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북한 경제 불확실성…이유는?
입력 2020.12.01 04:00
수정 2020.11.30 22:08
北 물가, 2월·4월 '급등'
코로나19 관련 영향으로 풀이돼
환율 변동성도 커져…위안화 동조화?
무역 급감으로 '인위적 개입' 가능성도
북한의 올해 상반기 물가·환율 변동성이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에 대한 불안 심리와 북한 당국의 방역 조치 등이 북한 경제 분야 불확실성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30일 발표한 '북한경제리뷰 11월호'에 따르면, 북한 물가는 국경봉쇄 조치, 수입제한 지시 등이 내려진 지난 2월과 4월 각각 급등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지영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의 물가와 환율'을 주제로 이석 KDI 선임연구위원과 진행한 대담에서 "올해 상반기 (북한의) 물가와 환율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물가는 2월 초, 4월 말 두 차례 급등했다가 빠르게 하락세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최 연구위원은 물가 상승 배경과 관련해 "정확한 해석을 내놓기는 어렵다"면서도 "2월 초 갑자기 북중 간 국경이 폐쇄되고 물가가 급등한 것으로 보아 북한 가계의 심리적 불안이 확대된 결과였던 것 같다"고 밝혔다.
최 연구위원은 여타 국가들에서도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사재기 현상이 관찰됐다며 "특히 식량이 부족한 북한에서는 심리적 불안 확대가 비축수요로 이어져 2월 초에 물가가 급등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물가 상승이 빠르게 진정된 배경과 관련해선 △물자부족이 현실화하지 않았을 가능성 △북한 당국의 가격 통제 가능성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대북제재 강화 직후인 2017년 물가가 상승했다 하락세로 전환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심리적 요인에 의한 물가상승은 곧바로 하락세로 전환되곤 한다"고 밝혔다.
북한 물가는 당국 차원의 수입제한 지시 등이 내려진 지난 4월 말 또 한 번 급등했다.
최 연구위원은 "2월에 관찰된 것과 같이 4월 말 상승세도 곧바로 하락세로 전환하기는 했다"면서도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수입하지 말라는 제한 지시가 내려왔다고 하는데, 북한 당국이 대북제재 장기화나 코로나19 상황에 따른 정책전환을 시도하고 있다면 이로 인해 물가가 상승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현재 옥수수나 돼지고기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상승세로 반등한 상황"이라며 "공급 부족이 심화되는 현상도 보인다. 특히 춘궁기에 접어들면서 공급부족으로 인한 식량 가격 상승이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북한 물가가 "올해 상반기 2월 초, 4월 말에 뭔가 일시적인 충격이 발생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코로나19 상황이든 정책 변화든 어떠한 충격 때문에 변동성이 확대된 것만은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北, 외화 흡수 위해 환율 낮춘 듯"
국제시세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북한 환율 역시 4월을 전후해 변동성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이 4월 이후 공채 및 무역허가권을 외화를 받고 판매한 데 주목하는 분위기다.
대북제재·코로나19 여파로 외화 유입 창구 기능을 하던 북중무역이 급감했고, 이로 인해 외화난이 심화되자 시장에서 인위적인 외화 흡수를 시도해 환율 변동성이 커졌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10월 북중 무역액이 과거 양상과 매우 다르다"며 "북한 당국이 수입에 필요한 외화가 고갈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에는 외화가 없기 때문에 환율을 인위적으로 통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국 해관총서가 최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월 북한의 대중 수입액은 26만 달러(약 3억원)로 이는 전달인 9월 수입액(1888만달러·약 210억원)보다 99% 줄어든 수치다.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장은 "외화난에 시달리는 북한 당국이 돈주(자산가)와 주민들이 갖고 있는 외화를 흡수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환율을 낮춘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북한 원화와 중국 위안화의 동조화 현상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근 대중국 무역 비중이 높은 국가들의 환율이 하락(통화가치 상승)하고 있는 만큼, 북한 원화 역시 같은 영향을 받고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최지영 연구위원은 "4월 말 이후 (북한 원화) 환율이 하락하는 이유로 국제시세 변동을 고려해볼 수 있다"며 "5월 말 중국이 위안화를 평가절하한 후 북한 원/위안 환율이 하락했다. 북한 원/위안화 환율이 조정된 후 북한 원/달러 환율이 국제시세에 맞춰 하락하면서 국제시세를 따라가는 모습이 관찰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