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학교의 눈물 ①] 목숨 건 장난, 기절놀이…동전·수술 게임, '싸지'서 SNS로 옮겨간 학폭

안덕관 기자 (adk@dailian.co.kr)
입력 2021.08.03 05:22 수정 2021.08.02 21:16

장윤성 "기절놀이, 피가 뇌로 흐르지 않아 저산소 상태서 뇌손상 유발할 수도"

"깨어나도 몽롱한 상태서 균형잡지 못해 뇌진탕 겪을 수도"

떼카, 카톡감옥 등 코로나 속 사이버 학교폭력 극성…피해 학생들, 집에서조차 숨을 수 없어

학교폭력. ⓒ게티이미지뱅크 학교폭력. ⓒ게티이미지뱅크

학교폭력의 폐해가 아동학대 만큼이나 심각하다. 참혹한 시신이 발견되거나 믿기 어려울 정도의 잔혹한 사연들이 전해질때만 언론들이 호들갑을 떨어 어쩌다 가끔 있는 일처럼 여겨지지만, 학교폭력은 어른들의 무관심과 외면 속에 우리 주변에 항상 독버섯처럼 기생하며 우리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유린하고 있다.


지난 13일 인터넷에 퍼진 한 영상에는 남학생 1명이 피해 남학생을 뒤에서 붙잡고 목을 조르는 모습이 담겼다. 이른바 기절놀이다. 피해 학생은 상대가 풀어주자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지만 주변의 나머지 학생들은 재미있다는 듯이 지켜보기만 했다.


학생들은 출동한 경찰에 장난친 것에 불과하다고 항변했다. 피해 학생도 장난이었다고 맞장구치자 경찰은 이 사안을 심각하게 다룰 수 없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절놀이가 자칫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위험한 장난이라고 지적했다.


장윤성 마취통증학과 전문의는 "기절놀이는 심장에서 목을 통해 머리로 올라가는 경로를 압박하는 것"이라며 "피가 뇌로 흐르지 않아 저산소 상태가 오래되면 뇌손상을 겪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깨어나도 순간 발을 헛디뎌 바닥이나 벽에 머리를 찧으면 뇌진탕을 겪게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조정실 학교폭력피해자 가족협의회 회장은 "억지로 기절놀이를 하다가 다친 학생의 부모가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가 종종 접수된다"며 "목이 막혔다가 풀리는 순간 몽롱한 상태가 돼서 균형을 잡지 못해 머리를 다치는 경우가 많다"고 경고했다.


장난을 가장한 학생들의 목숨을 건 놀이는 이 뿐만이 아니다. 구멍을 뚫은 500원에 낚싯줄을 끼워 목 안에 넣었다가 빼내는 '동전게임', 수술 흉내를 낸다며 칼등으로 팔이나 다리를 긋는 '수술게임' 등 다양한 유형의 학교폭력 피해 사례가 존재하고 있다. 조 회장은 "모두 예전부터 자행되던 선배들의 행위를 후배들이 모방하면서 이어져 내려온 것"이라며 "문제가 생기면 잠잠해지다가 다시 유행처럼 번진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싸지'(싸움을 뜻하는 은어)라는 학교폭력도 벌어지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 한 중학생 이모(16)군은 "센 애들이 약한 애들을 골라 억지로 주먹질하게 만들고 재밌다고 웃으며 핸드폰으로 찍어 페이스북에 올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담임 교사에게 걸려도 오히려 피해 학생들이 장난이라며 주변을 감싸고 돌아 영상삭제 조치 정도에 그친다고 한다. 이 학생은 "주변에서 ‘너도 해볼래?’라고 권유하는데 그때 끼지 않으면 겁많고 소심한 애로 소문이 나고 이후엔 왕따로 찍힌다"며 "보복이 두렵고 무서워서 싸우게 되고 나중엔 가해 학생을 지켜주게 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사이버 학교폭력. ⓒ게티이미지뱅크 사이버 학교폭력. ⓒ게티이미지뱅크

전문가들은 이런 신체적 괴롭힘이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섰지만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제는 학교폭력 무대가 사이버 공간으로 이동하면서 가해 유형도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대면 수업이 줄어들면서 인터넷을 통한 욕설, 놀림, 협박 등 사이버 학교폭력에 희생되는 학생들도 증가하는 추세다. 푸른나무재단은 전국 17개 시·도 청소년 6230명을 대상으로 '전국 학교폭력·사이버폭력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사이버 폭력을 당했다고 응답한 비율이 지난해 16.3%로 전년(5.3%)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유형도 다양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카카오톡 채팅방에 왕따를 초대하고 단체로 욕을 퍼부으며 심리적으로 상처를 주는 '떼카'가 지목된다. 이는 피해 학생이 나가더라도 계속 채팅방으로 초대하는 '카톡감옥'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피해 학생만 남기고 모두 채팅방에서 퇴장해 소외감을 느끼게 하는 '방폭'도 있다.


교내 따돌림은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는 SNS로 이어지기도 한다. 서울 성북구 한 고등학생 김모(17)양은 "왕따를 당하는 친구 페이스북에 반친구들이 단체로 전체공개 욕을 퍼붓거나 프로필 사진을 비난하고 조롱하는 등 댓글 100여개가 달린 것을 본 적 있다"며 "페이스북을 비공개로 전환하자 다음날 학교에서 왕따를 주도하는 애들이 면전에 대고 욕을 했다"고 전했다.


친구 사진을 합성해 성희롱을 일삼는 등의 사이버 성폭력 문제도 새롭게 대두되고 있다. 서울 서초구 한 고등학생 김모(18)양은 "작년에 반 남학생들이 친구 카카오톡이나 SNS 프로필 사진을 캡처한 뒤 인터넷에 떠도는 나체사진을 합성해 돌려본 일이 있었다"며 "주도한 남학생은 퇴학 처분을 받았지만 친구는 충격이 너무 심해 전학을 갔다"고 했다.


조 회장은 "학교폭력이 점점 교묘해지고 잔혹할 정도의 범죄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면서 “특히 사이버 폭력은 실시간으로 가해지는 데다가 피해 학생들이 집에서조차 숨을 공간 없이 내몰리게 돼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걱정했다.

안덕관 기자 (ad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