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공조 삐걱?…시간 없는 문재인과 이제 시작인 바이든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입력 2020.11.22 09:00 수정 2020.11.22 05:36

韓美 '상대적 시간표' 영향으로

대북정책 '입장차' 가능성

美 전문가 "바이든 대북정책 '장기전' 가능성"

韓 전문가 "美, 北 이슈 韓에 아웃소싱 해야"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청와대, AP/뉴시스

미국 신행정부 출범으로 대북정책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한국과 미국의 '상대적 시간표'가 불협화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 이슈와 관련해 임기가 1년여 남은 한국 민주당 정부와 임기 첫발을 내딛는 미국 민주당 정부 사이에 '입장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대다수 미국 내 전문가들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이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장기전'을 바탕으로 '단계적 접근'을 추진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조셉 윤 전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20일 최종현학술원이 진행한 화상 세미나에서 "비핵화가 빅뱅처럼 한 번에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며 "단기적으로 비핵화는 절대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바이든 당선인이 해야 할 것은 (북한 비핵화가) 다음 행정부까지 장기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프로세스'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전통적 외교, 이른바 다자주의로의 회귀를 예고한 바이든 당선인은 동맹국인 한국·일본과 입장을 조율한 뒤 대북 노선을 확립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선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러시아 등의 폭넓은 지지를 얻으려 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이는 미국 대북정책의 '예열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로버트 아인혼 전 미국 국무부 비확산군축 담당 특별보좌관은 미국이 북한 비핵화에 관여하기 전 "안보 전략에 있어 한일 신뢰 구축을 하고자 할 것"이라며 "동맹 억지력을 높이고 국방력을 더 강화하려 할 것이다. 중국·러시아와도 논의해 (대북정책에 대한) 지지를 얻고자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석좌는 전날 통일연구원 주최 화상 세미나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다자주의 관점으로 회귀할 것"이라며 "바이든 당선인이 동맹국 통해 북한 문제를 다루려 할 것이다. 한일 입장을 조율한 후 북한과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당선인이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국내 이슈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미국 대북정책의 '거북이걸음'을 예상케 하는 대목이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바이든 행정부의 최우선순위에 북한이 없다"며 "바이든 당선인이 국내 이슈에 더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바이든 당선인은 정권 인수위원회 홈페이지를 통해 4대 핵심과제로 △코로나19 대응 △경제회복 △인종평등 △기후변화 등을 제시한 상태다.


文, 잔여 임기 1년…단기성과 추구할 듯
"韓, 불안감 있나…韓美 시각차 불가피"


내년 초 임기를 시작하는 바이든 행정부와 달리 문재인 정부는 임기가 1년여밖에 남지 않았다. 내년 후반기부터 대선 국면에 접어든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정 동력이 그나마 남아있는 내년 상반기에 가시적 성과를 도출하려 들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문재인 정부와 가까운 한국 전문가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한반도 정책을 한국에 '아웃소싱'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까지 펴고 있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과거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 계획들을 의문시하며 시간을 낭비했다"며 "국내 현안이 산적한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 문제에 우선순위를 두기 힘든 만큼 북한 문제를 한국 정부에 아웃소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 정부는 미국 정권 이양기를 틈탄 북한 도발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황이기도 하다. 북한이 오바마·트럼프 행정부 출범 당시처럼 군사도발에 나설 경우 상당기간 '북미 냉각기'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에 단기간 내 성과가 필요한 문재인 정부로선 미국의 대북 관여 메시지를 하루빨리 도출하려 들 가능성이 높다.


북한을 향한 한미의 '일관된 메시지'가 중요한 상황에서 시간에 쫓기는 한국과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미국이 불협화음을 빚어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한국(문재인 정부)이 미국(바이든 행정부)으로 하여금 북한 문제를 더 우선시하도록 설득하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문재인 정부 내에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에) 어떻게 대응할까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감도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스나이더 선임연구원은 "한미가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앞으로 어떻게 유지할지에 대해 보다 통합된 접근이 필요하다"면서도 "한국과 미국의 두 민주당 정부가 잘 협력해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면 좋겠지만 북한 문제에 있어서는 시각차가 존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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