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기업 승계 상속세는 ‘징벌’…세율 인하해야”

이건엄 기자 (lku@dailian.co.kr)
입력 2020.11.05 11:02
수정 2020.11.05 11:02

‘기업 승계 시 과도한 상속세 부과의 문제점’ 보고서

쓰리세븐·락앤락 등 상속세 부담에 지분 전량 매각

최대주주할증평가 적용 시 최고세율 합계 한국 1위

기업승계 시 지나친 상속세 부담으로 상속재산의 감소뿐만 아니라 경영권 승계도 불확실해져 기업가 정신이 약화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했을 때 징벌적 성격에 가까운 상속세율을 인하하고 자본이득세로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5일 ‘기업승계 시 과도한 상속세 부과의 문제점’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한경연은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이 사실상 OECD국가 중 가장 높은 수순이라고 봤다. 상속세 최고 세율은 50%로 가장 높은 일본(55%)보다 낮지만 기업 승계 시 주식가치에 최대주주할증평가(20% 할증)를 적용하면 세율이 60%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임동원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과도한 상속세 부담이 기업승계 시 조세장벽을 발생시키고, 획일적인 최대주주 할증평가로 인해서 상속세율이 60%까지 적용될 수 있는 점은 더 큰 장애물로 작용한다”며 “상속재산의 감소뿐만 아니라 경영권 승계도 불확실하게 해서 기업가 정신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손톱깎이 생산 업체 쓰리세븐은 지난 2008년 상속세로 인해 지분을 전량 매각한 후 적자기업으로 전락했고, 밀폐용기 업체 락앤락도 생전 상속세 부담을 고려해 2017년말 홍콩계 사모펀드에 지분을 매각하는 등 기업승계를 포기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한경연은 OECD 국가들의 ‘소득세’와 ‘상속세’ 최고세율 합계를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일본(100%)에 이은 2위(92%)이며, 최대주주할증평가를 적용하면 102%로 OECD 회원국 중 1위로 소득세와 상속세 부담이 가장 크게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임 위원은 “이미 소득세가 과세된 세후소득이 상속세 과세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상속세가 높으면 소득세가 낮든지 또는 그 반대여야 한다”며 “우리나라는 국제적으로 높은 상속세 최고세율(2위)을 유지하면서 소득세 최고세율(14위)은 계속 올리고 있어 전체적인 세부담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경연은 고 이건희 회장의 보유 주식 가치인 18조2000억원의 상장주식을 직계비속에게 상속한 경우 우리나라 상속세 실효세율이 58.2%로 가장 높았다. 이어 일본(55%), 미국(39.9%), 독일(30.0%), 영국(20%) 순으로 나타났다.


자본이득세 과세국가 중 캐나다는 상속 시 16.5%의 실효세율을 부담하고 호주와 스웨덴은 상속받은 자산을 추후 처분할 때까지 과세가 이연되는 자본이득세(승계취득과세) 체계를 적용하고 있어 상속 시 과세되지 않는다.


한경연은 기업승계가 단순한 부의 대물림이 아니라 기업의 존속 및 일자리 유지를 통해 국가 경제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것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승계가 기업과 국가경제 지속성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관련 상속세제는 개편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임 부연구위원은 “기업승계 시 ‘징벌적 상속세’라는 장애요인을 제거할 수 있도록 단기적으로 상속세율을 인하해야 된다”며 “추후 기업승계에 한정하여 자본이득과세가 도입된다면 기업승계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건엄 기자 (lk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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