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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터 픽] 기억의 생김새, ‘제2의 샤갈’ 쥘레 게시

홍종선 대중문화전문기자 (dunastar@dailian.co.kr)
입력 2020.11.06 09:59
수정 2020.11.06 10:00

우리는 하나_70x60(15호)_pen drawing and oil_2019 ⓒ갤러리K 제공

‘제2의 샤갈’로 불리는 남프랑스 발랑스 출신의 작가 쥘레 게시(Gilles Ghersi)는 손의 감각이 마비되는 고통을 이겨내며 그림에만 전념한 ‘인간 승리’의 화가로 유명하다. 그의 작품은 남프랑스 특유의 화사한 색감을 지니고 있으며 일반 붓질로 그려진 게 아닌, 다양한 도구와 독특한 표현법으로 그려낸 작품에는 그만이 지닌 개성과 철학이 뚜렷이 담겨 있다. 한국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보이는 작가로, 우리를 기억에 관한 자유로운 연상으로 초대하는 그이기에 큐레이터 픽 독자에게 소개한다.


조금은 거칠고 원초적이면서도 현대적 감각을 여과 없이 발휘하는 게시의 작품들은 감성적 색감과 더불어 가볍고 자연스러운 터치가 특히나 인상적이다. 어딘지 그리다 만 것 같은 형상들은 작가의 기억 속 불투명한 단상, 그대로를 내보이며 작업의 바탕을 이루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그것은 단순조합으로 옴니버스 된 정보라기보다 삶을 보고 해석하는 그의 태도를 보여주는 특성이기도 하다.


낭만의 카바레_110x75(50호)_pen drawing and oil_2018 ⓒ갤러리K 제공

인물에 대한 표현도 개성적이다. 사실적 묘사가 줄 수 있는 심각하고 무거운 표정이 아니라 다소 희화화된 인물 표현으로 구축한다. 이러한 쥘레 게시의 접근 방법은 보는 이들에게 심각한 삶의 일상이나 거창한 이념을 보여주는 것에서 벗어나 있다. 인물의 표정을 잡아내는 작업이 자칫 심리적 무거움에 잡혀 경직된 인물상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의 가벼움은 보는 이들을 더욱 자유스럽게 한다.


자유롭게 순간순간의 표정을 잡아놓은 듯한 인물들의 나열도 경쾌한 기분을 증가시키고 작품 속 인물들에게서 감성의 자유로운 흐름을 감지할 수 있게 한다. 가벼운 의식의 흐름은 그리다 만 듯 완결성을 피한 인물묘사, 그리고 형태의 자유스러운 연상이 가능하도록 배려한 작가의 감수성을 통해 확인된다.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작품 속 인물에 대한 인상과 기억 등이 자유스럽게 반추되는데 서사보다는 기억의 서정이 떠오른다, 인물이 주는 구체적 이야기나 형상보다는 그 인물에서 풍기는 어딘가 단언하기 어려운 분위기, 여러 가지 일상사에 섞여 간간이 떠오르는 인물을 회상하기에는 이러한 작업 방식이 가장 적절하지 싶다. 공간에 대한 기억과 함께 구체적 사건에의 회상이 아니라 언제인가 만나고 헤어지며 나누었던 불투명한 인상은 스며 들어가는 물감의 형태처럼 우리의 기억이나 회상으로 자연스럽게 녹아들 것이다.


화가 쥘레 게시 ⓒ데일리안DB

불투명한 인상은 또한 심각함을 안기는 대신 자연스럽게 용해되어 그림 속 화면이 통으로 하나가 되어 있기도 할 것이다. 그것은 완결된 형태감이나 색채감으로 우리에게 다가서기보다 밑그림을 그리는 듯한 자유스러움, 시도하는 설렘을 고스란히 전한다. 이러한 표현방식과 재료의 성질에 대한 주목은 쥘레 게시 특유의 작업 역량이자 독특한 감성이다. 일상의 기억과 형상을 특유의 화법으로 재현하는 그만의 독특한 개성과 감성, 자유로움이 공존하는 작품은 힐링과 함께 이국적 정서가 가미된 문화 향유의 기회를 줄 것이다.


작가 쥘레 게시(Gilles Ghersi)/ 예술 ARTNATION 국제협회 회원, 한국 미술협회 회원, 예술의전당 샤갈 전시회 추천작가, 롯데호텔 스카프아트페어 초대작가, 코엑스 화랑미술제 초대작가, 현대백화점 천호점 초대전, 르와지르 호텔 더파인갤러리 초대전, 발랑스 샤또로랑제리 갤러리 초대전(프랑스), 윤당 아트홀 초대전, 서울대학교 치과병원 초대전, Show in solo: in place des clercs gallery city of valence: 15 days, Show in Finland Sainajoki: beyond borders 외 그룹전 및 초대전 다수


글/임지현 갤러리K 큐레이터 gallerykjihyun@naver.com

홍종선 기자 (dunasta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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