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그룹 영구채 10조 돌파…금리 인상 '부메랑'
입력 2021.10.21 06:00
수정 2021.10.20 11:00
신종자본증권 1년 새 74% 급증
금리 반등 본격화에 이자 부담↑
국내 4대 금융그룹이 발행한 영구채가 최근 한 해 동안에만 4조원 넘게 불어나며 1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영구채는 사실상 만기가 없는 특성 덕에 빚임에도 불구하고 자본으로 인정받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오래도록 비용을 감내해야 하는 양면성을 가진 채권이다.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로 자금 수요가 계속 늘어나면서 영구채 발행이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으로 금융권이 부메랑을 맞을 것이란 우려도 점점 커지는 모습이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개 금융그룹이 보유한 신종자본증권은 총 10조226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3.7%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액수로 따지면 4조3377억원에 달하는 증가폭이다.
신종자본증권은 상환 만기가 아예 없거나, 혹은 만기가 도래하더라도 당초와 동일한 조건으로 상환을 무한정 미룰 수 있는 채권이다. 이처럼 상환을 계속 미룰 수 있는 채권이란 특성을 담아 통상 영구채로 불린다.
금융그룹별로 보면 우선 신한금융의 신종자본증권이 3조3345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92.6%나 급증하며 최대를 기록했다. KB금융의 신종자본증권 역시 2조5697억원으로 222.0% 급증했다. 하나은행도 2조2274억원으로, 우리금융은 2조947억원으로 각각 33.9%와 23.5%씩 신종자본증권이 증가했다.
이 같은 영구채 확대 배경에는 코로나19 여파가 자리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충격 장기화하면서 대출을 받으려는 가계와 기업이 줄을 잇는 와중, 금융사가 이를 소화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유동성 확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신종자본증권은 금융사의 자본력 관리 차원에서도 활용성이 크다. 발행하는 회사가 만기를 정할 수 있는 구조 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책정되는 만큼, 금융사는 재무 지표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쌓여가는 비용 압박 '숙제'
문제는 영구채로 인해 금융사가 져야 할 짐의 무게도 상당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영구채는 자본력을 직접 끌어올릴 수 있는 대신 이자가 만만치 않은 채권이다. 조사 대상 금융그룹들이 신종자본증권에 책정하고 있는 금리는 연 3%대 초반에서 최고 5%대 후반에 이른다.
이런 와중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고 있는 현실은 금융권의 압박감을 한층 키울 전망이다. 금리가 오를수록 지급해야 할 채권 이자도 함께 늘어날 수밖에 없어서다.
한국은행은 지난 8월 기존 0.50%였던 기준금리를 0.75%로 0.25%p 올렸다. 한은의 금리 인상은 2018년 11월 이후 2년 9개월 내 처음이다. 금융권은 오는 11월로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신종자본증권 확대에 따른 이자 부담은 이미 눈에 띄게 몸집을 불리고 있는 실정이다. 조사 대상 금융그룹들이 올해 상반기에 지급한 신종자본증권 이자는 총 150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4.0% 증가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감당해야 할 이자가 당장은 얼마 되지 않아 보일수도 있지만, 만기가 정해져 있지 않다는 측면을 감안하면 장기적으로 이익 체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