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D램·낸드 동반 성장 체제 구축 속도...불균형 개선 전력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입력 2021.03.30 06:00
수정 2021.03.29 19:10

D램 80% 의존도 여전...반도체 슈퍼사이클 효과 반쪽

낸드 경쟁력 제고 및 실적 확대 위한 기술·생산력 향상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 진행 중...대규모 자금마련 박차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M16 전경.ⓒ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D램과 낸드 본격적인 양날개 체제 구축에 나서고 있다. 올해부터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이 예고된 가운데 D램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낸드 경쟁력을 끌어올려 향후 균형잡힌 포트폴리오로 제 2의 도약을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D램과 낸드 등 메모리반도체 수요 증가와 가격 상승에 힘입어 고성장이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높은 D램 의존도가 어느정도 개선될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중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 실적은 계속 상향 조정되고 있다. 올 들어 IT기업들의 데이터센터 증설로 서버용 제품 중심으로 수요가 급증하면서 D램 제품 가격이 상승하는 등 메모리반도체 빅 사이클 진입이 예상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반기에는 그래프가 더욱 가팔라질 수 있는 상황으로 지난해까지 공급과잉 상황이었던 낸드플래시도 올 하반기부터 업황이 개선되며 가세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1분기 영업이익으로 1조4000억원, 2분기 영업이익으로 2조6500억원을 예상하기도 했다. 증권가에서 SK하이닉스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는 11조원대로 지난해(5조126억원) 대비 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메모리 초호황 속 핵심 과제로 떠오른 D램-낸드 불균형 개선


다만 이러한 호 실적에도 D램과 낸드의 실적 불균형은 올해도 크게 개선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낸드는 D램과 달리 전원이 꺼져도 정보가 사라지지 않는 메모리 반도체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반도체 매출 비중이 D램은 80%, 낸드가 20%로 D램이 4배 가량 많다.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확고한 2위를 구축하고 있는 D램에 비해 낸드는 5위권이다.


회사는 이러한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최근 낸드플래시 사업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낸드의 비중을 어느 정도 높여야만 동반 성장으로 메모리 성과를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에 이미 낸드 기술력 향상 및 생산력 증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2월 미국 마이크론에 이어 두 번째로 176단 낸드 제품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단'은 반도체 셀을 수직으로 겹쳐 쌓는 '적층'의 수치를 의미하는 것으로 적층 기술을 고도화하는 것이 반도체 성능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업체들간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한 달 먼저 176단 제품을 개발한 마이크론이 최초 타이틀을 가져가진 했지만 품질에서는 SK하이닉스 제품이 더 앞선다는 평가가 나오는 등 기술력을 선도하고 있다.


176단 제품은 연내 양산할 계획으로 기존 128단 낸드의 비중도 올 상반기 내 50% 이상으로 확대하며 높은 기술력을 생산력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는 전략이다.


기술적 가치 향상은 회사의 미션이 된 상태다.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사장)는 지난 22일 온라인으로 열린 세계전기전자학회(IEEE) 국제신뢰성심포지엄(IRPS) 기조연설자로 나서 "앞으로 메모리 반도체의 물질은 물론 설계 구조와 신뢰성을 개선해 '기술적 가치'를 높여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향후 D램은 10나노미터 이하 공정에 진입하고 낸드플래시는 600단 이상 적층도 가능하게 될 것"이라며 기술력 선도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 인텔 낸드사업 인수, 경쟁력 향상 위한 마지막 퍼즐 완성


낸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텔 낸드사업 인수도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90억달러(약 10조3000억원)에 인텔 낸드사업부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회사는 1차 계약 클로징 시점인 올해 말까지 인텔에 70억달러(약 8조원)을 지급해야 하고 2차 계약 클로징 시점인 오는 2025년 3월에 나머지 20억달러(2조3000억원)을 지급해야 하면 인수가 완룐된다.


이를 위해 회사는 지난해 약 1조원 가량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추가로 확보해 5조원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끌어올린 가운데 올해도 추가로 3조원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인수 자금 확보를 위해 국내 기업 역대 최대 규모의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 회사는 내달 6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공모로 발행해 1조2000억~2조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올해 말부터 인텔 낸드 실적이 조금씩 반영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 사업을 완전히 인수하면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20% 안팎까지 오르면서 30%대인 삼성전자에 이어 2위로 뛰어 오를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고 완전 인수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낸드 경쟁력 강화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면서도 “지금까지 D램에 의존적이었던 실적 구조가 낸드와 균형을 맞추면서 확고한 메모리 경쟁력 확보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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