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극렬 지지자들에게 떠밀려 진퇴유곡으로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0.12.28 09:00
수정 2020.12.28 08:05

윤석열 이지메 경연대회 방불

극렬 친문의 소속감 과시하는 신호

민주당 끝내 일당독재로 가나

“10대 소녀가 우상 앞에 갑자기 혼자 있게 되면, 절대로 그를 향해 비명을 지르지는 않을 것이다. 비명은 우상더러 들으라고 지르는 것이 아니라, 같은 청중인 다른 소녀들한테 들려주기 위해 지르는 것이다. 소녀들은 이런 식으로 자신의 감정적 민감성이 발달하고 있다는 것을 서로 확인하고 안심할 수 있다.”(데스먼드 모리스, 털 없는 원숭이, 김석희 옮김)


윤석열 이지메 경연대회 방불


정권 사람들의 윤석열 이지메, 검찰 짓이기기 경연(競演)을 보면서 떠올리게 되는 대목이다. ‘10대 소녀’들만의 신호가 아니다. 저자가 말하는 다양한 ‘영장류의 본성’은 모든 연령대에 남녀 구분 없이 다 남아 있다. 경쟁적으로 나서서 윤 검찰총장을 매도·핍박·협박·조롱·모욕하면서 대단한 일이나 한 양 거들먹거리는 사람들의 심리도 그 언저리에서 설명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봐! 나는 검찰총장을 성토하고 있는 거야.” “검찰총장을 가볍게 볼 수 있는 사람이라고, 내가!” “우리 편의 공통된 인식을 바로 내가 대변하고 있는 거야!” “나는 ‘우리 이니’ 진영에 확실히 소속된 사람이야!” “우리의 우상을 지키기 위해 나는 어떤 희생도 무릅쓸 각오가 돼 있다고!” “‘이니 편’의 이념, 행동강령, 소속원으로서의 의무를 이처럼 열렬하게 실천하고 있어!”


이런 내 마음과 각오를 알아달라는 호소처럼 들리기도 한다. 물론 ‘우리 이니’가 직접 들어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SNS상의 동지들이 알아준다면 그것으로도 만족해할 것이다. 귀속감을 갖고 싶다는 열정일 수가 있고 무리에서 배제되지 않으려는 안간힘일 수도 있다. 공감능력을 같은 패거리들에게서 인정받고자 하는 열망의 표현일 듯도 하다. 특히 정치인이라는 사람들의 이런 행태는 자신의 정치적 지위와 이해에 직결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일종의 상(商)행위. 그러니까 점두에서 손뼉을 치며 손님을 끄는 언행과 같아 보인다.


이렇게 말고는 달리 이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이해할 길이 없다. 도무지 설명이 안 되기 때문이다. 윤 총장은 문재인 대통령에 의해 기용됐다. 야당의 격렬한 반대가 있었지만 문 대통령은 개의치 않았다. 박영수 특검처럼, 야당에 추천권이 주어진 경우였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은 그나마 이해할 수 있겠다. 윤 총장은,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이 한없는 신뢰를 표하며 ‘살아 있는 권력의 비리에 대해서도 엄정한 수사’를 당부했던 사람 아닌가.


극렬 친문의 소속감 과시하는 신호


그 윤 총장에 대해 대통령부터 정권의 내로라하는 사람들이 일제히 적개심을 드러내고 있는 까닭은 바로 ‘살아 있는 권력’에 수사의 칼끝을 겨누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새겨들으라고 에둘러 당부를 했는데 곧이곧대로 받아들여 문제를 만들고 만데 대한 분노의 표출이라 하겠다. 이럴 때 좀 더 현명한 통치자였다면 겉으로 오히려 격려를 하면서 뒤로 수습을 시도했을 법하다. 그런데 문 대통령과 집권세력의 경우 반사신경이 너무 발달해 있었던 셈이다.


이른바 ‘조국 사태’ 이후 지금까지 1년 반 동안 정권 측은 헛발질을 계속해 왔다. 특히 조 전 법무부 장관 후임으로 추미애 장관을 투입한 게, ‘절묘한’ 패착이었다. 정권 측은 추 장관의 안하무인격 말투와 행동양식을 앞세워 윤 총장과 전면전을 펼쳤다. 그리고 초라하게 패배하고 말았다. 그 기간 동안 ‘우리 이니’ 보위세력은 퇴로를 아예 차단한 채 밀어붙였다. 흔히들 ‘팬덤 정치’라고 하던데 본질에서는 우상정치와 다르지 않다.


하급자를 시켜 총장 모욕주기, 총장 수사 배제, 징계청구와 직무배제 등 온갖 해괴한 수단을 다 동원했으나 추 장관은 역부족이었다. 되레 장관의 조폭적 행패만 부각시켰을 뿐이다. 결국 서울행정법원이 윤 총장 측의 정직 2개월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그건 재가권자인 문 대통령의 참패였다. 구경꾼을 자처하면서 아주 가끔 추임새 정도를 넣던 문 대통령이 마지못해 사과라는 것을 했다.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결과적으로 국민들께 불편과 혼란을 초래하게 된 것에 대해 인사권자로서 사과 말씀을 드린다”는 내용이었다.


아주 난해한 화법이다. 잘못한 것은 없지만 시끄러웠던 것에 대해서 윤 총장을 임명한 사람으로서 미안하다는 뜻인가? 모호한 대로 거기서 끝냈다면 차라리 나았을 텐데 기어이 꼬리를 달았다. “법원의 판단에 유념해 검찰도 공정하고 절제된 검찰권 행사에 대해 성찰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법원의 재판부 분석 문건이 매우 부적절하고 채널A 사건 감찰 방해가 일부 소명됐다는 지적을 가지고 검찰 탓도 있다고 말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판사 사찰’ 논란 문건의 경우 그 자체가 불법이라는 게 아니라 악용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고, 감찰 방해는 추가 소명자료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걸 꼬투리 삼아 “검찰도 조심해!”라고 말하는 것을 구차스런 물 타기로 들리기 십상이다.


민주당 끝내 일당독재로 가나


이런 대통령의 언급이 나오자 민주당과 정권 주변 세력들은 일제히 ‘윤석열 탄핵’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민주당의 김두관 의원의 경우는 날마다 ‘탄핵’을 입에 달고 산다. 2개월간 정직 시킬 만큼의 요건도 못 갖춘 ‘징계사유’를 가지고 탄핵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 말은 잘못이 있건 없건 자기들을 거스르는 짓은 용서할 수 없으므로 윤 총장을 임기 내내 업무정지 상태로 내몰겠다는 말이나 다를 바 없다. 공공연한 협박·보복의 정치다.


그 정도에서 끝나는 것도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은 기존의 권력기구개혁 태스크포스를 ‘검찰개혁특위’로 재편하고 사실상 검찰을 해체하는 수준의 제도 개편을 시도할 태세다. 윤 총장 한 사람 잡자고 이 난리라니! 온 산에 불을 질러 다 태워버리겠다는 것인데 이게 바로 입법 전횡이다. 일찍이 이런 무모한 정권 측의 태도를 본 기억이 없다. 도대체 어디까지 가고서야 멈출 것인가.


문 대통령은 자신을 우상으로 떠받드는 사람들이야 말로 자신의 몰락을 재촉하는 세력임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저들은 자기들 흥에 겨워, 자기들 복수심에 불타서, 자신들의 계산에 바빠 앞으로만 달리라고 채찍질을 한다.


“국민을 믿고 윤 총장 탄핵을 밀어붙이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총장 탄핵 청원’ 글이다. 자신들만 국민이면 대한민국은 그들만의 국가가 된다. 이들은 자신들에게 굴복하지 않는 모든 세력을 적으로 몰아 추방하라고 선동하고 있다. 검찰개혁을 떠들더니 법원이 윤 총장에 유리한 결정을 내렸다고 이젠 사법부도 무너뜨려야 한다고 외친다. 문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민주당 일당독재체제로 가자는 것처럼 들린다.


이야말로 문 대통령을 진퇴양난의 골짜기로 몰아넣는 착각과 만용이다.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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