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th BIFF] '푸른 호수' 저스틴 전, 한국계 미국 입양인을 위한 '호소'
입력 2021.10.12 12:32
수정 2021.10.12 12:33
13일 개봉
영화 '푸른 호수'의 저스틴 전 감독이 미국 내 한국 입양인들의 강제 추방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12일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인 '푸른 호수'의 저스틴 전 감독 온라인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푸른 호수'는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입양됐지만 억울한 이유로 강제 추방 위기에 놓인 남자 안토니오(저스틴 전)와 그 가족의 처절한 현실을 담은 영화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 '월드 시네마'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저스틴 전 감독은 "아름다운 영화제에 초청돼 영광"이라며 "과거에도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돼 한 번 방문한 적이 있는데 아름답고 인상적이었다. '월드 클래스'라는 수식어에 맞는 축제였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아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뿐"이라고 초청 소감을 밝혔다.
그는 '푸른 호수'에서 주인공 안토니오의 이야기를 통해 한국계 미국인의 애환을 그려냈다. 저스틴 전 감독은 이 소재를 다룬 이유에 대해 "나를 이 이야기에서 분리할 수 없다. 한국 사람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내가 성장하면서 항상 생각을 했던 것"이라며 "나는 백인들 사이에 둘러싸여 살고 있는 한국계 미국인으로 항상 질문이 있었다. 내가 여기 있을 수 있는 것인가, 내가 왜 여기 있는가라는 생각을 하는데, 이런 질문들을 많이 하게 된다. 우리가 뿌리가 있을 텐데 미국 토양 안에서 삶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인가, 뿌리는 어디 있나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영화는 보호받지 못하는, 한국계 입양인들의 강제 추방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며 문제의식을 느끼게 한다. 저스틴 전 감독은 "입양이 된 후 미국에서 살았지만 23년 뒤에 서류 하나 빠졌다고 해서 '너는 미국인이 아니다'라고 할 수 있나라고 생각했다"라며 "9명의 추방을 앞둔 입양인들과 인터뷰를 했다. 미국 내에서 일어나는 입양 관련 이슈를 보며 불공평하다고 여겼다. 나를 원하지 않는 나라, 거부한 나라에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또 다시 한번 너는 여기 있으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 심적으로 큰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이 영화를 가지고, 이 문제를 알리고 이 법이 말도 안 된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고 의도를 밝혔다.
한국계 입양인은 물론, 베트남 난민 출신 파커의 이야기를 담은 것도 저스틴 전 감독의 의도였다. 그는 "꼭 넣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건 베트남 사람들의 스토리였다. 그건 내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미국영화에서 보면 보통 아시아인이라고 하면 한국이나 일본, 중국계 미국인, 딱 한 인종만 등장한다. 이런 영화들을 보면서 왜 다양한 아시아 인종이 허용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어떤 한 민족이 또 다른 민족과 비교되거나 서로 뭔가를 교훈을 얻거나 교감을 하거나 그런 모습을 왜 보지 못할까, 왜 그런 자유가 없을까가 내게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푸른 호수'는 한국계 입양인 아담 크랩서의 사연을 동의 없이 도용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저스틴 전 감독은 영화를 구성하게 된 과정을 설명하며 이를 간접적으로 해명했다.
그는 "많은 분들의 이야기를 접했다. 범죄 경력이 있는 분들도 있었고, 여러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다. 리서치를 하다가 중요하다고 느꼈던 게 안토니오를 완벽한 사람으로 만들지 말자, 결함이 있는 인물로 만들자는 것이었다"며 "입양인 다섯 분들을 꾸준히 만나며 이야기했다. 이야기가 발전될 때마다 피드백을 주셨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처음 9명의 추방을 앞둔 입양인을 만나며 들은 그들의 목소리가 다 녹아들어 갔다. 다 섞이게 됐다. 처음에는 엔딩도 달랐다. 그들에겐 희망 자체가 없었기에 관객들에게 현실과 다른 것을 보여준다면, 안 될 것 같다고 해주셨다. 제작자들은 만류했지만 진정성이 가장 중요했다"고 진정성을 강조했다.
한편 '푸른 호수'는 국내에서는 13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