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후폭풍'에 펀드시장 지각변동…국민은행 1위 굳히기
입력 2020.12.02 06:00
수정 2020.12.01 11:47
4대 은행 3분기까지 신규 펀드 판매액 19조원…전년比 47%↓
투자 위축 속 국민은행 유일하게 50.3%↑…안정적인 공급 주효
국내 주요 시중은행의 펀드 판매시장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공격적인 영업으로 몸집을 늘려온 우리은행이 사모펀드 악재로 추락하는 사이 KB국민은행이 바짝 추격하며 펀드 시장의 절대강자 타이틀을 되찾았다. 해외 금리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라임 등 잇달아 터진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를 비껴간 KB국민은행이 반사이익을 얻은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최근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사모펀드 신규 판매 중지 제재에서 벗어난 만큼 은행들의 펀드 영업 능력이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2일 금융투자협회 공시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공모·사모펀드를 합한 총 펀드의 신규 판매액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19조5051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37조755억원) 대비 47.3% 급감한 수치다.
은행별로 보면 이 기간 KB국민은행만 유일하게 신규펀드 판매금액이 늘었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3분기까지 5조7109억원어치 신규 펀드를 판매했다. 올해 3분기까지 판매된 신규펀드 금액은 8조5842억원이다. 1년 새 50.3% 급증한 수준이며, 지난해 한 해 동안 판매됐던 신규펀드 판매 잔고(7조7614억원)를 이미 뛰어 넘었다.
반면 우리은행, 하나은행, 신한은행 등 3곳은 펀드판매 잔고가 일제히 줄었다. 지난해 3분기까지 14조555억원어치 신규 펀드 판매를 했던 우리은행의 경우 올해에는 3조2945억원으로 76.5% 하락했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도 8조6503억원에서 3조1212억원으로 63.9% 떨어졌고 신한은행 역시 8조6589억원에서 4조5052억원으로 47.9% 줄었다.
이로써 4대 시중은행 가운데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총 펀드 신규판매 규모 1위였던 우리은행은 올해 3위로 내려앉았고 꼴찌였던 KB국민은행은 단숨에 1위로 치고 올라왔다.
이는 DLF 사태 등으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사모펀드를 판매하지 못하게 되자 관련 수요가 KB국민은행으로 몰리는 반사이익을 누린 것으로 풀이된다.
KB국민은행은 특정 상품 쏠림을 막기 위해 올해부터 가이드라인, 핵심성과지표(KPI)를 개편하면서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했고 상품위원회의 심의 단계를 기존 3단계에서 4단계로 늘려 금융상품 심사를 진행하며 안정적인 상품을 선정해 판매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발생한 DLF 사태로 올해 3월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6개월 간 일부 영업정지(사모펀드 신규 판매 업무) 징계를 받은 바 있다.
다만 최근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사모펀드 신규 판매 중지 제재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앞으로 이들 은행의 최대 펀드 판매사 순위가 또 다시 바뀔 수도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19일 사모펀드 판매를 9개월 만에 재개했다. 하나은행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사모펀드들이 복잡한 구조로 인해 자산의 실재성을 직접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는 점을 감안해 실재성을 직접 파악할 수 있는 상품에 한해서만 상품판매를 진행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불완전 판매를 방지하기 위해 보강된 상품 교육을 이수한 직원에 한해서만 판매가 가능하도록 하는 동시에 상품제안서에 기술된 내용처럼 실제 운용이 잘 되고 있는지 3개월에 한번씩 점검하고 고객에게 운용보고서를 설명하고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판매 재개를 고심 중에 있는 우리은행도 향후 판매하기 시작하면 무서운 속도로 몸집을 불려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시장 상황, 투자자산, 운용사 등을 다각도로 검토해 안정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사모펀드 판매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