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미국·일본 백신 당장 맞는데 우린 왜 가을… "너무 늦어 불안"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입력 2020.12.05 05:00
수정 2020.12.05 08:18

영국·미국 이달부터 대대적 접종 시작

일본 전국민 무료 접종… 3억9000만 회분 확보

정부 선구매 계약 늦은 탓에 공급 후순위로 밀렸다는 지적도

많은 나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서둘러 접종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 달리 한국은 내년 가을에나 접종이 가능할 전망이다.


영국, 미국, 일본이 연내 백신 접종을 계획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내년 하반기에나 접종 가능하다는 소식에 일각에서는 너무 늦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영국 정부는 지난 2일(현지시간) 화이자-바이오엔테크 코로나 백신의 긴급 사용을 세계 최초로 승인했다. 영국은 화이자 백신 4000만 도즈를 구입했으며, 다음 주부터 노인과 요양원 근로자 등에게 80만 도즈를 먼저 접종할 예정이다.


미국 역시 코로나 백신 접종을 하루라도 더 빨리 시작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 당국은 오는 10일 회의를 열고 화이자 백신에 대한 긴급사용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모더나 백신에 대해선 17일 논의가 이뤄진다.


앨릭스 에이자 미 보건복지부 장관은 최근 "화이자와 모더나, 두 개의 백신이 올해 크리스마스 전 미국인에게 투여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은 연내 접종을 목표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일본 정부는 국민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비용을 전액 부담하며, 부작용 피해 배상과 제약사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도 정부가 책임지기로 했다.


일본은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 모더나 등 3개사에서 백신을 구매하기로 했다. 이미 3억9000만 회분의 구매 계약을 체결, 1억4500만명이 2회 접종할 수 있도록 백신을 초과 확보해둔 상태다. 이와 함께 백신 유통을 위해 냉동고 3000개 확보에도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이제서야 백신 계약 체결… 공급 후순위로 밀리나


반면 우리나라는 백신 확보에 뒤늦게 뛰어들었다. 정부는 최근 아트라제네카와 백신 공급 계약서에 서명했으며, 개별 백신 개발사들과의 협상이 조만간 마무리되면 다음주 전체 계약 현황과 확보 물량에 대해 발표할 계획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전 국민의 60%에 해당하는 3000만명보다 꽤 더 많은 양의 계약을 추진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에 백신 구매비 9000억원이 추가로 배정돼 백신을 4400만명분까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개별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가격 협상에 따라 더 줄어들 수도 있다.


우리는 코로나19 백신이 급할 정도로 코로나 확진자가 폭증하지 않는 상황이고, 부작용을 살펴 안전하게 접종하겠다는 게 정부의 공식 입장이다.


방역당국은 해외에서 먼저 100만건 정도의 부작용 사례를 확인하고, 그 이후 접종에 나선다는 계획이어서 우리 국민들은 빨라야 내년 가을에나 백신을 맞을 수 있을 전망이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백신 접종까지 1년 가까이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는 불안감도 높아지는 모양새다.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백신 접종이 언제쯤 가능할지에 대한 불만과 불안함이 담긴 글이 올라오고 있다.


한 학부모는 "영국은 12월부터 접종한다는데 우린 언제쯤 접종 가능한 거냐"면서 "내년 가을이면 또 이렇게 1년이 지나가야 하는데, (아이들의) 기초학습능력이 떨어질까 걱정된다"는 글을 올렸다.


또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내년 가을 선진국들은 백신 접종률이 70%가 될 전망이라는데 우리는 너무 늦는 거 아니냐" "내년 가을 너무 멀다" "빨리 백신 접종하고 마스크 벗고 싶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백신 확보는 서두르되 접종은 추가 임상 결과를 지켜보며 신중을 기할 필요는 있지만, 내년 가을은 늦은 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일각에서는 수많은 국가들이 백신 선구매를 한 상황에서 뒤늦게 계약을 체결한 우리나라가 백신 공급 후순위로 밀려난 탓에 가을에나 접종이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의료계 관계자는 "미국의 모더나와 화이자 같은 경우 자국 공급이 우선일 것이고, 그 외에 유럽이나 일본 등 선구매 계약 순서대로 백신이 공급되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뒤늦게 물량이 배정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지금 선구매 계약을 맺어도 내년 상반기에는 접종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009년 신종플루 때도 빠르게 백신을 접종해 유행을 종식시켰던 사례가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좀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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