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인도적 지원 강조하던 정부, 북한 인권은 쉬쉬
입력 2020.11.19 14:31
수정 2020.11.19 14:32
2년째 北 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서 빠져
北 인권개선 위해 추진돼야 할 '인도 지원'
대북 대화재개 카드로 활용되는 분위기
한국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서 빠졌다.
정치·군사적 상황과 무관한 대북 인도적 지원을 강조해온 정부가 정작 북한 주민 삶과 직결되는 인권 문제에 대해선 쉬쉬하는 모양새다.
올해 북한인권결의안은 18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5차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표결 없이 컨센서스(합의)로 채택됐다.
지난 2005년 이후 16년 연속 채택된 북한인권결의안은 다음달 유엔총회 본회의에 오를 전망이다. 한국은 지난해 11년 만에 공동제안국에서 발을 뺀 뒤 2년 연속 컨센서스에만 동참했다.
결의안 주요 내용은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마련한 초안이 대체로 유지됐으며,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인도주의적 위기 우려가 추가로 반영됐다.
결의안은 북한의 △정치범 강제수용소 △납치·실종 △송환된 탈북자 처우 △고문·성폭력·자의적 구금 △여성·아동·장애인에 대한 인권침해 △종교·표현·집회 자유 제약 등을 지적했다.
결의안은 북한 인권 상황의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안하는 한편, "가장 책임 있는 자들을 겨냥한 추가 제재 고려"를 권고했다. '가장 책임 있는 자'는 사실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책임자 처벌 촉구와 ICC 회부 권고는 지난 2014년부터 7년 연속 포함됐다.
우리 정부는 공동제안국에선 빠졌지만, 컨센서스에는 참여했다며 국제 공조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공동제안국 불참 이유로 거론한 '한반도 정세 등 제반 상황에 대한 종합적 고려'가 '북한 눈치보기' 성격을 띠는 만큼, 한국을 향한 '대북 저자세' 지적은 올해도 피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더욱이 정치·군사적 상황과 무관한 대북 인도적 지원 의사를 거듭 피력해온 정부가 정작 북한 인권 개선을 촉구하는 국제적 움직임에 소극적으로 임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처사라는 지적이다.
北 인권증진 위해 활용돼야 할
인도지원 카드, 정치적 성과용 '수단' 전락
일각에선 정부가 북한 인권 개선 차원에서 추진해야 할 인도적 지원을 대북 대화 재개 수단으로 '전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실제로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KBS에 출연해 "코로나 상황이 조금 더 진정되면 정식으로 북에 대화를 제안할 생각이 있다"며 "어떤 장소, 어떤 시간도 좋으니 북이 응하기만 한다면 저는 최상의 대화를 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많아서 나누는 것보다도 좀 부족하더라도, 부족할 때 함께 나누는 것이 더 진짜로 나누는 거라고 생각한다"며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에 대한 대북 지원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차기 미국 행정부에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설명하면 상당 부분 존중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북한이 불편해할 수 있는 인권에 대해선 '침묵'하면서도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한 인도적 지원을 시사하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이라는 '정치적 성과' 달성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