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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착오 셧다운제] 청소년 수면 부족 해결했나…정책목표 ‘미달’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입력 2021.07.13 11:15 수정 2021.07.13 11:16

청소년, 학원·심야 학습으로 잠 못 자는데 무작정 ‘게임 탓’

밤에 게임한다고 과몰입된다니…제도 실효성 재검증 필요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위에서 두 번째)이 13일 온라인으로 주최한 ‘게임 셧다운제 폐지 및 부모 자율권 보장’ 정책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허 의원 유튜브 캡처

심야시간대에 청소년들의 인터넷게임 접속을 제한하는 셧다운제 폐지 여론이 거센 가운데, 셧다운제가 청소년의 수면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과몰입을 방지하겠다는 당초 정책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조문석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13일 온라인으로 열린 ‘게임 셧다운제 폐지 및 부모 자율권 보장’ 정책 세미나에서 “셧다운제는 청소년들의 수면 시간 확보와 과몰입 문제를 해소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만, 여러 조사 결과 연관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강제적 셧다운제가 규정된 청소년 보호법은 지난 2011년 4월 국회를 통과해 같은 해 11월 시행됐고, 도입된 지 어느덧 10년이 지났다.


셧다운제는 도입 당시 청소년의 과도한 게임 이용이 수면 시간을 저해하고 이로 인해 건강이 나빠진다는 인과논리에 기반을 뒀다. 셧다운제 도입을 주장했던 청소년위원회와 시민단체는 자체조사나 타 기관 조사 결과를 인용해 게임 이용 문제와 수면 부족 간의 관계를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 조사 결과 심야 시간대에 로그인이 필요한 온라인 게임이나 모바일 게임을 이용하는 시간보다 학원, 자율학습으로 시간을 보낸다는 청소년 응답자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2019년 발표한 연구 결과 국내 아동·청소년의 55.2%는 수면 부족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위 원인은 숙제·인터넷 강의·자율학습 등 공부(62.9%)였다. 2위는 동영상·만화·블로그 등 인터넷 사이트 이용(49.8%), 3위는 학원·과외(43.1%)로 나타났다. 정작 인터넷·모바일게임을 포함한 게임 이용은 5위(36.6%)로 나타났다.


청소년 수면 부족의 이유(복수 응답) 그래프.ⓒ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2019년)
청소년 부모 주민등록번호 도용…‘마인크래프트’ 사태 부작용

심야 시간 게임 이용과 과몰입 간의 상관관계도 근거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셧다운제가 도입 당시 학부모의 지지를 받았던 이유 중 하나는 게임 과몰입이나 중독과 같은 문제가 사회적으로 이슈화됐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이와 같은 논리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먼저 사회적 문제가 게임 이용으로부터 비롯된다는 명제가 성립해야 하고, 게임 이용 시간이 증가하면 관련 문제도 비례해서 증가해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지난해 연구를 비롯해 게임 이용 문제를 다룬 기존의 여러 연구는 게임 이용 시간과 게임 이용 문제 간의 인과관계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는 “게임 과몰입과 관련해 합의된 정의가 없고 기준도 불명확하다”며 “학술적으로 합의된 정의가 없는 상황에서 게임 자체를 문제시하며 접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셧다운제는 도입 이후 정책이 의도하지 않은 다양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조 교수는 “게임 이용자는 규제를 회피해 심야시간대에 온라인 게임을 이용하기 위해 부모의 주민등록번호 등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게임에 접근한다”며 “중·고등학생 응답자의 20~30% 정도가 부모님이나 보호자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이용해 온라인 게임을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고 말했다.


최근 마인크래프트 사태도 부작용 중 하나다. 그는 “기업들은 만 16세 미만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심야시간대 온라인 게임 접속을 제한하기 위해 시스템과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관리해야 하는데, 이는 기업으로서는 비용”이라며 “최근 마인크래프트 사태도 셧다운제가 의도했던 결과는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조문석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가 13일 온라인으로 열린 ‘게임 셧다운제 폐지 및 부모 자율권 보장’ 정책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 유튜브 캡처
청소년 여전히 수면 부족…게임 상관관계 설득력 없어

결국 셧다운제는 의도했던 정책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에 폐지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조 교수는 “셧다운제 도입 이후 청소년의 수면 시간이 충분히 확보된 것도 아니며 셧다운제 도입을 통해 심야시간대 아동·청소년의 게임 이용을 완전히 통제한 것도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청소년들은 여전히 수면 부족 문제를 겪고 있고 주요 원인은 게임보다는 학습으로 나타났으며 여러 조사 결과를 통해 유사한 결과가 도출됐다는 점에서 게임 이용이 심각한 수면 부족을 일으킨다는 주장은 현재까지의 실증연구 결과로는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을 주최한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강제적 셧다운제’를 ‘선택적 셧다운제’로 전환하고 게임 ‘중독’이라는 용어를 ‘과몰입’으로 개선하는 내용의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허 의원은 “국내 현실은 물론 글로벌 스탠다드와도 맞지 않는 셧다운제로 인해 국내의 미성년 e스포츠 선수가 대회 도중 몰수패를 한 것은 유명한 사례”라며 “한때의 잘못된 인식과 판단이 만들어낸 규제가 10년의 기간 동안 우리 게임 산업을 옥죄어 왔다”고 지적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는 축사를 통해 “게임은 이제 중독이 아닌 4차 산업혁명 시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등 그 위상과 인식이 바뀌었다”며 “일률적인 셧다운제가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고 산업적 측면에서 죄악시한다는 지적이 있어 당 차원에서 대선을 앞두고 공약에 반영해 합리적 정책을 만들 수 있도록 재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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