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2년 주기로" FIFA 파격안에 UEFA 반발…파워게임 양상
입력 2021.09.09 21:17
수정 2021.09.09 21:18
챔스와 네이션스리그로 영향력 커진 UEFA, FIFA에 반기 들어
월드컵으로 위상 강화하려는 FIFA와 '유럽 축구' 가치 앞세운 UEFA 이해 충돌
FIFA 월드컵 주기 단축 배경에 '수익 극대화' 속셈 분석도 제기
국제축구연맹(FIFA)이 월드컵 개최 주기를 2년(기존 4년)으로 변경하는 파격안을 추진한다.
잔니 인판티노 회장은 9일(한국시각) 로이터통신 등과의 인터뷰를 통해 "월드컵 2년 개최를 올해 안에 확정할 예정이다. 2024년까지 A매치 일정이 확정된 상황이라 올해 승인이 되어야 차기 월드컵 일정을 짤 수 있다"고 말했다.
참고로 2018 러시아월드컵에 이어 2022년(카타르)과 2026년 월드컵(캐나다·미국·멕시코)까지 개최 일정이 확정돼 있다.
100년에 가까운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FIFA 월드컵은 최근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조별리그 방식 등 작은 변화를 넘어 개최 시기, 참가국 수 증가에 이어 이제는 개최 주기까지 손을 대고 있다.
FIFA 관계자가 된 아스날 전 감독 아르센 벵거도 앞장서고 있다.
벵거 글로벌 축구 발전 책임자는 "4년 주기를 바꾸는 것에 대한 반감을 이해한다. 하지만 선수들이 싫어하는 것은 의미 없는 경기들이다. 현재 유로대회를 보면 55개국 중 24개국이 본선에 진출하는데 친선전과 예선전은 팬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회의 가치와 명예를 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경기 퀄리티다. 우리는 최고의 대회들을 만들어야 한다. 주기가 짧아져 희소성이 떨어진다는 생각이라면, 월드컵은 10년에 한 번 치러야 한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인판티노 회장까지 공개적으로 2년 개최 추진을 발표했다. 더 많은 국가에 월드컵 참가 기회를 주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2026년부터 개최국이 48개로 증가하는데 개최 주기가 2년으로 짧아지면 더 많은 국가가 월드컵에 참가할 수 있다. 이는 인판티노 회장이 지향하는 지점과 맞닿아있다.
이를 두고 ‘수익 극대화’를 위한 FIFA의 계산이 깔려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올림픽과 달리 월드컵은 여전히 많은 국가들이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사우디, 중국, 호주 등 넘쳐나는 손님을 빨리 받기 위해 FIFA가 주기 조정을 추진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 대해 벵거 책임자는 “(2년 주기 개최는)경제적인 것과는 관련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추진 배경과 속내가 어떻든 파격적인 개혁안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매우 크다.
가장 반발하는 집단은 유럽축구연맹(UEFA)이다. 알렉산드르 체페린 회장은 "월드컵을 2년마다 개최하면 대회 권위가 떨어지고 가치도 희석될 것"이라며 유럽의 프로축구클럽들의 반대의사를 함께 전했다. 또 “잦은 월드컵으로 선수들이 매년 여름 엄청난 체력 소모에 시달릴 것”이라는 우려도 보탰다.
지난 4월까지만 해도 FIFA와 한 몸이 된 듯, 빅클럽들 주도의 ESL리그 창설을 적극 저지했던 UEFA는 월드컵 개최 주기 단축에 대해서는 격렬히 반발하고 있다. 이는 일종의 파워게임으로 요약할 수 있다. 월드컵이라는 강력한 무기로 세계 축구계에서 최고의 자리를 다지려는 FIFA와 UEFA 챔피언스리그와 UEFA 네이션스리그로 유럽을 넘어 세계 축구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거대 축구 조직의 이해가 충돌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라운드에서 뛰어야 하는 축구 선수들의 반응과 월드컵을 존재하게 하는 근원인 축구팬들의 여론이 어떻게 흘러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