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징으로 북한 억지…대화 여지는 없나

위성발사, 경의선·동해선 폭파

서해 도발 등 '작은 도발'

염두에 두고 있다는 군

예방 방안 묻자 "도발하면 응징"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조선중앙통신

북한이 국경선 부대에 '완전사격 준비태세'와 관련한 '작전 예비지시'를 하달했다고 밝힌 가운데 우리 군은 '도발 시 응징' 입장을 재확인했다.

핵사용 가능성을 거듭 시사하는 북한을 겨냥해 '핵사용 시 김정은 정권종말'로 대표되는 한미동맹 차원의 응징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발신하며 도발 억지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행동' 아닌 '말'을 주고받는 남북 사이에 '물리적 충돌은 원치 않는다'는 공감대가 어렵사리 이어지는 분위기지만, 협상 동력이 되진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14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우리 군은 북한군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실제 도발 가능성에 대한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며 "현재 북한은 국면 전환을 위해 우주 발사체를 발사한다든가, 경의선·동해선 등에서의 보여주기식 폭파, 또 작은 도발, 이런 것들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군은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실장은 '서해 일대에서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언급하지 않은 배경이 있느냐'는 질문에 "(북한이) 작은 도발을 일으킬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는데, 그 안에 많은 것들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군이 선(先)조치 후(後)보고하고 강력히 대응하도록 하는 훈련과 지침들은 하달되어 있다"고 부연했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우리 군 방침과 관련해 유엔군사령부와 소통을 진행했느냐'는 질문에 "유엔사의 어떤 요청이 있으면 국방부 차원에서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동해선 철도 레일 및 침목을 제거하는 북한 동향(자료사진) ⓒ합동참모본부

군, 北 응징 전력 연이어 공개
"적 도발 시 좌고우면 말고 응징"

우리 군은 북한 도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응징 전력을 연이어 공개하며 "즉응태세"를 강조하고 있다.

김명수 합참 의장은 이날 해군 인천해역방어사령부와 서해 해상경비 임무를 수행 중인 천안함을 찾아 군사대비태세를 점검하고 장병들을 격려했다.

북한이 천안함 폭침과 유사한 '회색지대 도발'을 벌일 수 있다고 보고 도발 시 응징 기조를 현장에서 거듭 강조한 셈이다. 회색지대 도발은 도발 주체를 쉽게 파악할 수 없는 도발을 뜻한다.

김 의장은 "적 도발 시 좌고우면하지 말고 즉각·강력히·끝까지 응징"할 것을 주문하며 "적이 NLL(북방한계선) 이남에 대해 도발한다면 적을 완전히 수장시켜 천안함 폭침의 아픔을 수십·수백 배 이상으로 되갚아 줄 것"을 당부했다.

김 의장은 앞서 지난 11일에는 공군 제17전투비행단을 방문해 F-35A 스텔스전투기 작전 현장을 직접 확인하기도 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신속히 출격해 적 위협을 제거하고, 강력히 응징할 수 있는 대비태세 확립"을 주문했다는 설명이다.

공군은 지난 8일과 10일 서해 일대에서 선제타격용 장거리 공대지 유도미사일 '타우러스(TAURUS:Target Adaptive Unitary and dispenser Robotic Ubiquity System)' 실사격을 진행하기도 했다. 타우러스 실사격은 북한의 6차 핵실험 당시 이뤄진 실사격 이후 7년 만에 실시됐다.

김명수 합동참모본부 의장이 지난 11일 공군 17전투비행단 대비태세를 점검하고, 비행단 장병들과 F-35A 스텔스전투기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합동참모본부는 14일 김명수 의장이 이날 서해 해상경비 임무를 수행 중인 천안함을 방문해 군사대비태세를 점검했다고 밝혔다. ⓒ합동참모본부

지상 표적을 향해 타우러스를 발사하고 있는 F-15K 전투기 ⓒ공군

정부, 대화 제의 가능성에
"확인해 드릴 내용 없어"

일각에선 '물리적 충돌을 원치 않는다'는 공감대에 기초해 남북 공식 접촉이 재개될 수 있을 거란 기대 섞인 반응도 나왔지만, 정부 차원의 대화 제의는 없었다.

대북관계 주무부처인 통일부 구병삼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접촉 제안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현 단계에서 추가로 확인해 드릴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이 실장도 "대화에 대한 부분은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의 일방적 통신선 차단으로 남북이 '언론'을 통해 입장을 주고받고 있는 만큼, 우발적 충돌이 확전으로 비화되는 억지 실패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 실장은 '서해 일대 도발을 포함해 군 당국이 예상하는 작은 도발을 어떻게 예방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북한이 도발하면 우리는 자위권 차원에서 강력히 응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여정 "미국이 책임져야"

한편 북한은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담화를 통해 미국을 겨냥한 공세를 예고했다. 북한 역시 남측과의 물리적 충돌을 바라지 않는다는 점이 재확인된 셈이다.

김 부부장은 대외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평양 무인기 사건의 주범이 대한민국 군부 쓰레기들이라는 것을 명백히 알고 있다"며 "핵보유국의 주권이 미국 놈들이 길들인 잡종개들에 의해 침해당했다면 똥개들을 길러낸 주인이 책임져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김 부부장은 지난 2022년 12월 20일 발표한 담화에서 "곧 해보면 될 일"이라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정상각도 발사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한미는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정치적 결단에 따라 언제든 시행 가능하다는 평가를 이어오고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