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은 되고 카페는 안 되고”…혼란스런 기준에 소상공인 울분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0.11.27 07:00
수정 2020.11.26 16:28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기준 애매” 카페 주인 반발

사실상 ‘사(死)단계’와 다를 바 없어…어긋난 형평성에 '하소연'

수도권에 내려진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로 외식업계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불명확한 기준으로 인해 현장에서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일부 업종만 매장 내 취식이 허용되는 등 형평성 논란이 일면서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소상공인들은 이번 거리두기 2단계 조치가 사실상 ‘사(死)단계’와 다를바 없다고 하소연 하고 있다. 확진자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방역의 중요성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지만, 이미 가계부담이 커질대로 커진 데다, 형평성에 어긋나는 지침은 안 하느니 못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업종상 일반음식점이라도 커피와 음료, 디저트류를 주로 판매하는 식당이면 카페로 간주해 매장 이용을 제한했다. 반면 샌드위치 가게, 브런치 카페, 술집 겸 카페 등은 일반음식점으로 보고 오후 9시까지 매장 내 손님을 받을 수 있게 했다.


보드게임카페, 룸카페 등 음식을 팔지만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되지 않은 가게 역시 오후 9시까지 매장 영업이 가능하다.


일반 카페보다 더 밀폐된 공간에서 음료와 식사를 제공하는데 오히려 더 느슨한 규제를 적용받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영업자들은 울분을 터뜨리고 있다. 지난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카페 홀 영업금지에 대한 대책을 요구합니다’라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먹을 때는 똑같이 마스크를 벗는데 식당은 되고 카페는 안 되는 게 불공평하다는 내용이다.


청원인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규모에 상관없이 모든 카페에서 포장과 배달만 허용되는 부분이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과연 개인 카페에서 하루에 배달과 포장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냐"라며 울분을 토했다.


이어 “배달 등록도 바로 되지 않으며 몇몇 대표 업체들은 등록하는 시간만 한 달이 걸린다”며 거리두기 2단계 대책은 개인 카페에 맞지 않는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또 “월 기본 관리비와 건별 배달료도 어플 회사에 납부해야 한다”며 “이런 식이면 장사를 지속해도 월세도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서구에서 동네 카페를 운영 중인 A(30대·여)씨도 같은 불만을 토로했다. A씨는 "코로나19 이전보다 이미 손님이 크게 줄어든 상태에서, 오락가락 반복되는 정부의 지침으로 혼란이 가중되고 오히려 자구책 마련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A씨는 또 “지난 2.5단계와 또 다른 기준을 두니 혼란스럽고 다음번엔 어떤 기준을 두고 대비를 해야 할 지 모르겠다”며 “현재와 같이 어려운 상황에서 배달만 허용한다는 것은 마치 사람이 다쳐서 뼈가 부러졌는데 빨간약을 살짝 발라놓은 수준과 같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다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도 막막함을 호소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경제적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데다, 임대료·인건비 부담까지 최악의 보릿고개를 겪고 있지만, 이를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없어서다.


특히 일부 업종만 수혜를 본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2단계 격상 이후 카페 내 취식이 아예 불가능해지면서 풍선효과로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들이 패스트푸드점으로 몰리자 형평성에 대한 불만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거리두기 2단계가 장기화 될 사태를 대비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실제 한국외식중앙회는 지난 25일 기본 저녁 매출을 확보할 수 있는 마지노선인 오후 11시로 영업 시간을 확대하거나, 외식 소비쿠폰 사업을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26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코로나19 3차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소비쿠폰 중 외식쿠폰을 비대면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비대면 쿠폰을 활성화 하더라도 배달 등 여전히 소외되는 업종에 대해서는 오리무중인 상황이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업종을 막론하고 다같이 힘든 상황인 만큼 방역에 주의를 기울이고 힘을 합쳐서 코로나를 이겨내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의 방법인 듯 하다”고 말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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