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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영화 뷰] 새 도전 택한 영화감독들, 쉽지만은 않은 드라마 문법 적응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1.09.28 12:59
수정 2021.09.28 13:00

‘인간실격’, ‘멜로가 체질’ 이어 평이한 전개로 호불호

‘오징어게임’ 늘어지는 서사 지적

허진호 감독부터 황동혁, 한준희 감독까지. 충무로의 대표 감독들이 드라마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JTBC

영화 ‘봄날은 간다’, ‘8월의 크리스마스’, ‘행복’, ‘호우시절’ 등 걸출한 멜로 영화를 남긴 허 감독은 현재 JTBC 주말드라마 ‘인간실격’을 통해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다. 허 감독의 드라마 진출 소식이 알려지자, 영화에서 보여준 애틋한 멜로 감성이 긴 호흡의 작품에서는 어떤 영향력을 발휘할지 기대의 시선이 이어졌었다.


영화 ‘도가니’, ‘수상한 그녀’, ‘남한산성’의 황 감독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으로 국내와 해외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으며, 앞서 ‘차이나타운’과 ‘뺑반’을 연출했던 한 감독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디피’(D.P.)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다. 이 외에도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이 지난해 tvN 드라마 ‘방법’을, ‘끝까지 간다’, ‘터널’의 김성훈 감독이 지난 2019년부터 ‘킹덤’ 시리즈를 통해 넷플릭스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다.


비단 최근 시작된 흐름만은 아니다. 과거에도 영화감독들이 드라마에 진출하는 사례는 종종 있었다. 지난 2006년 ‘고스트맘마’, ‘하루’의 한지승 감독이 드라마 ‘연애시대’를 연출하면서 영화감독의 드라마 진출 물꼬를 텄다. 이혼 이후에도 사랑의 끈을 놓지 못하는 두 남녀의 사랑을 그린 멜로드라마로, 이혼 부부의 애틋한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내며 공감을 자아냈다. 시청률 또한 10%대의 무난한 수치를 기록하며 좋은 선례를 남겼었다.


이후 2009년 ‘바람의 파이터’,‘ 홀리데이’ 등을 연출한 양윤호 감독이 KBS2 드라마 ‘아이리스’를 통해 3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배우 이병헌, 김태희 주연의 이 드라마는 제2차 한국 전쟁을 막기 위해 목숨을 걸고 임무를 수행하는 첩보원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었다. 강도 높은 액션신은 물론, 짜임새 있는 전개로 웰메이드 첩보물이라는 평가를 받았었다. 특히 화려한 액션신을 선보인 양 감독은 시청자들에게 ‘영화 같았다’는 평을 끌어내기도 했다.


장르물 마니아들을 겨냥한 OCN이 이 흐름을 이어받았다. 영화와 드라마의 포맷을 접목시킨 드라마틱 시네마가 대표적인 예다. 박신우 감독의 ‘트랩’, 이창희 감독의 ‘타인은 지옥이다’가 탄탄한 전개에 영상미를 가미해 완성도 높은 장르물을 선보인 바 있다. 두 프로그램 모두 4% 내외의 안정적인 시청률과 함께, 완성도에 대한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었다.


최근에는 OTT의 성장도 영화감독들의 드라마 진출을 가속화시켰다. 드라마의 장르, 분량, 형태가 자유로워진 것은 물론, 코로나19 장기화로 영화계가 위축되면서 영화감독들도 드라마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다만 양 감독의 ‘아이리스’나 최근작인 ‘디피’의 한 감독처럼, 기존 드라마들의 표현 한계를 깨고 완성도 높은 연출력을 보여주며 긍정적 사례를 남기는 경우도 있지만 드라마 문법에 적응하지 못해 지루함을 유발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인간실격’의 허 감독이 대표적인 예다. 아무것도 되지 못한 채 길을 잃은 여자 부정(전도연 분)과와 결국 아무것도 못 될 것 같은 자기 자신이 두려워진 남자 강재(류준열 분) 이야기를 담는 이 드라마는 첫 회 이후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첫 방송은 4.2%를 기록하며 기대감을 입증했지만, 2회에서 3.8%를 기록하더니 8회까지 방송된 현재 1~2%대를 오가며 고전 중이다. 허 감독 특유의 감성적인 분위기는 분명 하지만 전도연과 류준열의 열연에도 불구, 두 사람의 흔들리는 내면에 집중한 이 드라마는 다소 늘어지는 전개로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2시간 내외 멜로영화에서는 두 사람의 애틋한 감정만으로도 집중력 유지가 가능했지만, 다음 회차를 또 보게 만드는 흡입력은 다소 부족했던 셈이다.


지난 2019년 ‘극한직업’으로 1600만 관객을 사로잡았던 이병헌 감독도 드라마 ‘멜로가 체질’도 유사한 혹평을 받은 바 있다. 서른 살 여자 친구들의 고민, 연애, 일상을 그린 ‘멜로가 체질’은 이 감독 특유의 말맛이 살아있고, 청춘들의 공감을 유발할만한 디테일도 충분했지만, 16부작까지 끌고 가기엔 지나치게 일상적이고 소소한 이야기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1% 대의 낮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초라하게 퇴장했었다.


현재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는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도 한국형 데스게임 장르의 진수를 보여주곤 있지만, 서사의 템포 조절에는 실패했다는 일부 시청자들의 지적이 있다. 국내 시청자들에게 호불호가 갈리는 가장 큰 이유는 캐릭터들의 서사가 지나치게 친절하고, 상세하게 담겨 전개의 속도감을 늦춘다는 것이었다. ‘오징어게임’은 9부작으로 앞선 드라마들보다는 회차가 짧았지만, 그럼에도 긴 호흡을 채울 만한 풍성한 서사는 부족했던 것이다.


2시간 내외의 짧은 시간 안에 서사를 압축해 흥미를 끌어내는 것과 이야기를 길게 끌고 가면서도 매회 새로운 흥밋거리를 던져주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완성도와는 별개로 영화 관객들의 이목을 끄는 것과 드라마 시청자들의 흥미를 유발하는 것은 분명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준익 감독을 비롯해 박인제, 홍종찬 감독 등 다수의 스타 감독들이 드라마 진출을 앞두고 있지만, 이들 역시도 드라마 시청자들이 요구하는 전개 방식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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