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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선의 메모리즈㉞] '킹덤', 싱가포르에서 첫 공개 됐던 그때(ft. 주지훈)

홍종선 대중문화전문기자 (dunastar@dailian.co.kr)
입력 2021.06.19 13:13
수정 2021.06.19 13:14

시즌1 왕세자 이창(주지훈 분) 인물 포스터 ⓒ 넷플릭스 제공

배우 주지훈과 전지현이 주연을 맡은 올 하반기 최고 기대작 ‘지리산’이 오는 28일 촬영을 마치고, 10월 23일 방송을 시작한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18일 스포츠한국에 따르면, tvN 토·일 드라마 ‘지리산’(극본 김은희, 연출 이응복)은 지난 17일 전남 무등산에서 전지현, 주지훈, 성동일, 오정세, 조한철 등 주요 출연진의 마지막 촬영이 진행됐고, 오는 28일 국내 모처에서 크랭크 업 예정이다.


지리산국립공원 최고의 레인저 서이강(전지현)과 신입 레인저 강현조(주지훈)를 주인공으로, 지리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다양한 사연과 악천후 속에서도 조난자들을 구조하는 레인저들의 이야기가 9개월에 걸친 촬영 끝에 드디어 마무리되는 것이다.


드라마 '지리산'에서 배우 주지훈이 연기한 강현조 ⓒtvN 제공

배우 주지훈, 작가 김은희의 이름을 보니 이미 시즌 두 편을 함께했고, 앞으로도 함께할 ‘킹덤’이 자연스레 연상됐다. 넷플릭스 플랫폼을 통해 국내뿐 아니라 머나먼 아프리카까지 전 세계 190개국에서 인기를 얻은 두 사람이 ‘지리산’으로는 또 어떤 신기원을 이룰지 기대가 크다.


두 사람을 한 자리에서 본 건 지난 2018년 11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컨퍼런스였다. 당시 넷플릭스는 아시아 각국의 기자들을 모아놓고 2019년 라인업을 공개했다. 단순히 트레일러 영상과 개요 설명을 통해 브리핑하지 않았다. 아메리카와 오스트레일리아, 아시아 대륙 각국에서 제작된 작품들을 소개했고 감독과 작가, 배우들을 직접 참가시켜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을 마련했다. 이틀에 걸쳐 아침부터 저녁까지 각국의 영화와 드라마, 예능프로그램의 제작진과 출연자가 계속해서 기자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끝없이 이어지는 간담회에는 넷플릭스 임원들도 등장해 아시아를 향한 공격적 마케팅 전략을 성실히 피력했다.


세계 각국의 제작자와 아티스트를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였고, 독자를 대신해 그 자리에 간 것이기 때문에 다 같이 열심히 질문하고 답변을 받아 적었다. 넷플릭스 임직원이 놀랄 만큼, 특히 한국의 기자들은 수백 건의 기사를 실시간으로 썼고, 포털에 전송했다. 모두가 열심이었지만 사실, 누구라 할 것 없이 아시아 각국의 기자들이 지쳐갔다.


2018년 11월 9일 싱가포르, 아시아 각국 기자들이 함께한 기자회견에 참석한 '킹덤'의 주역들. 김성훈 감독, 김은희 작가, 배우 주지훈과 류승룡(오른쪽부터) ⓒ이하 넷플릭스 제공

해외에 나가면 애국자 된다고, 우리나라 작품이 소개되는 순간이 솔직히 큰 힘이 됐다. ‘킹덤’의 김성훈 감독과 김은희 작가가 반갑고 류승룡과 주지훈을 보는 것만으로 힘이 솟았다. 특히 배우 주지훈과 김성훈 감독의 유머 감각이 큰 즐거움을 줬다. 통역 이어폰 없이도 말을 이해할 수 있다는 점도 한몫했을 것이다. 주지훈에 대해선 영화 ‘신과 함께’(감독 김용화)의 영향인지 외국 기자들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더욱 큰 힘을 준 시간은 1일 차 기자회견이 모두 끝난 뒤 열린 상영회였다. 10시간에 걸친 간담회가 끝나고 눈꺼풀이 무거웠음에도, 다음 날에도 긴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음에도 세계 최초 공개되는 ‘킹덤’에 인파가 몰렸다. 인파였다. 작품이 상영되는 캐피털시어터의 로비에는 발 디딜 틈이 없었고, ‘표가 있네, 없네’ 못 볼까 봐 조바심 내는 이들도 있었다. 한국 기자가 많으리라고 생각한 예상은 빗나갔다. 각국의 기자들이 뜨거운 관심을 드러냈다.


민초의 배고픔을 좀비로 형상화. 먹이를 향해 질주하는 좀비, 극강의 공포 ⓒ

현지시간으로 8일 밤 공개된 영상은 시즌1의 1·2회차였다. 영화를 능가하는 완성도와 영상미, 배우들의 호연이 압권이었다. 위정자들이 정쟁에 몰두하느라 저버린 민초들의 배고픔이 좀비로 형상화된 아이디어가 돋보였고, 격렬한 춤을 추듯 달리고 날아드는 좀비들의 몸짓이 인상적이었다. 화면에서 피어나는 입김으로 역력히 확인되는 추위, 주연 단역 할 것 없이 피부가 검게 변할 만큼 동상에 걸린 발로 뛰고 달리고 칼을 부딪혀 만들어낸 액션은 감동적이었다. 마치 프랑스 남부 칸에서 열리는 칸국제영화제에 ‘킹덤’이 상영된 것처럼, 장소가 뤼미에르 대극장인 것처럼 박수가 절로 나왔다.


한국 기자들 이상으로 환호와 탄성 속에 영화를 본 건 외국 기자들이었다. 우리에게는 익숙한 배경과 의상, 정치적 구도까지 파악하자면 눈과 귀를 더욱 크게 열고 받아들여야 할 정보가 많았을 텐데 맘껏 즐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능숙하지 못한 영어지만 외국인에게 어떤 지점이 그리 신났느냐고 묻자 역동적인 좀비, 그래서 더 무서운 좀비와 그에 맞춰 사력을 다해 달리고 싸우는 왕자(이창, 주지훈 분) 무리의 액션이 좋았다고 답했다. 기다란 재킷과 모자, 도포와 갓이 멋있다고 덧붙였다. 마치 내가 만든 작품인 것처럼 뿌듯했다. 1~6회까지 시즌1 전체가 공개된다는 이듬해 1월이 너무 멀게만 느껴졌다.


시즌2 포스터. 시즌3은 언제 볼 수 있을까 ⓒ

2019년 들어 시즌1 6부작을 정주행하자 시즌2를 또 어떻게 기다리나 막막했는데, 시간은 어김없이 흘러 14개월이 지났고 2020년 3월에 만났다. 좀비의 비밀이 드러나고, 류승룡이 카리스마로 연기한 영의정 조학주와 주지훈이 탄생시킨 왕세자 이창의 대결이 첨예해지면서 서로의 목숨이 위태로운 순간들이 연발해 흥미를 더했다. 특히 자신의 호위무사 김무영(김상호 분)마저 믿을 수 없는 처지에 놓인 이창, 적자인 어린 세자를 겨눈 칼 앞에 왕세자로서 한 인간으로서 갈등하다 쉽지 않은 선택을 하는 이창을 설득력 있게 연기해 낸 주지훈의 심리 연기는 압권이었다.


시즌3은 또 언제 만날 수 있을는지. 시즌2 마지막에 등장한 전지현을 축으로 한 외전 ‘아신전’을 다음 달 23일에 먼저 만난 뒤에 얘기할 수 있을 테지만, 스토리가 이어지는 시즌3이 오매불망 기다려지는 것도 사실이다. 포털 블로그들을 보니 시즌3에 대비해 1·2편을 총 정리하는 분들도 보이고, 주변 지인들을 보니 시즌1·2를 몰아서 정주행하는 이들도 있다. ‘K-좀비’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고, 세계인들에게 한국형 좀비를 인정받고, 그 가운데 배우와 감독과 작가에게 세계적 지명도를 가져다준 ‘킹덤’의 시즌3·4를 응원한다.

홍종선 기자 (dunasta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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