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에 쏠린 과도한 관심, IBK기업은행도 피해자

계양체육관 = 김평호 기자 (kimrard16@dailian.co.kr)
입력 2021.02.17 09:14 수정 2021.02.17 10:03

이재영·이다영 학폭 논란으로 흥국생명전 취재진 대거 몰려

상대팀 언급 부담스러운 상황, 맞대결 첫 승 따내고도 거듭 조심

IBK기업은행이 올 시즌 흥국생명을 상대로 첫 승리를 거두고도 마음껏 웃지 못했다.


IBK기업은행은 16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0-21 V리그’ 여자부 5라운드서 흥국생명을 상대로 세트스코어 3-0(25-21 25-10 25-10) 완승을 거뒀다.


귀중한 승리를 챙긴 IBK기업은행은 승점 35(12승 13패)로 3위 한국도로공사(승점 36)를 바짝 추격하며 봄 배구 경쟁에 불을 지폈다.


하지만 IBK기업은행의 순위 경쟁은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이날 경기가 열린 계양체육관에는 80명에 가까운 취재진이 몰렸다. ‘배구여제’ 김연경의 국내 복귀전으로 관심을 모았던 1라운드 GS칼텍스와 맞대결을 찾은 인원보다 많았다.


쌍둥이 자매 이재영과 이다영의 학교폭력 논란이 최근 이슈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흥국생명의 경기와 상황에 관심이 쏠렸다. 물론 흥국생명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관심이었다.


피해는 고스란히 IBK기업은행에도 넘어왔다. 상대 흥국생명이 워낙 팀 분위기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언급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IBK기업은행도 상황은 좋지 않았다. 이날 경기 전까지 2연패로 주춤했고, 상대는 올 시즌 4번의 맞대결에서 전패를 당할 동안 단 한 세트도 따내지 못했던 흥국생명이었다. IBK기업은행 입장에서는 벼르고 벼르던 경기였다.


팀 상황이 좋지 않았던 흥국생명을 상대로 IBK기업은행은 완승을 거뒀다. 한 세트도 따내지 못했던 상대에게 ‘올 시즌 한 경기 최다 점수 차 승리’라는 굴욕을 안기며 그동안의 부진을 한꺼번에 만회했다.


하지만 완승을 거두고도 마음껏 웃을 수 없는 상황이 펼쳐졌다.


통상 승리 팀은 경기 후 감독과 선수들이 따로따로 인터뷰를 갖는데 IBK기업은행 측에서 감독과 선수가 동시에 인터뷰를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현장을 찾은 KOVO 관계자는 “흥국생명 쪽에 피해가 간다고 생각하는 거 같다”고 귀띔했다. 취재진의 만류로 김우재 감독과 수훈 선수 라자레바가 각각 인터뷰에 나섰지만 먼저 진행된 박미희 감독의 패장 인터뷰에 더욱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였다.


반면 김우재 감독의 인터뷰는 질문 두어 개만 받고 속전속결로 끝이 났다. 그동안 흥국생명을 상대로 쌓인 빚(?)이 많아 하고 싶은 말이 많았을 텐데 상대팀을 언급하는 것조차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김평호 기자 (kimrard1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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