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암보험 분쟁 해소…'일석삼조' 나비효과
입력 2021.07.15 06:00
수정 2021.07.14 11:08
금융당국 중징계 명분 사라져
신사업 진출 걸림돌 제거 전망
삼성카드 마이데이터도 청신호
삼성생명이 요양병원 입원비를 두고 암보험 가입자들과 1년 넘게 끌어온 분쟁을 끝내면서 잠재된 경영 리스크를 일거에 해소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의 중징계 명분이 사라지면서 재제를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데다, 이에 힘입어 신사업 확장에도 본격적으로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더 나아가 자회사인 삼성카드가 난항을 겪고 있는 마이데이터 사업 인가에도 이번 결정이 물꼬를 터줄 것이란 관측까지 더해지면서 삼성생명이 일석삼조의 효과를 누리게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서초동 삼성생명 본사 앞에서 지난해 1월부터 점거 농성을 벌여 왔던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 환우 모임(보암모)'는 최근 사측과 논의 끝에 시위를 종료했다. 협상 조건은 양측의 합의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다.
삼성생명과 보암모는 암 입원비 미지급을 두고 대립각을 벌여왔다. 문제의 발단은 암보험 약관의 애매한 표현이었다. '암의 치료를 직접 목적으로 하는 입원'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이냐를 두고 해석이 엇갈리면서다.
요양병원 입원을 해당 약관의 보장 대상인지를 두고 삼성생명과 보함모의 시각차는 상당했다. 민원인들은 요양병원 입원도 암 치료의 연장이라며 암 보험금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삼성생명은 암 수술 뒤의 면역력 강화나 연명치료 등을 위한 요양병원 입원은 암의 직접 치료로 볼 수 없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해 왔다.
◆제재 경감 기대감↑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결국 양측이 최종 합의에 도달하면서 삼성생명에 대한 금융당국의 징계 수위가 낮아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삼성생명에 대한 종합검사 결과를 토대로 암 보험금 지급과 관련해 중징계인 기관경고를 통보한 상태다. 최종 결정권을 쥔 금융위원회는 아직까지 판단을 내리지 않고 있다.
은행과 증권사의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논란을 둘러싼 제재 사례는 소비자 분쟁 해결이 징계 수위 조절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중단 사태로 기관경고를 받았던 신한금융지주는 투자자 피해 구제 노력을 인정받아 경징계인 기관주의로 제재 수위를 낮추는데 성공했다. 개인간거래 대출업체 팝펀딩과 연계한 펀드의 관리 부실로 기관경고를 통보받았던 한국투자증권 역시 피해자들에게 투자원금 전액 보상안을 내놓은 이후 기관주의로 징계가 조정됐다.
제재 완화가 현실화할 경우 삼성생명은 경영상 부담을 상당히 덜 수 있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관경고 시 삼성생명은 물론 자회사까지 향후 1년 간 금융당국의 인·허가가 필요한 신사업 분야에 진출할 수 없게 되는데, 기관주의가 되면 이런 족쇄에서 벌어날 수 있어서다.
당장 해외 자산운용 투자를 강화하기 위해 지난 달 삼성생명이 영국 부동산운용사 세빌스IM 지분 25%를 인수한 건은 금융당국의 승인이 필요한 사안이다. 또 삼성카드가 금융당국에 신청한 마이데이터 예비허가도 대주주인 삼성생명이 제재 절차를 밟고 있다는 이유로 중단돼 있는 실정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암보험 가입자들과의 분쟁과 이로 인한 금융당국의 중징계가 각종 신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삼성생명의 상황이 보함모와의 협상에 주요 배경으로 작용했을 것"이리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