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불균형 누적’ 한은의 경고...2030 영끌·빚투 ‘빨간불’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입력 2021.06.01 06:00
수정 2021.05.31 13:45

이주열 총재, 과도한 암호화폐 투자 등 우려

신용부채 늘어나는 청년층...주담대 대다수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처음 언급하면서 ‘영끌족’과 ‘빚투족’이 비상이다. 한은이 이례적으로 ‘금융불균형’ 상태에 대한 우려를 쏟아낸 가운데, 부동산·주식·암호화폐 투자등에 뛰어들고 있는 청년층이 가장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8차례 연속 현 0.5%로 동결했으나, 연내 기준금리 인상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달 27일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인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금리인상을) 서두르지도 않지만 실기하지도 말아야겠다고 생각한다”며 "연내 금리 인상 여부는 결국 경제 상황의 전개에 달려 있다"고 답한 바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미국보다 앞서 금리 인상을 할 여지도 내비쳤다. 지난 1년간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강조해왔던 입장과 뚜렷한 차이가 있다.


이 총재의 발언이 끝나자 채권 금리부터 들썩였다. 금통위가 끝난 다음날 3년채 만기 국고채 금리, 10년물과 5년물, 2년물도 소폭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선제적 금리인상 단행으로 가계적자의 부작용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금리인상 시점이 점점 다가오는 모양새다.


◆ 빚더미 내몰린 청년층...금리 1%p인상시 이자 11조↑

문제는 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 이자 부담이다. 3월 말 기준 포괄적 가계 빚(부채)을 가리키는 ‘가계신용 잔액’은 1765조원으로 통계작성이 시작된 2003년 이래 가장 많았다. 전년동기대비 153조6000억원(9.5%), 올해 1분기에만 37조6000억원 증가했다. 한은에 따르면 개인 대출 금리가 1%p 오르면 대출 이자는 11조8000억원 증가한다. 소득분위별 가계대출 가운데 약 72%를 변동금리 대출로 보고 분석한 결과이다.


특히 2030의 가계부채 증가율이 심상치 않다. 하나금융연구소가 최근 밝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청년층 대출은 408조원 규모이고, 이 중 주택담보대출이 173조원(64%)으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지난해 말 기준 연령대별 소득 대비 부채비율(LTI) 전년 대비 상승폭 역시 20대 이하(23.8%p), 30대(23.9%p)로 과반수에 근접했다. 신규 차주(대출고객)도 30대 이하가 유일하게 증가세를 보였다. 30대 이하 청년층 비중은 2017년 49.5%에서 지난해 9월 58.4%까지 치솟았다.


이 총재의 ‘금융불균형 누적 유의’ 발언 역시 이같은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 총재는 간담회에서 코로나19로 가계채무가 늘어난 측면이 있다면서도 자산가격 상승 ‘위험 추구’ 행태가 강해지면서 가계부채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걱정을 표했다. 그는 “금리를 인상하면 이자 부담이 커지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속되면 부작용이 크고, 다시 조정하려면 더 큰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경제 상황 전개를 살펴보겠지만, 금융불균형을 해소하는데 통화정책의 방점을 두겠다는 의지다.


암호화폐에 대해서도 “레버리지를 이용한 개인 암호자산 투자가 과도하게 늘면 가계 손실 위험이 커지고, 대출 부실로 금융기관 리스크(위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한은의 연내 금리인상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다만 이렇게 되면 위험자산 투자도 서슴지 않고, 수억원의 빚을 떠안고 집을 사는 청년층에서 대거 신용불량자를 양산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 청년층 고려한 대책 절실...금리인상 시기‘온도차’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취약 계층인 청년층에 대한 대책이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백종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금리 상승이 본격화될 경우 청년층의 대출 상환능력 악화로 부실이 확산될 우려가 있다”며 “취약 청년층의 부채는 비정상적 투기 수요와 별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청년층 전용 금융상품 지원 등 중장기적으로 청년층의 자립 기반을 마련해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상환능력과 소득이 있는 사람을 중심으로 대출을 해줄 수 밖에 없는 금융정책 논리를 현재로썬 바꾸기 어렵다”면서도 “청년들이 왜 위험추구 자산으로 몰리는지 근본적 원인을 찾고,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층의 부채 원인으로는 일자리와 주택시장 정책의 실패가 가장 컸다”며 “금융만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인 관점에서 주택 시장을 정상화하고 민간부문 일자리를 활성화 시키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금리인상 시점은 온도차가 있다. 한은은 ‘당분간’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는데, ‘당분간’의 뜻하는 기간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전례 등을 고려하면 시장에서는 통상 6개월 정도로 간주하고 있다. 미국 연준보다 먼저 금리를 올릴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치며 하반기 금리 인상 가시화가 점쳐지고 있다.


관건은 코로나19 백신 보급 등 감염병 관련 불확실성과 내수 회복 여부이다. 각종 지표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아직 고용이 충분히 반등하지 않은 상황이고, 물가상승률도 소폭 증가하긴 했으나 일시적이라는 분석이다. 이같은 이유로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나 신한금융투자 등 일각에서는 금리인상 시점을 내년 이후로 보고 있다.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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