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터 픽] ‘캡슐작가 이성영’ 폐기물에 담아내는 상실과 치유, 그 조화로움

홍종선 대중문화전문기자 (dunastar@dailian.co.kr)
입력 2020.11.13 09:32 수정 2020.11.13 09:32

현시대에는 산업 문명과 기계 문명의 발달로 인해 각종 산업 폐기물이 배출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역설적으로 예술가들에게 그동안 예술이 가져왔던 고유성을 탈피할 수 있는 새로운 창작 소재로 자리했다. 정크아트(Junk art), 아상블라주(Assemblage), 레디메이드(ready-made) 와 같은 새로운 예술 유파가 자리 잡는 계기가 되었고, 그동안 고집해왔던 ‘그려내는 이미지’에서 ‘입체 오브제’로 발전하는 획기적 전환이 이뤄져 일상과 환경이 곧 예술이 되기에 이르렀다.


작가 이성영은 쓰이다 버려진 폐기물들을 이용해 새로운 조형미를 창조한다. 버려진 칼날 조각, 밥상, 도마, 캡슐 등등 다양한 일상 속 소재들은 작품 속에서 재탄생 되고, 버려진 사물에 대한 애착을 통해 작가만의 화법을 만들어냈다.


“긁히고 벗겨지고 흠집 난 버려진 밥상이지만 우리네 어머니에겐 생의 동반자였으며 어려웠던 가족의 식단을 책임지던 고단한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힘겨운 삶의 애환과 졍겨움이 녹아있는 물건이다.”


저마다의 역사를 간직한 낡은 밥상 위에는 쓰다 버려진 칼날들을 부착시켜 폐기된 소재에 생명력을 부여하며 감성적 작업으로 재탄생 된다. 작가가 작품 속에 불어넣는 ‘생명력’은 캡슐을 통해서도 표현된다. 유통기한이 다하고 폐기된 캡슐형 약을 가져와 안에 담겨있던 가루들은 버리고 껍질을 눌러 캔버스에 부착한 뒤 집적해나가며 그 위에 꽃, 나비, 산의 이미지로 채색한다.


더이상 약의 효능을 발휘할 수 없는 알약과 생명력을 불어넣는 자연의 이미지 표현으로 ‘상실’과 ‘치유’의 상반된 키워드는 조화를 이루며 사물에 대한 고정적 관념을 벗어나 ‘규정되어 있던 존재성’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하는 순간을 만들어낸다.


알약은 온전하게 치유의 기능만 담고 있지 않다. 우리 사회에서 약물 과다 복용으로 인한 문제는 표면 위로 드러나고 있고. 약으로 인하여 몸속에 생기는 내성들은 여러 문제를 일으킨다. 작가가 표현하는 알약의 의미 역시 치유 동시에 독, 이중적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과정을 통해 알약은 생명력이라는 상징성을 부여받게 된다. 이성영 작가는 이러한 작품 진행 속에서 우주 만물의 본성에 대한 고찰과 동양 미학을 바탕으로 한 비구상적 추상회화 요소를 더하며 철학적 질문도 함께 담는 성취를 얻는다.


작가의 작업은 오브제 작업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 한국화를 전공으로 한 이성영 작가의 기존 작업은 수묵을 이용해 자연의 향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작품 안에 비가시적 향기를 담아내는 작업을 해왔다. 작가만의 시각언어를 완성해 나가는 과정에서 끊임없는 탐구와 시도를 통해 오브제 작업으로 확장해 나간 것이다.


이성영 작가는 작업의 스펙트럼을 넓혀가며 재료에 관한 연구와 이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놓지 않았고, 이를 작업을 통해 풀어나가고 있다. 산업 문명의 욕망에 의해 버려진 소재를 적극적으로 수용함으로써 우리가 그 대상들을 심미적으로 바라보게 하고 있다.


사회 안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다양한 방식으로 담아내며 끊임없는 질문을 통해 현대미술가로서 새로운 예술 철학을 구축해나가는 이성영 작가의 실험정신이 앞으로 우리를 어떠한 방향으로 안내할지 행보가 기대된다.


이성영 작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졸업, 홍익대 일반대학원 동양화과 미술학 석사졸업, 단국대 동양화과 미술학 박사 졸업, 2011 ‘시사인터뷰’ 2월호 인터뷰 및 표지, 대한항공 기내지 ‘Moming Clam’ 작품 게재, 교보생명 ‘헬스&라이프’ 표지, 고등학교 교과서 ll(gosua 에듀) 선정 중학교 표지 47호 48호 53호, 대한민국미술대전, 문신미술상, 성산미술대전, 2019 대한민국 창조문화예술 대상, 제21회 경향하우징페어 아트페스티벌 한국화부 은상, 제7회 동아미술제 전통회화부,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 및 입선 4회, 제2회 미술세계대상전 한국화 구상부문 우수상, 다수 단체전 및 그룹전 그 외 다수


글 / 남재희 갤러리K 큐레이터 wogml7358@naver.com

홍종선 기자 (dunasta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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