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두 달 남기고 '막판 존재감' 과시한 이낙연
입력 2020.12.31 00:00
수정 2020.12.31 05:22
이낙연, 김종인 만나 영수회담 제안
靑과 최종 사전 조율 없었다고 밝혀
직접 '판' 까는 모양새로 협치 주도 모습
文과 각 세울 수 없는 李, 쓸 수 있는 최선 카드
최근 잇따른 악재로 위기에 직면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오랜만에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 대표는 30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 문재인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김 위원장과 약 20분간 비공개 회동을 가진 후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에게 여야 영수회담을 가져 달라고 부탁했고, 김 위원장도 '만나서 할 일이 있으면 만나겠다'라는 긍정적인 반응이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청와대와 미리 상의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지난 주말 토요일(26일)에 문 대통령을 만났을 때 새해에는 각계 지도자들을 만날 것을 건의 드렸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보기엔 김 위원장도 (영수회담을) 수용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며 "청와대에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당의 입법 독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 추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임명 강행 등 독단적 국정운영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거센 것은 물론 당청 지지율 하락세가 지속되자, 야당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국면전환을 모색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영수회담의 최종 성사 여부는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의중에 달렸지만, 이 대표가 청와대와 '최종 사전 조율'없이 김 위원장에게 영수회담을 제안하고 본인이 직접 김 위원장의 뜻을 청와대에 전달하겠다고 한 것은 당 대표 임기 종료 두 달을 남겨놓고 '막판 실력 행사'를 통해 존재감을 보여주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둔 이 대표는 당헌·당규에 따라 차기 대선 일 년 전인 내년 3월 9일 전에 대표직을 내려놓아야 한다.
이 대표는 여권의 유력 대선 후보로서 그간 이렇다 할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외부의 정치적 환경도 이 대표에게 유리한 상황이 아니었다. '추미애(전 법무부 장관)-윤석열(검찰총장)' 갈등 국면에서 강성 친문(친문재인) 지지층을 의식해 윤 총장을 겨냥한 강경 발언을 쏟아냈지만 법원이 윤 총장에 대한 '정직 2개월' 징계 처분 효력 중지 결정을 내리자 이 대표는 머쓱한 상황이 됐다. 또 12월 초엔 자신의 최측근이었던 당 대표실 부실장 이모씨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던 중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떠안게 됐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이 대표가 최근 2주 동안 두 차례나 문 대통령과 독대를 하고 야당 당수에게 영수회담을 제안하는 등 당청 소통 창구 역할을 도맡아 하는 모습"이라며 "친문의 지지로 현재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이 대표 입장에선 문 대통령과 각을 세울 수 없는 만큼 이 같은 역할이 현재 본인의 존재감을 과시할 수 있는 최선의 카드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대표는 이날 김 위원장에게 이번 회기 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표는 이와 함께 제주4·3사건특별법과 생활물류서비스사업특별법, 가덕신공항특별법, 공직자이해충돌방지법 등의 처리에도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