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금융권 6060억 화천대유에 흘러 들어갔다…거액대출 배경은 의혹?
입력 2021.09.28 09:59
수정 2021.09.28 17:03
3년간 4%대 중반 금리 계약
개발 잭팟에 금융권도 '한몫'
국내 금융사들이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받는 화천대유자산관리에 내준 대출이 6000억원에 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화천대유에게 돈을 빌려줄 당시 일반적인 은행 기업 대출보다 1%p 넘게 높은 금리를 약속 받은 덕에 이자 수익만 500억원에 육박할 것이란 추산이다.
유래를 찾기 힘든 부동산 개발 수익으로 논란이 커지고 있는 화천대유를 둘러싸고 금융권도 한 몫을 쏠쏠히 챙길 수 있었던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화천대유는 2018년 9월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 IBK기업은행, Sh수협은행, NH농협생명, 동양생명, 하나생명, DB손해보험, 미래에셋캐피탈 등 9개 금융사에서 3년 계약으로 총 6060억원을 대출 받았다. 건수로는 모두 17건이다.
액수별로 보면 하나은행이 225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농협은행 710억원 ▲기업은행 700억원 ▲동양생명 700억원 ▲DB손보 700억원 ▲수협은행 400억원 ▲농협생명 300억원 ▲미래에셋캐피탈 200억원 ▲하나생명 100억원 순이었다.
연 대출 금리는 계약에 따라 4.75% 혹은 4.25%로 매겨졌다. 농협은행의 210억원짜리 대출 한 건만 18.00%의 고금리가 책정됐다. 다만 농협은행은 해당 계약의 경우 다른 자산운용사에서 구성한 펀드와 관련된 자금으로, 수탁 은행 역할만 맡았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당시 은행권의 통상적인 대출 금리를 상당 폭 웃도는 수준이다. 2018년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기업 대출 평균 이자율은 3.30%였다.
대출 총액과 금리를 감안하면 해당 금융사들은 대출 첫 해에만 화천대유로부터 300억원이 넘는 돈을 이자로 받았을 것이란 계산이다.
다만 화천대유가 해마다 꾸준히 원금을 상환했고, 변동금리 계약에 따라 이자 부담을 점차 줄여 왔다. 실제로 화천대유의 금융사 차입 계약들의 연 금리는 지난해 들어 3%대 초중반까지 낮아졌다.
이런 변화를 감안해도 해당 금융사들이 그 동안 화천대유로부터 받은 이자는 500억원에 가까울 것이란 추정이다. 화천대유는 이번 달 대출 만기를 앞두고 관련 차입금을 전부 상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 자금 동원력 배경 '관심'
화천대유가 금융권 대출을 끌어 쓴 2018년은 대장지구의 시행사 선정 작업이 끝나고 아파트 분양이 시작되던 해다. 대규모 공공 개발의 사업권이 담보 역할을 한 셈이다.
화천대유는 성남시에서 대장동 개발에 대한 민간 사업자 공모를 냈던 2015년에 설립됐다. 그리고 포스코건설, 대우건설 등과 개발 용지에 대한 시공 계약을 맺었고, 지난해 매출이 6971억원, 당기순이익이 1734억원까지 치솟았다. 출자금이 5000만원에 불과한 작은 회사인데다, 부동산 사업 경험도 전무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래저래 이목을 끌 수밖에 없는 성장세다.
결국 화천대유의 놀라운 수익률이 금융사들에게도 막대한 이자를 안긴 형국이다. 금융권에서는 대장동 사업의 구조 상 돈을 빌려주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평이 나온다. 하지만 신생 회사가 일시에 거액의 대출을 받을 수 있었던 배경을 두고 의구심이 담긴 목소리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는 공공개발 사업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하면 금융사가 시행사에 대출을 내주는 건 통상적인 일"이라면서도 "업계 내 사업 연혁은 물론 알 만한 전문가도 드러나지 않은 시행사가 일거에 다수의 금융사로부터 수천억원의 대출을 끌어 쓸 점은 눈길이 가는 대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