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초점] 저물어 버린 TV의 시대, 브브걸 역주행이 보여준 미디어의 현재
입력 2021.03.16 08:26
수정 2021.03.16 08:28
브레이브걸스 '댓글모음' 콘텐츠 인기...차트 역주행
'런닝맨' '유퀴즈' '유스케' 등 러브콜 잇따라
현재 가요계 화제의 중심은 단연 브레이브걸스((BraveGirls)다. 구박받던 착한 심성의 신데렐라가 결국 왕자와 사랑을 이룬다는 ‘신데렐라 스토리’가, 평균 나이 29.5세 걸그룹 브레이브걸스에게 적용됐다. 주목받지 못했던 과거의 숨겨진 명곡이, 결국은 대중의 사랑을 차지하게 됐다는 의미다.
무려 4년 전 곡인 브레이브걸스의 ‘롤린’(Rollin')은 최근 음원차트에 재진입하더니 모든 차트의 최상위를 차지했고,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역주행의 주인공을 모시기 위한 경쟁에 돌입했다. 또 소속사 브레이브 엔터테인먼트는 이 흔치 않은 기회, 데뷔 후 처음 겪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다양한 프로모션을 준비 중이다.
역주행 이후 브레이브걸스가 출연하거나 예정된 프로그램만 해도 십여개에 달한다. 비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시즌비시즌’, MBC 라디오 ‘굿모닝FM 장성규입니다’, SBS 라디오 ‘두시탈출 컬투쇼’ ‘이준영의 영스트리트’, KBS2 ‘연중라이브’ 등에 출연했고 지난 10일 진행된 엠넷 새 프로그램 ‘TMI 뉴스’ 제작발표회에도 참여했다. 또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 SBS ‘런닝맨’ 역시 브레이브걸스를 게스트로 한 방송을 준비하고 있다.
심지어 엠넷 ‘엠카운트다운’, KBS ‘뮤직뱅크’, MBC ‘음악중심’ SBS ‘인기가요’ 등 음악방송에서 ‘롤린’ 무대를 선보였고, ‘인기가요’에선 샤이니 ‘돈트 콜 미’와 에이티즈 ‘불놀이야’를 제치고 1위까지 거머쥐었다. 음반과 SNS, 시청자 사전 투표 등에서는 저조한 수치를 기록했지만, 온라인 음원에서 압도적으로 우세했던 결과다.
연쇄적으로 발생한 이 일들의 발단은 유튜브였다. 100만 유튜버를 보유한 비디터가 올린 ‘댓글모음’ 영상을 통해서다. 지난달 24일 업로드된 이 영상은 브레이브걸스의 군부대 위문영상들을 교차 편집하고, 관련 댓글들을 편집한 콘텐츠다. 청량한 음악과 무대를 즐기는 브레이브걸스 멤버들, 수많은 위문공연의 일화들까지 더해지면서 인기를 끌었다.
이 영상은 현재(16일 오전 7시 기준) 959만뷰를 기록하고 있고, 댓글도 2만 8000여개 이상이 달렸다. 첫 영상에 이어 올린 또 다른 댓글모음 콘텐츠도 350만뷰를 넘겼고, 800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모두가 브레이브걸스의 드라마에 심취해있는 상황에 이 현상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각도 존재한다. 바로 미디어의 현주소다. 브레이브걸스도, 앞서 먼저 역주행 신화를 썼던 이엑스아이디(EXID)도 이들의 시작이 모두 유튜브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이는 더 이상 TV가 아닌, 유튜브를 통한 소비가 주류로 자리 잡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미 음악방송은 1%도 안 되는 최악의 시청률이 나오는 등 권위가 바닥에 떨어졌고, 기획사들도 무대에 올리려면 수백만 원의 적자를 떠안아야 하는 음악방송 출연에 신인이 아닌 이상, 굳이 얽매이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최근 음악방송에 1위 후보로 지명된 가수, 1위 수상자가 아예 방송에 나오지 않는 일이 자주 발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유튜브의 경우, 이엑스아이디와 브레이브걸스의 역주행은 물론이고 해체된 그룹까지 되살리는 힘을 입증해왔다. ‘문명특급’의 ‘숨듣명’ 코너가 비의 ‘깡’, 유키스의 ‘만만하니’ ‘시끄러’, 틴탑의 ‘향수 뿌리지 마’ ‘미치겠어’, 제국의아이들의 ‘후유증’ ‘마젤토브’ 등에 신드롬급 인기를 안겨줬고, 이들 역시 방송의 러브콜이 잇따랐다.
유튜브는 자신이 원하는 시간, 원하는 장소, 원하는 장면만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트렌드와 맞닿아 있다. 거기에 더해 일방적인 TV 매체와 달리, 유튜브는 이런 드라마의 주인공을 네티즌이 직접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강점도 가지고 있다. 결국 이번 브레이브걸스의 역주행과 그로 인해 벌어지는 현상들은, 유튜브에서 발굴된 스타가 TV로 역수입되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시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