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억 FA’ 민병헌 은퇴…먹튀라 비난할 수 없다
입력 2021.09.27 00:00
수정 2021.09.26 21:11
계약 마지막 해 앞두고 전격 은퇴 선언
건강 이상으로 유니폼 벗는거라 아쉬움 커
지난 4년간 롯데 유니폼을 입었던 민병헌(34)이 은퇴를 선언했다.
민병헌은 26일 현역 은퇴를 최종적으로 결정, "선수 생활 종반을 롯데에서 보낼 수 있어 행복했다. 구단에 조금 더 보탬이 되고 싶었는데 매우 아쉽다"며 "그동안 아낌없는 사랑과 많은 성원 보내주신 팬들에게도 정말 감사하다"고 은퇴 소감을 전했다.
2006년 두산에서 데뷔한 민병헌은 15시즌 통산 1438경기에 나와 타율 0.295 99홈런 578타점을 기록한 외야수다.
2018년 FA 자격을 얻은 뒤에는 롯데와 4년간 80억 원의 대박 계약을 체결, 올 시즌까지 총 4년간 342경기에 나와 타율 0.286 28홈런 134타점을 기록했다.
커리어 전체를 논할 때 민병헌은 준수했던 외야수로 기억된다. 민병헌은 15년간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 스탯티즈 기준)에서 통산 24.97을 적립, 역대 외야수들 중 38위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40년 역사의 KBO리그에서 외야수 38위의 기록은 의미 있는 족적을 남겼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민병헌에 대한 평가가 엇갈릴 수밖에 없는 이유는 FA 이적 후 행보 때문이다.
민병헌이 FA 자격을 얻었던 2017시즌 종료 후는 FA 시장의 몸값 거품이 절정으로 치달을 시기였다.
여기에 강민호를 놓쳤던 롯데의 다급했던 사정까지 겹쳐지며 민병헌은 그해 FA들 중 최대 수혜자로 떠오를 수 있었다. 그가 4년간 80억 원의 초대형 계약을 맺은 배경이다.
과도한 액수라는 지적이 잇따랐으나 계약은 성사됐고 민병헌은 연평균 20억 원을 받는 대형 선수로 분류되며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롯데 이적 후 2년간은 3할 타율을 기록하며 제몫을 다했다.
그러나 건강에 이상이 생긴 이후 2020년부터는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며 급격한 내리막을 걸었고 계약 마지막 해였던 올 시즌에는 고작 14경기만 뛴 뒤 은퇴를 선언했다.
롯데 팬들 입장에서 민병헌은 ‘먹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민병헌의 속사정이 공개된 상황에서 무작정 그를 비난할 수만도 없다.
자기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누적된 혹사로 인해 부진 또는 부상에 시달렸던 여타 ‘먹튀’들과 달리 민병헌은 생명에 위협을 받을 정도의 질병으로 방망이를 내려놓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실패한 계약임에는 분명하며 민병헌 입장에서도 명예를 회복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못할 정도로 다급했던 은퇴 선언이다. 선수 본인도, 팬들도 안타까움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은퇴 결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