니 정규 1, 2접 외 다수 앨범 레코딩에 참여했다.
그가 기타를 손에 잡게 된 계기는 중학생 때 단순히 교회에서 연주하는 밴드에 대한 동경 때문이었다. 처음엔 드럼이 더 멋져 보였지만 부모님의 권유로 기타로 악기를 연주하게 됐다. 고등학생이 된 후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진로를 앞두고 고민에 잠겼다. 사실 기태 연주를 하고 싶었지만 확신이 서지 않았다.
고민을 지속하던 어느 날, 교회에서 '하나님께서 제가 이스라엘을 구원하는 것을 도와주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타작 마당에 양털 한 뭉치를 놓겠습니다. 양털에만 이슬이 맺히고 다른 땅은 모두 마르게 해 주십시오. 그러면 하나님께서 저를 쓰셔서 이스라엘을 구원하겠다고 말씀하신 것을 믿겠습니다'라는 성경 한 구절을 듣게 됐다. 그리고 어린 마음에 자신도 시험을 해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자기 전에 제가 기타를 업으로 삼는 게 맞는다면 오늘 밤 꿈에 무대 위에 서 있는 꿈을 꾸게 해달라고 했는데 정말 놀랍게 그날 예술의 전당 같은 2층 공연장에서 무대를 수평으로 바라보고 있는 꿈을 꿨어요. 꿈을 꾸고 너무 신나는 마음에 아침에 되자마자 진로를 결정하고 실용음악학과에 진학하기로 마음먹었어요.(웃음)"
세션이란 직업은 MBC '나는 가수다'에서 세션들이 포진돼 무대를 완성하는 것을 보고 알게 됐다. 운이 좋게 학과에 세션 활동을 하는 교수 아래서 기본적인 정보를 알게 됐다. 알면 알수록 세션이란 직업은 자신과 운명이라는 생각이 깊어졌다.
"연주자라고 하면 본인이 앞에 나가서 기량을 뽐내는 것을 좋아하는 분들도 많겠지만 저는 오히려 반대였어요. 제가 주도하기보다는 뒤에서 잘 받쳐주는 게 더 적성에 맞더라고요. 저와 딱 어울리는 직업인 거죠."
본격적으로 세션으로서 활동한 건 2018년, 제대 후 그의 스승 한재성의 부름 덕분이었다.
"입시학원 때 인연을 맺은 선생님께 매년 명절이나 스승의 날 때 연락을 드렸었어요. 그러다 선생님께서 '공연 한 번 하자'라고 먼저 말씀해 주셨죠. 학생 입장에서 선생님과 함께 공연한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 영광이었어요. 선생님이 제 역량을 인정해 주신 것 같았거든요. 거기에서 지금의 이봉근& 적벽과 처음 만나게 됐죠. 이후에는 이봉근&적벽에서 저에게 공연을 함께 하자고 제안을 해주셨고요. 저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간단한 공연인지 알고 갔는데 예술의 전당에서 하는 콘서트였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게 입봉이네요.(웃음) 그때 많이 틀려서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남았는데 예쁘게 봐주셨는지 다음에도 불러주셨어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이봉근&적벽의 팀원이 됐어요."
김재성은 유튜브 '세션맨 POP 빙구' 채널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덮친 후 음악 산업은 크게 위축됐고, 자연스레 그가 연주할 수 있는 기회도 적어졌기 때문이다.
"가수들은 앨범보다 공연 수익이 더 많은데 코로나로 공연이 취소되고, 그렇다 보니 음악 산업 전체가 생산이 줄어들었잖아요. 자연스럽게 저도 앨범 녹음이나 공연을 할 일이 적어졌고요. 타격을 많이 받았어요. 어떤 상황이든 누군가는 딛고 일어나는 사람이 있고, 쓰러지는 사람이 있기 마련인데 저는 전자가 되고 싶었어요. 이 상황에 내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하다 유튜브가 딱 눈에 들어왔죠. 네 달 정도 고민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하고 시작했어요."
그는 철저하게 기타 세션을 꿈꾸거나 기타를 연주하고 싶은 사람들을 타겟으로 삼았다. '구독자 기타 연주 피드백 개최', '기타 세션, 화려한 솔로보다 중요한 것', '힙합 기타 세션 무엇이 중요한가', '세션맨이 알려주는 어쿠스틱 기타 잘 치는 방법', '가성비 세션 기타 추천', 'K POP 아이돌 데모 기타 세션 중 기타 솔로' 등 영상들이 게재돼 있다.
"꾸준히 해보려고 해요. 댓글에서 도움이 된다는 이야길 들으면 보람도 느껴요. 그리고 유튜브를 보고 작업 제안이 오는 곳도 있어요. 괜한 걸 한 건 아니란 느낌이 들어요."
김재성은 입시를 고민했을 때 2층의 공연장에서 자신이 서 있던 꿈을 아직도 선명히 기억한다. 그리고 이 꿈이 목표다.
"제가 데자뷔를 많이 경험하기도 하고, 예전에 꿨던 꿈이 맞아떨어지는 경우가 있었어요. 그런데 기타를 업으로 시작하게 된 그 꿈은 아직도 제가 아직 마주치지 못했어요. 현실에서 그 꿈을 이룰 때까지 간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세션은 재기 발랄한 젊은 피보다 연륜과 내공이 있는 경력자들의 비율이 더 높다. 지금은 더욱이 코로나19 상황이라 신인이 자리를 잡기 어려운 구조다. 30대가 되지 않은 나이에 선배들과 함께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다.
"실력은 기본값이라 생각한 상태에서 제일 중요한 건 성실함과 감사한 마음을 지니는 것 같아요. 제가 어린 나이에 일을 시작했지만 저보다 연주를 잘 하는 사람은 정말 많아요. 그렇기에 그분들이 받아 갈 수 있었던 기회를 제가 대신 받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익숙하다고 대충 하는 것들을 경계하려고 해요. 지금 활동하는 세션 선배님들도 다 그럴 거라고 생각해요."
그는 자신의 연주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건강한 에너지를 얻어 갔으면 한다. 사람들에게 음악이란 수단으로 자신이 매개체가 돼 선한 영향력을 전하고 싶은 바람이다.
"제가 연주하는 음악은 저로부터 시작해 흘러가는 거잖아요. 그 음악을 듣는 분들께 긍정적인 힘을 주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